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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0호]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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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경률 “우리들병원 1400억 대출이 수상한 이유”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2021-08-09 오전 11:57:50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2019년 이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가 실형을 선고받는 걸 보면서 이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의 장모가 명의대여로 사무장 병원을 차리고 요양급여 22억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는데, 명의대여 관점에서 보면 우리들병원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수천억원을 부정수급한 것과 다름없다.”
   
   김경율(52)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페이스북 등에서 ‘우리들병원 1400억원 특혜 대출’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다. 현 정권과 긴밀한 관계인 우리들병원이 석연치 않은 방식으로 2012년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지난 2019년 ‘주간조선’ 보도로 알려지자 당시 자유한국당은 ‘친문 금융 농단’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우리들병원이 대출받은 1400억원 중 1000억여원은 다른 은행의 빚을 갚기 위한 ‘차환’ 목적, 나머지 398억원은 사용처를 특정하기 어려운 ‘운영자금’ 목적이었다.
   
   회계사인 김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밸류인베스트먼트(VIK) 금융 투자 사건 등 현 정권에서 벌어진 금융 사기 사건을 쫓아왔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 대표는 ‘조국 흑서’ 발간에 공동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들병원 대출이 이뤄진 시점이 이명박 정권 시절이던 2012년 9월이므로 현 정권에서 저질러진 비리라고 보기엔 어렵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사건에는 양쪽 정권(이명박·문재인)이 다 걸려 있다고 봐야 한다. 산업은행 쪽에서도 ‘익스큐즈’가 된 거고, 이번 정권의 실세라는 인물이 분명히 길을 깔아준 거다. 정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시(18대 대선)는 문재인, 박근혜 중 누가 당선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산업은행 내에 이명박 라인이 아니더라도 내부에선 다른 쪽에 줄을 걸치려는 협조가 있지 않았을까.”
   
   산업은행은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자 지난해 6월 자체 감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감사 결과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대로 잊히는 듯했던 이 사건을 김 대표가 다시 파고들기 시작한 이유는 ‘윤석열 장모 사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최근 윤 전 총장의 장모가 실형선고 받는 것을 보며 우리들병원 사건이 떠올랐다고 했다.
   
   
   명의대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95% 이상
   
   “윤석열 장모 사건 같은 경우 명의대여가 핵심이자 그 자체다. 그중 장모가 ‘요만큼’ 관여한 게 죄가 된 거다. 그런데 우리들병원의 경우 ‘이만한’ 사건에 명의대여는 ‘요만큼’ 차지하는 부분이다. 윤석열 장모는 20억원 부정수급했다고 징역 3년인데, 그 논리대로 따지면 우리들병원이 건보공단에서 편취한 금액은 수천억원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우리들병원 사건 역시 명의대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95%’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은 이상호 원장 1명에게 이뤄진 게 아니다. 이상호 청담우리들병원장 780억원, 부산우리들병원장 황모씨 170억원, 대구우리들병원장 이모씨 80억원, 동래우리들병원장 최모씨 30억원, 우리들의료재단과 현암의료재단에 각각 290억원과 50억원이 대출됐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연대보증을 섰다. 동래우리들병원장 최씨의 경우 30억원을 빌리자고 1400억원 대출에 연대보증을 선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이상호 원장은 전처였던 김수경 우리들병원리조트 회장과 동업자였던 신혜선씨(상자기사 참조)를 기망했다는 의혹을 사면서까지 자신의 대출 한도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자금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은 다른 사람의 신용까지 끌어와야 했고, 그 과정이 명의대여라는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1400억원의 대출금 중 다른 은행 빚을 갚기 위한 차환 목적이 1000억원, 운영자금 명목이 400억원이다. 병원이 운영자금 명목으로 400억원씩 필요한 이유도 미스터리할 뿐더러 그만큼 돈이 급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아주 극적으로 1400억원이나 끌어들여야 했고, 그 과정에 여러 가지 불법·편법이 동원된 정황과 그 시기가 2012년 대선 코앞이라는 점을 보면 문제가 될 소지가 상당하다.”
   
   김 대표는 산업은행이 사설병원인 우리들병원에 1400억원이라는 거금을 빌려준 자체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실은 산업은행에 ‘차환 목적으로 병원 측에 1000억원 이상 대출을 해준 사례’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자 산업은행은 서울대병원, 경상대병원, 충남대병원 사례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세 군데 병원은 모두 국공립병원인 데다가 대출받은 명목도 시설투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상호 원장과 우리들병원의 빚은 1000억원 안팎으로 보인다. 차환 목적으로는 1000억원이 맞는데, 그럼 나머지 400억원은 뭐냐는 거다. 이미 셋업돼 굴러가고 있는 병원이 운영자금으로 400억원씩이나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대출 과정에 우리들병원보다 산업은행이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러이러한 방식을 쓰면 우리가 대출해줄 수 있어”라며 산업은행이 조언을 해준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근거는 이랬다.
   
