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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69호] 2021.08.02

‘리틀 이재명’ 논란 놔두고… ‘사이다정치’의 두 얼굴

이성진  기자 reveal@chosun.com 2021-08-02 오전 11:44:45

▲ 2019년 2월 경기주택도시공사 신임사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헌욱 사장(왼쪽)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photo 경기도청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도 산하 공공기관장이 도의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도 안팎에선 이 지사가 그동안 중앙정치, 도내 행정에서 보여온 강경함이나 일관성이 정작 자기 진영 인사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경기도청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주택도시공사(이하 공사)다. 공사는 이 지사의 역점 정책인 기본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중 ‘기본주택’ 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해당 정책 입안을 책임지고 있는 건 2019년 2월 취임한 이헌욱 사장이다. 이 사장은 민변 및 참여연대 출신으로 현 정권에선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 댓글조작 모니터단장, 우원식 당시 원내대표 정책특보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지사의 최측근 인사로 도 안팎에선 이른바 ‘리틀 이재명’으로 통한다.
   
   이 사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해 “내가 이재명”이라며 “이재명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선에서 낙마한 이후 이 지사는 그를 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이 사장은 이 지사의 오른팔로 불리며 현재는 ‘이재명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공사 ‘합숙소 운영 및 관리지침’을 임의로 변경해 회사 근처에 합숙소 명목으로 보증금 4억원 규모의 전셋집을 마련했다. 공사는 본래 신체장애를 갖고 있는 직원이나 신입직원, 하위직급 직원들 중 출퇴근 거리가 먼 이들을 대상으로 합숙소를 제공해왔다. 1인당 1실 거주를 원칙으로 통상적으로 3명의 직원이 59㎡ 아파트 한 채를 함께 사용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4월 21일 해당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원’을 ‘임·직원’으로 모두 변경하고 4월 24일 합숙소 입소를 신청했다. 입주가 이뤄진 건 지난해 6월이다. 공사 총무인사처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직속부서의 A직원과 합숙소를 함께 사용했지만, 감사과정에서 A직원은 지난 1년 동안 해당 집을 2~3차례 방문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장이 단독으로 집을 사용한 셈이다. 올 3월 공사는 해당 지침에 ‘제2절 기관장 합숙소’를 신설해 비품 등의 유지보수와 유무선 전화·인터넷 설비, 제세공과금, 공동관리비, 기타 직무상 필요에 의한 비용 등을 모두 공사가 부담한다는 내용까지 추가했다. 직원들에겐 보장되지 않는 내용들이다.
   
   경기도의회 김지나 의원은 “공사가 사실상 이헌욱 사장이 사용할 자택을 마련해준 셈”이라며 “본래 이 합숙소 운영의 취지는 평균 연봉 3000만원 남짓의 평직원들 복리 신장에 있었다. 근데 이곳을 연봉 2억원에 관용차, 운전직원까지 갖는 공사 사장이 지침을 변경하면서까지 사용했다는 점은 도의적 적절성을 따져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공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 사장의 연봉은 1억2000만원, 인센티브 1700만원이었다. 별도의 업무추진비는 5400만원이다. 반면 직원(정규직 총괄) 평균 임금은 각종 수당, 인센티브 포함 약 3700만원이다. 해당 문제는 지난 7월 도의회 임시회에까지 거론되면서 이헌욱 사장의 도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해당 문제가 불거지자 공사는 자체 감사를 진행했지만, 신분상 처분 대상에서 이헌욱 사장은 빠졌다. 감사실이 합숙소 관리업무 담당 직원에게 ‘견책’, 이 사장과 함께 숙소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A직원에게 ‘주의’ 처분 등을 요구한 것이 전부였다. 도청 산하의 한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공사 방침이나 예산, 세금을 마음대로 운용하는 데에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지사가 본인을 임명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공사 내부 지침에 따라 기관장이 적법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청 측은 “공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앞서의 김 의원은 “공공기관 운영 법률 등을 보면 배임, 횡령이나 직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것이면 주무기관장(이재명 지사)이 직무정지나 해임을 요청할 수 있다”면서도 “규정을 바꿔서 진행한 부분이라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기도 감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포용 정치 아닌 보복 정치”
   
   도내에서 이번 사례가 회자하는 이유는 이 지사가 그동안 도정에서 보인 강경한 모습과는 대비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사업 추진 당시 지난 기본소득을 이 지사 역점 사업인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에 반대했던 조광한 남양주시장이나 도정질의에서 이 지사 정책 비판을 서슴지 않던 도의회 의원들은 사실상 이 지사와 대척점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강한 압박을 받는 것 아니냐는 평을 받아왔다.
   
