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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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동연 이사장이 설립한 ‘유쾌한반란’은 사회적 이동·혁신·젊은 세대에 대한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이다.

2018년 12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물러난 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일하다가 국내로 돌아와 처음 시작한 외부활동이다. 김 이사장 개인적으로도 34년을 공직에 있다가 처음으로 시민사회 활동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지난해 1월 5일 김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공직생활을 그만두고는 지방 여러 곳을 다녔고 평범한 이웃들을 만났다”며 “그분들의 삶 속에서 실천을 통해 사회 곳곳에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는 시도를 하고 싶다”고 적었다. 농어촌, 축산계의 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혁신 대안을 도모하는 ‘마중길’,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 벤처를 지원하는 ‘소셜임팩트 포럼’, 19~31세 젊은이들의 꿈을 찾는 시도를 지원하는 ‘챠챠챠(ChaChaCha)’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김 이사장의 이러한 큰 방향을 공유하는 실무진, 운영위원회 등이 힘을 합쳐 법인을 운영한다.

“법인, 인맥 정치에 활용할 생각 없다”

그가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유쾌한반란’의 활동과 그의 정치 행보를 완전히 분리해 보는 것은 사실 애매하다. 그럼에도 김 이사장은 지난 7월 23일 광화문 ‘유쾌한반란’ 사무실에서 기자와 마주 앉자마자 “법인과 정치와는 무관하다. 이 부분만큼은 진정성을 알아달라”며 “오늘 아침도 회원사 하나를 방문하고 왔다”고 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책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 적혀 있는 ‘아래로부터의 반란’도 ‘유쾌한반란’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유쾌한반란’에서 하는 ‘사회적 이동’, 소통과 실천 사업은 내가 죽을 때까지 이어나가려는 사업입니다. 만약 나중에 정치를 하게 됐을 때 법인 활동과 여기서 만난 인맥 등을 활용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유쾌한반란’은 힘든 과정을 거쳐 살아온 나의 진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향후 정치를 하게 돼도 법에 저촉이 안 되는 방법으로 법인에 기여할 것입니다.”

충청북도 음성 출신인 김 이사장은 서울 청계천 판자촌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온 소년가장으로 ‘주경야독’ 끝에 덕수상고를 졸업했다. 이후 그는 한국신탁은행을 거쳐 행정고시에 패스해 옛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의

전신)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법인 설립 동기를 묻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살아오면서 특히 (나는) 좀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한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지인들과 만든 일종의 친목단체인 ‘청야(靑夜)’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도 했다. 2012년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낼 당시 김 이사장은 박계신 디케이홀딩스 회장(덕수상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광주상고),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이리농림고) 등 13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모임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그때 직접 전화를 돌려 만났을 때 우리 모두 ‘우리가 사회로부터 받은 게 많다, 돌려주고 싶다’는 의견을 공유했다”며 “다들 매우 바쁘신 분들인데 지금까지도 시간을 내서 우리 사회를 위해 작은 실천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쾌한반란’에서 하는 사회적 이동을 촉진하는 사업 역시 이 같은 사회적 활동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이동·혁신을 내걸고 있다 보니, ‘자기 찬스’로 꿈을 이루고 싶은 젊은이들이 법인 취지에 쉽게 공감하며 참여했다. 법인 사업을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직무에 자원한 실무진은 모두 MZ세대이다. 박새아(37) 사무국장이 불러 모은 이도윤(32) 프로젝트매니저, 고정우(29) 프로젝트매니저 둘 다 법인 취지를 듣고 바로 합류를 결심했다.

일반 회사에서는 부서의 막내 내지 중간관리자 정도의 연령대지만 ‘유쾌한반란’에서 이들은 실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막중한 권한을 갖고 있다. 법인이 가야 할 큰 방향은 김동연 이사장이 제시하지만, 어떤 사업을 실천할지에 대해서는 실무진 3명이 끊임없이 토론하며 구체화시킨다. 민승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등이 포함된 이사진이나 김경일 아주대 교수 등의 운영위원회도 있지만,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직접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은 실무단의 몫이다.

MZ세대들이 모였다

MZ세대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다 보니, 법인 사업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도 뜨거운 편이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이목을 끈 ‘쾌란(유쾌한반란) 플로깅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최근 2030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자연보호활동 겸 체력활동인 플로깅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사회활동이다. 사회적 벤처기업을 소개하고 후원하는 주요 사업인 ‘소셜임팩트 포럼’의 마케팅 격으로 지난 4월 7일 시작한 ‘쾌란 플로깅 챌린지’는 2030을 중심으로 관심을 받았다.

플로깅을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해당 이벤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가수 슈퍼주니어의 멤버 시원 등이 참여하면서 관심이 커졌고, 인스타그램에서 150개 이상의 인증 게시물이 생겼다. 행사를 기획한 이도윤 프로젝트매니저는 “환경을 생각하는 벤처기업을 많이 만나면서 아이디어가 생겼다”면서 “올해 부쩍 관심을 끈 트렌드 플로깅을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19~31세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만 하면 각종 지원을 해주는 ‘챠챠챠’ 기획에 참여한 고정우 매니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배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웃었다.

김 이사장은 “요즘 같은 때에 ‘유쾌한반란’ 때문이 아니라면 이 정도(30분)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이 일 때문에 방송사 인터뷰도 하나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시간 유쾌한반란이 지원하고 있는 소셜벤처기업을 소개했다. 그가 언급한 기업 중에는 45세 이상 장년층을 재취업시키고 일자리를 알선하는 사회적기업, 임산부와 산업체 직원들을 위한 특수용 마스크 제조회사 등도 있었다. 김 이사장이 폐차 시트로 만든 카드지갑을 꺼내 보여주며 회원사 제품이라고 자랑을 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소셜임팩트 기업들을 발굴하고 연결해주고 ‘가치소비’를 확산시키는 것이 사회양극화, 환경위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뉴노멀’ 시대에 유쾌한 반란을 만들어내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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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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