   “이상호 원장과 우리들병원이 대출 한도를 늘리고 늘려도 안 되니까 다른 우리들병원장들까지 끌어들였다. 그래도 담보가 부족하니까 미래의 매출 채권을 걸었다. 이걸 ‘ABCP’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네가 미래에 벌 돈을 담보로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 방식으로 은행의 대출을 받는 경우는 아주 흔치 않다.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벌 수 있을지, 망할 가능성은 없는지 일일이 따져야 하는 고난도의 작업이 필요하다. 말은 쉬워 보여도 사설병원에서 해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래서 추정컨대 산업은행 쪽이 먼저 ‘우리가 이렇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상품이 있어’라고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이 ABCP 방식으로 사설병원에 돈을 빌려준 사례가 또 있을까. 굉장히 희귀한 사례인 건 확실하다.”
   
   우리들병원은 왜 시중은행이 아닌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했을까.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시중은행은 오히려 내부 통제 구조가 있고, 자칫 주주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될 소지를 두려워할 수 있다”고 했다.
   
   “차환 목적의 1000억원 외에 운영자금 명목의 400억원은 구체적으로 돈을 어떻게 썼는지 알기가 어렵다. 병원 측에서 이러이러한 일상적인 지출에 썼다고 하면 그만이다. 운영자금은 꼬리표가 붙지 않는 돈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은행의 통제를 가장 덜 받을 수 있는 자금이 운영자금이다. 결국 그 400억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수사밖에 없다.”
   
   김 대표는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다면 이런 방식을 쓸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30억원 대출받은 동래우리들병원장 최모씨는 30억원을 빌리면서 1400억원의 연대보증 의무를 졌는데, 최씨에게 간 30억원이 어디에 쓰였는지부터 하나하나 추적해가면 된다. 30억원이 왜 필요해서 빌렸고, 그래서 어디에 썼는지 추궁하는 것이다.”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사건에는 현 정권의 실세로 평가받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정재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이 등장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이 개입한 대목은 이상호씨의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난 신한은행 문서 위조 사건이다. 신혜선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정 전 의원은 직접 신한은행 조용병 회장을 만나 신씨와 신한은행 간의 중재를 시도했다. 정 의원은 ‘조 회장과 합의된 사항’이라며 ‘4년간 연체이자를 내지 않는 것과 새로 받는 대출의 이자율’ 등을 신씨에게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역시 이 사건과 관련해 신씨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8월 중 금융감독원장이 바뀌면 그때 가서 문제를 다시 논의해보자”는 식의 제안을 신씨에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 전 원장은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이 불거지자 “청탁을 들어주지 않아 서운해하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을 냈다. 신씨는 한국인 중 처음으로 천주교 영세를 받은 순교자 이승훈 베드로(1756~1801)의 7대손이자 천주교 수원교구 천진암성지 여성회장을 맡는 등 교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힌다.
   
   김경률 대표는 이 사건의 당사자인 신씨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다고 했다. “신씨를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니, 양 전 원장과 정 전 의원은 신씨를 위해 중재해주려고 나선 게 아니었다. 그들이 제안한 조건을 따져보면 이상호 원장을 위해 신씨를 설득한 것뿐이었다. 과하게 표현하면 신씨는 오히려 이들에게 속은 거나 다름없었다. 양 전 원장과 정 전 의원은 왜 이 원장의 대출 한도를 늘리는 일에 개입해 도움을 줘야 했을까.”
   
   김 대표가 우리들병원을 비롯해 옵티머스, VIK 사건에 끝까지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국세청도 수입과 재산에 비해 과다한 소비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은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 현 여권의 일부 인사들이 그렇다. 공직자재산 공개 내역으로는 아들딸 미국 유학을 지원할 수 없는 형편인데도 보낸다. 그 돈은 어디서 났을까? 저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이 완성된다면 이러한 의혹들은 밝히기 어려워진다.”
   

   우리들병원 1400억 불법대출 의혹이란?
   
   ‘우리들병원 1400억원 불법대출 의혹’은 청담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이 개인회생 신청 전력으로 타은행 대출이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2012년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대출받았고, 이 과정에서 불거진 소송에 현 여권의 실세들이 나서 무마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사건이다. 이상호 원장은 2003년 1월 당시 당선자 신분이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허리디스크 수술을 맡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인해 정치권에서 이 원장과 그의 전처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은 친노계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권력형 대출 비리로 일컬어지는 이 사건은 2019년 12월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소송이란 ‘신한은행 문서 위조 사건’이다. 이 원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대출받기 위해선 전처인 김 회장의 레스토랑 사업과 관련한 연대보증계약에서 빠져야 했다. 이 연대보증을 해지하기 위해선 김 회장과 레스토랑 사업을 함께한 동업자 신혜선씨의 동의가 필수적이었다. 신씨는 레스토랑 사업에 담보제공자이자 연대보증인이었다. 신씨는 연대보증에서 빠지려면 운영자금 성격으로 20억원을 내라고 이 원장에게 요구했다. 신한은행이 이 원장에게 15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했고, 여기에 이 원장 개인 돈을 더해 2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 원장에게 대출해주기로 한 돈 중 7억2400만원을 신씨 동의 없이 이 원장 개인 대출의 이자로 인출했다. 신씨는 “신한은행이 임의로 돈을 빼갔다”고 반발했다. 신씨는 신한은행이 이 회장의 연대보증 지위를 해제시키기 위해 자신의 서명까지 위조(사문서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을 해결해주겠다며 나선 여권의 인사들로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정재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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