   조광한 시장의 경우 수차례에 걸친 도청 감사에 이어 최근엔 당 최고위원회로부터 당무정지 및 당 윤리심판원 회부를 고지받았다. 조 시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이 지사 진영의 정치적 장난이라 볼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 (남양주도시공사 채용비리 의혹 등은) 아직 결과가 나지 않았는데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당무정지 조치를 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렇게 치면 이 지사 측의 은수미 성남시장 등은 일찍이 당무정지 처리를 받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또 “이런 식의 조치를 이어가는 건 ‘포용 정치’ ‘협치’라기보다는 ‘보복 정치’ 내지 ‘협박 정치’이다.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정치적 추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남양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12명 중 5명의 찬성으로 ‘조광한 시장 출당 요구안’을 경기도당에 제출했는데, 조 시장은 찬성 인원 5명 중 4명의 지역구가 당내 비주류이자 이재명계로도 분류되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 지역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도의회에선 특별조정교부금 지급 등으로 의원들을 압박한다는 원성이 적지 않다. 이번 10대 의회 민주당 내에서 이 지사 정책을 유일하게 비판해온 신정현 도의원의 경우 올 초 자신의 지역구 내 시설개선·도로정비를 위해 특별조정교부금 지급을 신청했다 떨어진 바 있다. 지난 4월 신 의원은 이 사실을 ‘주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글로 알리자, 도청은 공식블로그를 통해 “신 의원이 특별조정교부금을 건의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맞대응했다. 신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인데 관련 조사에 나선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6월 “신 의원의 주장이 맞다”는 내용의 결론을 내리면서 “도청의 조치가 과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도의원은 “수면 위로 안 나타나서 그렇지 국회의원이든 도의원이든 이 지사 측근으로 라인업되어 있는 인사들 중심으로 지원하는 경향이 크다”며 “특별조정교부금만 해도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 쪽 의원들에겐 적은 금액만 지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 행보의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김지나 의원은 “항상 내 편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장은 행정만 잘하면 되는 자리일 수 있어도 대통령이란 자리는 상반된 의견도 잘 취합하여 정책을 결정할 줄 알아야 하는 자리다. 여러 우려 점이 엿보인다”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이 지사는 자신의 강경함이나 사이다적 행보가 지지율을 올리고 차별화하는 점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것이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영남 역차별’이나 ‘백제’ 발언이 그 일례다. 지난 예비 경선에선 돌연 기본소득이 1호 정책이 아니라고 밀어붙이는 일관성 없는 태도를 낳은 것도 마찬가지”라며 “도내에선 평소와 다른 그의 소극적 행보를 부각시키는 단초가 됐다. 유권자가 봤을 땐 그의 정치적 컬러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든다”라고 분석했다. 정책 등에서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공공기관장, 선거에 동원 말라”
   
   한편 경기도의회에선 야권을 중심으로 이 지사가 이번 대선에서 도청 산하 공공기관장 등 공무원을 동원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도청 산하 주요 공공기관장만 해도 과거 이 지사 캠프에 몸담았던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앞서의 이헌욱 사장을 비롯해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제윤경 대표, 올해 개원한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의 김현권 초대 원장, 김제선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강위원 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 등이 대표적인 일례다.
   
   도의회 한 야당 의원은 “이 지사 선거 출마 전후로 공무원들이 캠프 일에 동원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들려오고 있다”라며 “원칙에 따라 이들 기관장을 비롯해 도민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에 집중할 것을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의회 국민의힘 측에선 ‘도정 공백 최소화’ ‘공공기관 직원 정치 참여 금지’ ‘지방공무원법 복무 규정 준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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