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 서울 종로구 한 골목에 설치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 현재 벽화 문구는 지워진 상태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28일 서울 종로구 한 골목에 설치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 현재 벽화 문구는 지워진 상태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28일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이른바 ‘쥴리 벽화’를 두고 표현의 자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벽화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연상하는 내용으로, 김씨가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가명 ‘쥴리’로 일하다 윤 전 총장과 만났다는 일부 정치권 인사와 유튜버들이 제기한 의혹을 담았다. 해당 벽화엔 한 여성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 등이 적혀있다.

이 벽화를 설치한 건 해당 중고서점 건물주 여모씨이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돼서 (대선에) 출마했다는 말을 듣고 한 시민으로서 분노했고, 헌법적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말하려고 한 것”이라 밝혔다. 또 “현재 쥴리가 나타나지 않고, 양 전 검사, 김모 아나운서도 쥴리와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벽화로 풍자도 못 하느냐”며 “그들이 쥴리와 관계를 인정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므로 벽화를 철거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 벽화를 설치했다는 것인데, 법조계에선 이를 인정받기 어려우며 명예훼손에 가깝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해당 벽화는 공개된 장소에 작성돼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거니와 적힌 문구나 그림 등의 내용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누구를 특정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어서다. 여씨가 벽화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적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성도 높다. 또 김씨나 양 검사 등은 윤 전 총장과 달리 사인이란 점에서 벽화 설치를 두고 공공의 이익을 다툴 소지도 적다. 관할 지자체인 종로구청은 “벽화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죄나 공연음란죄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당장 본인 소유 건물에 그린 그림 자체를 막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이와 관련해 법적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캠프 법률팀은 지난 7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벽화를 언급하며 “윤 전 총장의 배우자를 아무런 근거 없이 ‘호스티스’, ‘노리개’ 등 성매매 직업여성으로 비하하고, ‘성 상납’, ‘밤의 여왕’ 등 성희롱을 해가며 ‘열린공감TV [윤짜장썰뎐] 방송 편’을 내보낸 강진구, 정천수, 김두일 등 10명을 형사 고발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벽화에 적힌 문구는 지워진 상황이다.

여당에선 벽화가 그려진 지 이틀 만에야 입장을 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월 3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종로 한 서점 벽화 문제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의 지적이 있었다”며 “표현의 자유도 존중돼야 하지만 인격침해의 금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 철저한 후보 검증이 필요하지만 부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에도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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