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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9호] 2021.08.02

‘찐문’들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배용진  기자 max@chosun.com 2021-08-03 오후 3:56:51

▲ 지난 7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 맨 앞),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맨 앞) 등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중 지지율 1·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공방이 격화하면서 친문(親文)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릴 만한 핵심 친문 의원들이 좀처럼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고 있어서 이들이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경선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건영 의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릴 만한 친문 의원들은 직접적으로는 물론이고 간접적으로라도 경선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전해철 의원, 권칠승 의원, 황희 의원을 임기 말에 장관으로 묶어놓은 것을 보면 의미심장하다”며 “이게 대통령의 뜻인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현직 장관을 제외하고라도 경선 국면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은 현재 20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대표적 인물이 윤건영 의원이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윤 의원과 고민정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중 인지도가 높은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현재 어떤 대선주자의 캠프에도 속해 있지 않다. 윤 의원은 민주당의 원팀 협약식 하루 전인 7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승리를 위한 경선을 만듭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자신이 가까이서 지켜본 2012년 대선 경선과 2017년 대선 경선은 큰 차이가 있었는데, 경선 과정에서 서로 비방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했는지의 차이가 두 대선의 결과를 갈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윤건영 의원이 페이스북에 ‘서로 싸우는 모습이 좋지 않다’는 비판 글을 올린 건 지지율에서 앞선 이재명 지사를 편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 같이 민주당을 살리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인다”며 “어떤 후보를 지지하냐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 문 대통령의 현재 뜻”이라고 말했다. 원칙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성격상 당내 경선에 대통령이 개입하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핵심 친문 의원들 중 특정 주자의 캠프에 참여해 활발히 활동하는 의원으로 꼽히는 인물도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이다. 이재명 캠프 한 관계자는 “윤영찬 의원은 핵심 친문 중에 유일하게 활발히 움직이는 사람”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메시지를 엄청 열심히 내고 있다”고 했다. 전북 전주시에서 태어나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윤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와 언론사 선후배로 함께 근무해 인연이 상당한 편이다. 이재명 지사 측에 가세한 친문 세력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제외하면 많지 않다. 친노·친문의 좌장이자 핵심인 이 전 대표는 앞서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전부터 일찍이 이재명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는 이 지사 캠프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 이 지사를 지지하는 친문 의원으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출신인 민형배 의원과 박상혁 의원, 문정복 의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현 시점에서 20명에 달하는 친문 의원들이 누구를 지지할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대통령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민주당 권리당원 대부분은 문 대통령이 과거 당대표를 맡은 뒤 입당한 만큼, 대통령의 의중으로 받아들여지는 후보가 나타날 경우 당내 경선 판도가 순식간에 결정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뿐만 아니라 당내 기반이 약한 두 사람이 조직력을 일거에 강화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대선을 준비하는 이 지사 측에는 현재 이해찬계와 박원순계가 대거 가세해 있다.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한 조정식 의원이 캠프를 총괄하고 있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현재 이 지사 캠프에서 조직 쪽을 맡고 있다. 정성호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춘 당내 세력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 전 대표 역시 오래전부터 함께해 온 이개호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는 못하다는 평가다. 이 전 대표는 이 때문에 지난번 민주당 대표를 맡아 자신의 당내 세력을 확충했다. 하지만 당내 절대적 주류인 친문에 비하면 그 수가 현저히 적다.
   
   
   당내 최대 계파 누구 품으로?
   
   어느 주자가 특별히 지지율의 우위를 가져가기 어려워질 만큼 두 후보가 백중세를 기록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핵심 친문 인사들도 결단을 피할 수 없는 시기가 오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댓글조작 등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심점을 잃은 친문 의원들 중 ‘반(反)이재명’ 성향을 나타낸 의원들은 이재명 지사 대신 반대 쪽인 이낙연 전 대표 쪽에 가세하는 것이다. 친문 의원들의 당내 네트워크로 꼽히는 ‘민주주의 4.0’ 소속 일부 의원들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도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지내면서 친문이자 친이낙연 인사로 분류돼 온 김종민 의원은 지난 7월 25일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이 지사를 저격했다.
   
   신동근 의원 역시 지난 7월 26일부터 ‘기본소득제, 그 허구성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연재하고 있다. 이 지사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연재다. 이들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경선 중립’ 기조에 따라 특정 후보 지지를 삼가왔는데, 김 전 지사의 대법 선고 이후 이낙연 전 대표 쪽에 가세한 것이다. ‘민주주의 4.0’의 좌장인 홍영표 의원은 지난 6월엔 이 전 대표를 공개 지지한 데 이어 지난 7월 8일에는 정세균 전 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도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은 핵심 친문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되고,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 막판에 단일화를 할 가능성이 꺼지지 않고 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홍영표 의원이 친문의 좌장은 맞는데, 이해찬 전 대표는 또 이재명 지사 측에 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도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만큼 친문이 어느 쪽으로 쏠린다기보다는 이제는 분화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수적으로 볼 때 이낙연 전 대표 쪽이 많은 건 사실인데, 윤건영·고민정 의원 등 문 대통령의 ‘복심’들은 당내 경선에 대통령을 끌어들여서 좋을 게 없는 만큼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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