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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0호]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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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민주당 경선의 가늠자 ‘윤석열 변수’

尹 지지율 하락하면서 민주당 경선구도 흔들

박혁진  기자 spaingogo@chosun.com 2021-08-06 오후 3:55:21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월 3일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은평갑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과 함께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추 전 장관이 나서서 이 지사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해 주는 모양새다. 지난 8월 3일 열린 TV토론회에서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 지사를 겨냥해 “당내 클린검증단을 만들자”고 제안하자 이 지사와 추 전 장관이 “특정 후보에 대한 검증은 안 된다”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특히 추 전 장관은 “이 문제가 갑자기 어떤 특정 후보를 겨냥한 듯이 가서 약간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얼떨결에 이뤄지는 것은 당헌 당규에 없지 않느냐”고 반대 의사를 더 분명히 했다.
   
   사실 두 사람은 이번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 지지기반이 확연히 갈려 있었다. 이 지사는 당내 비문(非文) 세력의 지지를 주로 등에 업고 있었고,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 등에 있어 열린민주당과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한 강성 친문(親文)의 지지를 받아왔다. 두 사람의 지지층 사이에서 공통분모가 생긴 것은 지난 1월 이낙연 전 총리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였다. 이 발언에 강성 친문들이 반발했고, 이 지사는 사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이들로부터 호감도를 높였다. 그리고 이 전 총리로부터 등을 돌린 강성 친문들은 현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추 전 장관이 대선후보로 나서자 여기로 헤쳐모였다. 두 사람의 연합전선이 계속 이어지자 언론에서는 이를 일컬어 ‘명추연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尹 지지율 꺼지길 바라지 않는 이재명
   
   ‘명추연대’는 최근 민주당 경선판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큰 이변 없이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처럼 보였던 흐름이 이 지사와 이낙연 전 총리 간 2파전 양상으로 치열해지면서 후보들 간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민주당 경선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직접적 요인 중 하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란 사실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민주당 당직자는 “민주당 후보 이재명의 경쟁력은 윤석열 대항마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누구라도 대선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굳이 이재명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경선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석은 특히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과 맞물려 있다. 6월 중순만 해도 38%(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6월 3주 차 조사결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달하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장모 1심 선고 결과와 어설픈 외연확장 행보 등으로 7월 넷째 주 26%대까지 하락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6월 둘째 주 35.1%에 달했던 지지율이 7월 넷째 주에는 27.5%까지 빠졌다.
   
   윤 전 총장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은 이낙연 전 총리가 가져갔다. 같은 조사에서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은 12.2%→19.5%(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9.7%→16%(리얼미터)까지 올랐다. 윤 전 총장과의 양자대결을 가상하고 돌린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총리는 오차범위 내에서 윤 전 총장과 엎치락뒤치락하는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7월 22일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조사에서 이 전 총리는 윤 전 총장과의 양자대결에서 42% 대 34%로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이 지사(46%)와 윤 전 총장(33%)의 차이는 1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런 이 전 총리의 지지율 반등은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 “이재명이 아니어도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곧장 경선 분위기에 영향을 준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이 민주당 경선에서 계속될 수 있을까. 이 역시 윤 전 총장의 지지율과 관련이 있다고 민주당 측 인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단 이 지사 측은 내심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한순간에 꺼지길 바라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기도 전에 윤 전 총장이 주저앉아 버리면 당내 지지율 1위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추 전 장관이 출마 이유로 밝힌 ‘검찰개혁’에 대해 더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고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의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유지되길 바란다는 것은 억측”이라면서도 “추 전 장관이 검찰개혁 등에 대해 목소리를 크게 낼수록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검찰개혁의 피해자라는 윤 전 총장의 출마 이유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이미 알려졌던 의혹에 대해 공방이 이어지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논란이나 음주운전 공방 등은 이미 알려져 있는 것인 만큼 경선 과정에서부터 몸을 낮추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반면 이 전 총리 측에서는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대항마 이재명’도 역할을 다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토론이 계속될수록 이 전 총리의 장점인 안정감이 돋보일 것”이라며 “저쪽(국민의힘) 주자에 신경 쓰기보다는 누가 네거티브에 더 흔들리지 않고, 누가 나와도 경쟁력 있는 후보인지를 알리는 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고 있는 것도 이 전 총리에게는 나쁘지 않은 시그널이다. 이 전 총리는 올해 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후반대까지 떨어지자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안고 가는 것”이라고 말해 당내 친문 권리당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는데, 최근 회복하고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도 온전히 그의 몫이 되는 분위기다.
   
