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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2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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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명도 낙도 거시기… ” 명낙대전 승부처 호남의 민심

광주= 이성진  기자 reveal@chosun.com 2021-08-23 오전 11:54:47

이른바 ‘호남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광주광역시 동구. 과거 전남도청 등이 소재해 광주·전남의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최근 도심 공동화 현상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유동인구가 확 줄었다. 동구 재래시장 중 한 곳인 남광주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식자재 및 수산물 조달을 위해 영세업자들이 모이는 새벽 시간대를 제외하면 평소 거리는 손님보다 가게 상인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이들 상인들이 꾸준히 돈을 쓰는 데가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당비’다. 민주당 텃밭으로도 불리는 이곳 상인들 중엔 민주당 당원이 적지 않다. 영업이 어려워도 당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 당에서 지지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호남 방문 등은 이들에게도 주된 이야깃거리다. 특히 이 전 대표의 부인 김숙희씨가 올해만 남광주시장을 비공식적으로 3~4회나 방문한 것은 상당한 화두다. 김씨가 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놓는 상인도 적지 않았다.
   
   시장에서 3대째 건어물·약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사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면 괜히 싸울까봐 서로 잘 이야기 안 하는데, 우리 가족은 이 전 대표를 지지한다”며 “사모님도 그렇고 온화한 모습이 끌리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를 거론하는 상인들은 같은 호남 출신에, 온화한 이미지, 국정 운영 경륜 등을 지지 요인으로 거론한다.
   
   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씨의 경우 지난 7월 14일 전남 목포에 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장인상 빈소로 향했다. 이 지사를 대신해 조문에 나선 것인데, 그가 최근까지 호남을 찾은것만 5차례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8월 14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방문, 광주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유가족 만남을 시작으로 2~3일 동안 호남 지역을 훑으며 본격적인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 지난 8월 15일 이재명 지사가 여수엑스포 컨퍼런스홀에서 여수방문 간담회를 하고 있다. photo 이재명 지사 캠프

   1차 경선 투표 결과가 분수령
   
   두 사람이 부인을 앞세울 정도로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80만여명 중 40%인 33만여명이 호남에 몰려 있다. 역대 선거를 보면 호남 표심은 민주당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8월 광주 경선에서 승리한 기세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호남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해선 갖춰야 할 전제조건이 있는데 바로 ‘될 만한 사람을 민다’는 지역 정치권의 정설에 부합한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 여론조사나 선거 결과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른 지역과는 다른 호남만의 특이점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특이점들은 대체로 ‘정설’에 부합한다. 일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전 일부 호남 지지율 조사에서 2위까지 오른 바 있다. 민주당 소속 문재인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대선 출마선언을 했음에도 그가 2위에 올랐던 것은 다소 특이한 현상이었다. 19대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가 이끈 국민의당의 경우 전체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차지했는데, 당시 ‘안풍’에 쏠린 대세론이 그대로 이어진 데 따른 결과였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1차 경선 결과 이 전 대표가 ‘될 사람’이란 게 어느 정도 증명이 되면 호남의 표가 이 지사에서 이 전 대표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며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 있을 때는 이 지사에 대한 대안이 둘이었겠지만 지금은 이 전 대표가 유일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3차례에 걸친 선거인단 투표로 이뤄지는 민주당 경선에서 광주·전남 투표(9월 25일)는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9월 12일)가 발표된 후에 이뤄진다. 1차 투표 결과에서 이 전 대표가 이 지사 득표율을 앞지르거나 이 지사와의 득표율 격차를 5%포인트 내외로 좁히기만 해도 호남의 표심은 ‘전략적 투표’ 성향에 따라 대거 요동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눈여겨볼 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총리의 호남 지지율 추이다. 그의 호남 지지율은 올 초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거론했을 당시 급락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다. 최근엔 이 지사를 역전한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11~12일 미디어리서치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지지율로는 이 지사가 32.7%로 이 전 대표(23.5%)보다 앞섰지만, 호남만 따로 떼서 봤을 땐 이 전 대표가 36.1%로 이 지사(33.3%)보다 높았다. 8월 7~9일 실시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전국 지지율에선 이 지사가 27.9%, 이 전 대표가 23.1%를 기록했지만 호남 지지율에선 이 전 대표가 31.5%로 이 지사(30.0%)를 이겼다. 광주 지역 언론사들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7월 14~15일 광주·전남 지역 시민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전 대표(39.1%)가 이 지사(30.2%)를 10%포인트에 가까운 격차로 앞지르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양강 구도에서 누가 더 유리하냐를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최근 들어 확실히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건 맞는다”라고 말했다. 당초 이 전 대표 지지율 상승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컸는데 지금은 그의 경선 경쟁력을 이 지사와 견줘볼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이야기다.
   
