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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0호]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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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청년 유감]청년이 살아야 ‘캠프’가 산다

김재섭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봉갑 당협위원장  2021-08-11 오전 11:45:49

▲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가 청년들과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21년 1월 17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출마선언은 12년 전 시장 재직 당시 만들었던 ‘북서울 꿈의숲’에서 이루어졌다. 업적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장소였지만 모여든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나가는 행인들, 카메라 몇 대와 노트북을 든 기자들, 오래전부터 오 전 시장을 지지하던 사람들 몇몇이 전부였다. 넓은 공원 부지에 듬성듬성 흩어진 사람들의 모습이 그의 출마선언을 더 쓸쓸하게 만들었다. 몹씨 추운 날이기도 했지만, 오세훈 시장이 선거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이 보다 솔직한 이유겠다. 정치인들은 오세훈 시장에게 소위 ‘줄’을 설 필요를 못 느꼈다는 소리다.
   
   후보의 지지율과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정비례한다. 출마선언식 자체도 그랬지만 오세훈 시장이 선거에 뛰어든 직후의 캠프 사정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직과 체계가 아직 잡혀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후보 오세훈을 돕는 정치인들의 수가 턱없이 적었다. 10여년 전 시장 재임 시절부터 오세훈 시장과 함께했던 소수의 인사들과, 오 시장과 가까운 전·현직 국회의원 일부, ‘0선’의 젊은 정치인 이준석, 김병민, 필자 정도가 있었을 뿐이었다.
   
   
   오세훈 캠프에서 ‘청년’이 통한 이유
   
   반면 경쟁 상대인 나경원 캠프에는 자리가 없어서 오는 사람도 막아야 하는 지경이라는 소문도 들렸다. 범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캠프에는 국민의힘 소속의 ‘현직’ 의원들과 ‘현직’ 당협위원장들까지 몰려갔다. 국민의힘 소속의 구의원들이 안철수 캠프의 명함을 돌리는 일도 목격됐다.
   
   설상가상으로 ‘V 논란’이 불거지며 연일 국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오세훈 캠프는 더 위축됐다. ‘V 논란’은 오세훈 시장이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파일명에 표기된 ‘V’ 표기가 ‘Version’의 축약어임에도 불구하고 ‘VIP’(대통령의 약어)라고 주장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단순한 파일명에 불과했던 ‘V’에 대한 정치적 확대해석에 2030세대는 조롱을 쏟아냈다. 많은 서울시민들이 오세훈이 과연 다시 시장이 될 수 있을까를 의심하게 한 대목이었다. 이후 몇 번의 말실수와 정치적 논란들을 더 거치면서 오세훈 캠프에는 사람도 활력도 줄어갔다. 대세에 휩쓸려가는 것이 정치인의 생리라지만, 정치가 참 냉정하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젊은 정치인들의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다. ‘꼰대’가 사라진 캠프에서 이준석, 김병민을 필두로 한 젊은 정치인들은 가감 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국민의힘에서 대학생위원장을 맡고 있던 20대의 박성민씨는 오세훈 캠프의 유튜브팀을 이끌었다. 짧아진 보고라인 덕분에 청년들의 아이디어는 중간에 ‘컷(cut)’되지 않고 후보의 마케팅에 곧장 반영되었다.
   
   가장 큰 성과는 역시 ‘V’였다. 당시 뉴미디어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준석은 오세훈 시장의 약점이었던 V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른바 ‘V-서울’. 당시 오세훈 캠프를 돕던 청년들은 가상 3D 프로그램으로 서울을 시각화했다. 오세훈 시장이 그 가상 3D 화면을 설명하면서 ‘VIP’의 V는 ‘Virtual(가상의)’ V로 탈바꿈됐다. ‘셀프디스’라는 젊은 감성이 들어간 ‘V 마케팅’은 젊은 세대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성공을 거두었다. 실로 전화위복이었다.
   
   본선거 기간에 등장한 ‘청년유세단’도 메가 히트를 친 작품이다. 원래 광역단체장 후보나 대선 후보의 유세차량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유세는 정치인들이 후보에게 눈도장을 찍거나, 유세차량 앞에 모여든 군중에게 본인을 홍보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 그 공간을 젊은 사람들에게 활짝 연 것이다. 그러자 해묵은 정파 논쟁이나 후보 띄우기는 사라지고,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청년들,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신혼부부의 절절한 사연이 울려퍼졌다. 울분이 담긴 현장의 메시지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세가 기울며 오세훈 후보가 야권의 최종 후보가 되자 기성 정치인들은 밀물처럼 오세훈 캠프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미 청년들이 ‘실세’가 된 오세훈 캠프에서 기성 정치인들의 설자리는 거의 없었고, 식상하고 재미 없는 메시지도 같이 사라졌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승리를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
   
   사실 지난 보궐선거에서 크게 성공했던 ‘청년유세단’이나 ‘V-서울’과 같은 ‘셀프디스’ 마케팅 등은 정치판에서 오래전부터 등장한 아이디어다. 김병민, 이준석과 같은 젊은 인재들이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에도 실제로 각 캠프에 제안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다만 박근혜라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와 친박이라는 강력한 기득권 세력 앞에서 젊은 정치인들의 아이디어가 묵살되고 사장됐을 뿐이다. 이준석의 경우 2017년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선후보 캠프에서도 꽤 높은 직책을 맡고 있었음에도 그가 주장한 ‘청년유세단’ 아이디어는 반영되지 못했다고 한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유세 전면에 내세울 수 없다는 이유였다. 김병민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비대위원으로 ‘벼락승진’을 하기 이전에도 젊음과 경험을 동시에 갖춘 전략가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중책을 맡지 못했었다.
   
   
   기대되는 대선 캠프의 ‘청년’ 아이디어 경쟁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때때로 경험은 독이 된다. 정치권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앞선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전당대회 사례에서도 증명되었듯 기존의 여의도 문법은 허물어져가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정치 지형에서 청년 정치인들은 주역이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유력 캠프에서는 너도나도 ‘청년’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윤석열 후보는 전략가 김병민을, 최재형 후보는 천하람 변호사를 각각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천하람은 국민의힘의 최대 험지인 호남에 출마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받은 유망한 정치인이다. 유승민 캠프에서는 홍보본부장으로 일하며 국민의힘 당명과 로고를 만든 김수민 전 의원을 중책으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원희룡 캠프에는 젊은 당협위원장들이 많이 참여하여 직접 실무를 맡고 있는데, 그중에는 30대 정치학 박사 곽관용 위원장도 있다. 이들 모두는 여의도의 ‘블루칩’이라 불리는 젊은 정치인들이다. 다행히도 이들 모두는 캠프의 ‘이너서클’로 들어가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후보들 간의 역량 경쟁보다 각 캠프에서 청년 정치인들이 보여줄 기량이 더 기대된다. 청년들로부터 어떤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지, 어떤 충격적인 마케팅이 나올지 몹시 기다려진다. 청년들의 경쟁으로 더 뜨겁고 치열한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기를 희망한다. 단언컨대 청년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캠프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청년들의 실력은 충분하다. 다만 그들을 믿지 못하는 후보가 있을 뿐이다. 오세훈 시장은 스스로도 뛰어난 정치인이지만,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통 큰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런 면모가 그를 시장선거에서 압승하게 하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젊은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후보만이 승리에 가까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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