   
▲ 이재명(왼쪽)·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8월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본경선 2차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명낙대전’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이처럼 민주당 대선 레이스가 불붙으면서 이재명·이낙연 양측 간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미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른바 ‘명낙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양측 공방이 거세졌기 때문인데, 단순 정책검증이 아닌 네거티브전으로 흐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평가다. 자연스럽게 양쪽 캠프 관계자들의 감정도 상해 있다. 상대를 향해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이재명 캠프 관계자), “저쪽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식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 지사에 대한 이 전 총리 측의 공세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일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국면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도 정체에 빠지고 계속해서 당내 공세에 시달리자 최근에는 공세모드로 전환했다. 특히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이 지사의 육성이 담긴 새로운 ‘형수 욕설 파일’이 공개된 것이 모드 전환의 도화선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친문계에게 민감한 이슈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끌어들여 대대적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지난 8월 2일 논평에서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웠던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이낙연 후보가 함께 촬영한 사진이 최근 공개된 것을 거론하며 “이낙연 후보는 최 전 총장과 어떤 사이인지 분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 지사 측이 최 전 총장을 끌어들인 것은 ‘이낙연=친문 대표’라는 등식이 허구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난 7월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선후보자 ‘원팀’ 협약식에서 핵심공약 원팀 퍼즐 맞추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새 ‘형수 욕설’ 파일 공개 배후는 누구?
   
   이 지사마저 공세모드로 전환하면서 이른바 ‘백제 발언’이나 음주운전 경력 등을 놓고 후보 간 공방은 아슬아슬한 수위까지 도달했다. 10회가 넘게 남은 토론회에서 벌어진 공방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지자들 커뮤니티나 팟캐스트 등을 통해서 두 주자 지지자들이 벌이는 싸움을 보면 TV 토론이나 언론을 통해 나타나는 공방은 점잖은 모양새다. 이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나를 고소하라’면서 상대방 여론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실명을 거론할 정도로 공방이 거세다.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와 전해철 후보가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송사까지 벌였던 일들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이재명 지사 측은 이번에 새로 공개된 형수 욕설 파일을 공개한 측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해철 후보를 돕던 인사들이라고 보고 있다. 이 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정치평론가이자 라디오 진행자 이동형씨는 지난 7월 2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 “지금 이낙연 지지한다는 곳에서 나온 온갖 흑색선전과 거짓 정보들은 드루킹이 김경수를 망쳤듯이, 정치권에서 하이에나처럼 빌빌거리는 인간들이 만든 것”이라며 “이낙연 캠프는 이 인간들과 반드시 절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서프라이즈 출신인 드루킹 잔당은 ‘노사모, 친노’ 운운하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다가 지금은 다 이낙연에 가 있다”며 “어디 있다 갑자기 나타나 ‘우린 문재인밖에 없다’ ‘문꿀오소리’ 하고 지껄이는 권○○, 윤○○, 김○○(방송에서는 실명공개) 같은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치열한 공방이 가져올 내상을 막기 위해서는 당이 중재를 잘해야 하는 상황인데 송영길 당대표에 대한 이 전 총리 측의 불신이 상당하기 때문에 중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들 사이에서는 송 대표가 이 지사를 밀고 있다는 것이 정설처럼 되어 있다. 특히 자신이 차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대선 관리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송 대표는 대선을 자신의 주도하에 잘 치러서 차기 대선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심산인데 과연 이런 욕심을 가진 인사가 경선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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