   
▲ 지난 8월 15일 이낙연 전 대표가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photo 이낙연 전 대표 캠프

   “문 대통령과 다른 면모 있나”
   
   그렇다고 호남 민심이 아직까지 이 전 대표를 점찍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남광주시장 상인회 한 관계자가 이 전 대표에 대해 걸친 한마디는 이 전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을 잘 나타낸다. “중도적인 위치에서 온화하게 국정을 이끌어주는 사람을 원한다. 그러다 보면 문 대통령과는 또 다른 면모가 있을지를 따지게 되니 이도저도 거시기하다….” 풀어서 말하면 이 전 대표를 밀어는 주고 싶으나 문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이재명 지사를 향한 기대감, 그리고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아쉬움 등을 함께 털어놨다. 마음은 이 전 대표에게 가 있으나 그가 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호남 여론이 아직 반신반의하는 데는 이 전 대표 개인에 대한 호감도나 당선 가능성보다는 최근 이 지사의 실책으로 이 전 대표 지지율이 올라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영향을 미친다. 광주시의회의 한 민주당 의원은 “호남 시민들은 정치적 발언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의도가 어찌 됐건 최근 이 지사의 ‘백제’나 ‘영남 역차별’ 발언 등으로 이 전 대표가 반사이익을 누린 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자신의 고향 안동에 내려가 “영남 지역이 역차별받는 상황이 됐다”라고 발언한 데 이어 한 언론사 인터뷰에선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단 한 번도 호남 출신 정치인을 대선후보로 배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전 대표에 대한 결집력을 끌어올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 앞선 민주당 의원의 설명이다.
   
   아직까지는 전국 지지율 측면에서 이 전 대표가 이 지사를 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 측이나 호남 정치권 쪽에서는 이 지사의 지지율이 과대포장된 측면이 있다고도 말한다. 국민의힘 광주광역시당 한 관계자는 “5% 안팎의 응답률을 기록하는 여론조사에 응하는 유권자들은 보통 정치 참여도가 높은 진보적 성향의 사람이다. 민주당에서 진보 성향의 지지자라고 하면 정치 성향도 그렇고 문 대통령을 따르는 친문보다 비문의 이 지사 지지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호남에서 나타나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세 등이 전체 여론조사엔 잘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이에 대해 이 지사 캠프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단기로 잠깐 이뤄지지 않고 긴 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각 기관들의 조사 방식도 다양하다. 그 결과는 모두 유사하다. 이 지사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긴 했지만 과대표집 됐다고 보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부인 김숙희씨(왼쪽 사진)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8월 5일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 설치된 장애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선거인단 이낙연 유리?
   
   현재 이 전 대표 측은 호남에서 승리한 후 그 기세를 몰아 최종 경선에서까지 이기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특히 선거인단 투표로 이뤄지는 민주당 경선에서 강세를 보일 거란 것이 캠프 측 분석이다. 선거인단은 각 캠프별로 모집한 국민선거인단과 일반당원, 권리당원, 대의원들로 구성된다. 전체 여론조사와 달리 호남에 밀집한 당원 등의 표심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광주 지역의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 전 대표가 이 지사보다 당 지지기반이 넓거니와 결선투표로 가면 정세균 전 국무총리 지지층을 끌고 와 탄력을 받을 여지도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의 시의원은 “선거인단 모집엔 시의원이나 구의원 역할도 큰데 전남도 그렇고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이 지사 못지않다는 느낌이 크다”며 “광주시의회 민주당 의원 22명 중 공개 지지에 나선 의원만 약 13명”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발족한 친문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주의 4.0’ 모임이 7월 말 온라인 정책특별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면서 이 전 대표의 입지가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16일 해당 모임 소속 의원인 홍영표·김종민·신동근 의원은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정치개혁·검찰개혁·기본소득과 관련한 토론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제안했다. 당 안팎에선 이들이 이 지사의 역점 정책인 기본소득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당시 김종민 의원은 “기본소득이란 주제가 우리 경선에 크게 들어와 있는데 당에서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다”라며 “기본소득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본격 토론을 해서 걸러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문제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온라인 토론회에서도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전체 여론조사 꺾이지 않는 한 이변 없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호남 지지세를 등에 업고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결국 스스로의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표를 의원 시절부터 측근 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의원 시절보좌진에게 ‘정치에서 제일 힘든 일은 참모의 참모를 보좌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참모로 비유하기도 했다. 본래 그의 꿈이 도지사까지였던 때도 있었다.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등의 순발력은 좋으나 중대 결정을 내릴 때 말과 행동이 굼뜬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좀 더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의 지지율 견인의 첫 시작일 것이다.”
   
   물론 이재명 캠프 측은 경선 승리에 대해 확신하는 분위기로 알려진다. 이 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두 캠프 다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이 전 대표 측에서 아무리 치고 올라와도 역전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선거인단 모집의 경우 당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 국민 대상으로 진행하다 보니 전체 여론조사에서 꺾이지 않는 한 경선에서도 큰 이변은 없을 거라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경선까지 시일이 남았고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다는 것만 두고 이렇다 저렇다 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대세는 꺾이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마불사’에 아직 힘이 실리고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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