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웃도는 여론조사가 최근 잇따라 나오면서 그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기를 9개월여 남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마지막 해 지지율은 10~20%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2016년 10월 초까지 20~30% 초반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8월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한 41%였다. 지난 4월 마지막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29.0%로 나타나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며 6월 4주 차엔 40%로 올라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8월 9~1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31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8월 2주 차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역시 긍정 40.1%, 부정 55.8%를 기록했다.

부동산 실정, 코로나19 백신 수급 차질 등 대통령 지지율에 호재가 될 이슈가 사실상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40%대 지지율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주간조선의 취재에 응한 정치평론가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꼽았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국민적 공감대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또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세가 낮다는 점도 꼽았다. 최광웅 데이터정경연구원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근 들어 심해지고 있다곤 하지만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선 낮은 것 아닌가. 실제로는 현장 공무원들과 이전 정부 때 만들어진 시스템 덕이라고 해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결국 지도자 역량으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백신 수급 차질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 정도면 사망자·확진자 수가 괜찮은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어쩌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안 부재가 레임덕 막는 상황

전문가들이 코로나19와 함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은 것은 대안 부재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야당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8월 2주 차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8.1% 지지를 얻어 더불어민주당(32.1%)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다만 ‘강력한 야당’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박상병 평론가는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는 조건 중 하나는 야당이 대안으로 인정을 받는 상황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여론은 적다. 단지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흡수할 수 있는 정당이 그곳뿐이니 지지율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박성민 대표는 “변화된 정치 지형”을 꼽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술혁신과 세계화, 금융위기 등으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 계층이 적어졌다. 그렇다 보니 ‘시장만능주의가 문제’라는 인식이 퍼졌다. 재벌 중심의 경제 정책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정치집단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다. 그저 레토릭에 불과하더라도 ‘사람이 먼저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 같은 말을 하는 정치인을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호소력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공통된 지적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주 120시간 근무, 부정식품 허용 등 잇따른 설화와 당 지도부와의 불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출마 기자회견에서 상당수 질문에 “아직 공부 중”이라고 답해 비판을 받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윤석열·최재형 두 후보의 자질은 의심받기 충분한 상황”이라면서 “정권 임기 후반에는 ‘미래 권력’이라는 대세가 나타나기 마련인데, 현재 야권 후보 중 그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지지층이 아직까지 지지를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내가 선택한 정권만큼은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여론’이 지지세에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1.09%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다. 최광웅 원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은 철저히 지지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FTA와 이라크 파병 등으로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무원 연금 개혁 등 인기 없는 정책을 해서 욕 먹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지지층의 관점에서 보면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공무원 숫자 늘려주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고, 적은 돈이나마 재난지원금을 계속 주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겠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런 정책들을 비판하지만 지지층에만큼은 우호적인 것이다.”

코로나19 피로도가 지지율 폭락 부를 수도

문 대통령의 40%대 지지율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엇갈렸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의 아들 부시 대통령도 9·11테러 직후 지지율이 80%까지 올랐지만, 이라크전쟁이 지속되면서 지지율이 폭락했다”면서 “코로나19 위기가 계속 이어져 국민적 피로도가 어느 순간 폭발하면 지금 지지율이 계속 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최광웅 원장은 “문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이 80%가 넘었던 걸 생각하면 현재 40%가 아주 높다고만 볼 수 없다”면서 “60%대라면 모를까, 40%대 지지율이라고 해서 정권유지가 보장되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성민 대표는 “정권교체 여론은 55 대 35로 분명 높은 상황이다. 결국 유권자들은 차기 대통령 선택 기준으로 ‘전임자와의 차별성’을 따지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문재인 정권을 계승하겠다고 하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들도 본선 후보로 올라가면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 애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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