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에 잠들어 있는 김남주 시인의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망월묘역)에 잠들어 있는 김남주 시인의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6월 29일 정치참여 선언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에도 중도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7월 12일 진보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19일에는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다음날 그는 보수의 텃밭인 대구를 방문했지만 이에 앞서 진보진영의 중심지를 찾은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광주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前文)에 넣는 것과 관련해 “3·1 운동, 4·19 정신에 비추어 5·18 정신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기 때문에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로 떠받들어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행보는 중도층과 호남 민심에 호소하는 색채가 짙다. 윤 전 총장 측이 처음부터 “보수와 중도·진보·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탈진보까지 아우르겠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전 총장의 중도 확장은 최근 각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올해 초부터 강세였던 지지율 상승세가 꺾인 것에 대한 대응이란 해석도 있다. 안보와 자유시장경제 등 보수층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초반 행보로 중도층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지지율이 정체했다는 내부 판단도 영향이 있는 듯하다.

TBS·KSOI의 지난 7월 16~17일 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다자(多者)대결 지지율은 윤석열 전 총장 30.3%, 이재명 경기지사 25.4%,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9.3% 등이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 이전인 지난 6월 18~19일 TBS·KSOI 조사에 비해 윤 전 총장은 38.0%에서 7.7%포인트 하락했지만 이 지사는 25.0%에서 0.4%포인트, 이 전 대표는 12.2%에서 7.1%포인트 올랐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 공동조사에선 6월 둘째 주에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24%로 동률이었고 이 전 대표가 7%였다. 하지만 7월 둘째 주 조사에선 윤 전 총장만 20%로 하락했고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각각 26%와 14%로 상승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정체는 장모의 실형과 법정구속, 아내 김건희씨 관련 논란 등 연이은 악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당 밖에서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것도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 않다. 제3지대에서 반문(反文) 결집을 통한 중도 확장에 주력한다는 독자 행보가 야권의 기반인 보수층에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면서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KSOI의 6월과 7월 대선후보 다자대결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보수층 지지율은 57.8%에서 48.8%로 낙폭이 컸다. 그렇다고 중도 확장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중도층도 지지율이 36.6%에서 34.9%로 낮아졌다. 4개 조사회사 공동조사에서도 한 달 사이에 보수층은 44%에서 38%로 하락했고, 중도층도 21%에서 2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여론조사 수치만 보면 중도 확장보다 보수층 지지 하락이 과제인 셈이다.

“입당에 선을 긋는 명분이 와닿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이 장외 행보를 계속하는 것은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의 호감도가 아직 높지 않아서 입당을 하면 손해를 볼 것”이란 계산이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갤럽의 6월 셋째 주와 7월 셋째 주 조사를 비교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침체했던 최근 한 달 동안 27%에서 29%로 높아졌다. 특히 국민의힘은 보수층(63→68%)뿐만 아니라 중도층(24→26%)에서도 지지율이 올랐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흐름과는 반대로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호전됐다”며 “국민의힘 입당이 윤 전 총장의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이 어느 진영에 속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치활동도 약간 모호해지고 있다”며 “그것(모호한 정치활동)이 지지율 저하에도 한 가지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가장 지지가 높은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 것은 설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입당에 선을 긋고 있는 명분이 잘 와닿지 않아서 보수층에는 불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KSOI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의 대다수(65.4%)가 윤 전 총장을 지지했다.

윤 전 총장은 아직까지 뚜렷한 콘텐츠나 메시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에게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서울신문·현대리서치의 7월 12~13일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해선 ‘경제를 발전시킬 것 같은가’란 질문에 ‘그렇다’(57.3%)가 ‘아니다’(34.3%)보다 높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선 ‘아니다’(48.3%)가 ‘그렇다’(42.9%)보다 높았다. 조세일보·엠브레인 조사(6월 10~14일)도 ‘경제발전과 일자리 확대’ 능력 평가에서 윤 전 총장은 100점 만점에 41점으로 이 지사(55.7점)나 이 전 대표(42.1점)에 못 미쳤다. ‘서민 주거안정’ 능력도 이 지사(54.5점), 이 전 대표(42.5점), 윤 전 총장(39.4점) 등의 순이었다.

이에 대해선 “조직과 세력이 취약할 경우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신뢰감이 쌓이기 쉽지 않다”며 “제1야당인 국민의힘 입당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야권의 경쟁 후보로 부상 중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정치 선언과 동시에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당 밖의 윤 전 총장은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에서 고공행진하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최 전 원장이 잠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요구 중도층 결집시켜야

하지만 윤 전 총장에 대한 각종 의혹과 최 전 원장의 정치 선언, 민주당 예비 경선 등 이벤트가 휩쓸고 갔어도 일단 지지율 방어에 성공했다는 견해도 있다. 야권 후보 중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여야 후보 중에선 선두권이다. SBS·넥스트리서치 조사(7월 12~13일)의 대선 후보 양자대결에서도 이재명(38.9%) 대 윤석열(34.0%), 이낙연(32.7%) 대 윤석열(37.3%) 지지율은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했다. 전문가들은 “중도층에선 여전히 정권교체 요구가 정권 재창출에 비해 20%포인트가량 높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이들을 효과적으로 결집시킨다면 하락세였던 지지율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호원 칸타코리아 부장은 “중도층에는 윤 전 총장의 가족 논란이 매우 영향이 큰 이슈”라며 “앞으로 명쾌하게 의혹을 잘 풀어줄 수 있을지 여부가 지지율 반등의 관건”이라고 했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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