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싸움을 벌이는 것을 두고 ‘존재감 드러내기’가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원 전 지사는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는 저와 통화한 녹음파일 전체를 오늘 오후 6시까지 공개하라”며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말한다. ‘곧 정리된다’의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자신과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저거 곧 정리된다”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저거’는 ‘윤 전 총장’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정리된다’의 주어는 ‘윤 전 총장’이 아닌 ‘캠프와의 갈등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원 전 지사는 이를 강하게 반박하며 갈등에 불을 지폈다.

원 전 지사의 이런 강경 태도는 최근 들어 나타나는 모습이다. 대선 출마 선언 전후만 해도 원 전 지사는 이 대표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당 활동에도 협조적이었다. 8월 4일 서울 동자동 쪽방촌 일대 봉사활동 등 당 차원에서 이뤄지는 공식 일정에 적극 참여했고, 지난 6월 지사 재임 당시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제주도 방문은 거부하면서도 이 대표 방문엔 두 팔 벌려 환영할 정도였다.

정치권에선 원 전 지사가 존재감 부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요인은 그의 지지율이다. 원 전 지사의 지지율은 대선 출마 선언 후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그의 지지율은 다수 여론조사에서 5%대에 머물며 윤석열·홍준표·유승민·최재형 등 여타 당내 예비후보에 뒤졌다. 캠프 안팎에선 그의 지지율을 두고 ‘0희룡’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최근 원 전 지사는 당내 예비후보 토론회 개최나 서병수 의원 선거관리위원장 임명 시도 등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내놓았는데, 그 이유 역시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3일 원 전 지사는 “이 대표의 당 대표 선거 승리는 대단한 일임에 분명하지만 지금 이 대표는 성공의 기억과 권력에 도취해 있다”며 “그간 우리 당이 무엇 때문에 망했었는지 모르는가, 지도자의 오만과 독선 때문이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 전 지사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18일 “균형 감각과 이성적 판단 능력을 상실했다”며 “확실하지 않은 것을 확대 과장해 당의 분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원 전 지사의 분별없는 연쇄 폭로전에 심각한 우려와 분노의 뜻을 밝힌다”라고 비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