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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3호]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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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플레이어’ 이해찬과 ‘게이머’ 김종인의 마지막 전투

배용진  기자 max@chosun.com 2021-08-30 오전 11:35:56

▲ 지난 7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왼쪽)가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photo 뉴시스
내년 3월 치러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만큼 흥미로운 포인트는 여야의 ‘킹메이커’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물밑 대결이다. 선거의 귀재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경험이 풍부한 두 사람의 대결은 이번 대선이 사실상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나이(81세)가 많고, 이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젊지만(69세)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외부 활동이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킹메이커로 불리는 이유는 이 전 대표의 경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를 가까이서 도왔고,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문재인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총선이나 지방선거까지 범위를 넓히면 두 사람의 이력은 더 화려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킹메이커로 통하는 두 사람이 직접 격돌했던 적도 있다. 지역구에서만 7선을 거둔 이해찬 전 대표는 현역 시절 전승을 거둔 데 반해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역구 선거에 나서 1패를 기록한 뒤 비례로만 5선을 했다. 유일하게 김 전 위원장이 지역구 선거에 나섰던 곳이 1988년 서울 관악구인데, 이때 김종인을 이긴 사람이 당시 정치 신인이었던 이해찬이었다.
   
   두 킹메이커의 최근 전적은 백중세다. 지난해 총선은 당대표이자 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이끈 이해찬 전 대표가 완승을 거뒀다. 반면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선대위원장으로 나서 오세훈·박형준 후보를 각각 서울·부산시장으로 만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승리를 거뒀다. 아직까지는 두 사람이 이번 대선과 관련해 활발하게 후보들을 돕고 있지는 않지만, 각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선판에 뛰어들었다는 전언이다.
   
   이 전 대표는 공식 직함은 없지만 진즉부터 이재명 경기지사를 돕고 있다. 현재 이재명 캠프의 주축은 이해찬계와 박원순계다. 원내 경험이 없어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 지사는 당내 세력이 약한 대표적인 대선주자로 꼽혀왔다. 부족한 이 지사의 당내 세력을 채워준 사람이 바로 이 전 대표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도와주는 후보가 없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에 힘을 보탤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경선을 통해 최종후보가 정해지고 민주당과의 경쟁이 본격화하면 김 전 위원장의 존재감이 지금보다는 훨씬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지난 8월 17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오찬회동을 하고 있다. photo 정갑윤 전 의원

   여의도 이해찬 vs 광화문 김종인
   
   선거에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이지만 스타일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조직력이 강해 자신의 총선 지역구에서 무패 기록을 갖고 있는 이해찬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캠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사실상 캠프를 장악했다. 이 전 대표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5선의 조정식 의원이 이재명 캠프를 총괄하고 있다. ‘이해찬계’인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도 캠프 내 조직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대표는 이해찬 전 대표가 지난해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이사장직을 맡았던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에서도 이사직을 지낸 바 있다. 이외에 이번 ‘황교익 논란’ 과정에서 이해찬 전 대표의 메시지를 황교익씨에게 전달한 이해식 의원도 이해찬계로 분류되며 이재명 캠프에서 자치분권 분야를 맡고 있다.
   
   이재명 캠프를 총괄하는 조정식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맡던 시절 정책위 의장을 지냈다. 이해찬 대표-조정식 정책위의장 조합은 민주당에서 매우 유능한 지도부로 통했다는 것이 당내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해찬 전 대표 시절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상대로 압승했는데, 당시 압승의 원동력으로 첫손에 꼽혔던 것이 당정의 코로나19 대처였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초 당정은 코로나19에 비교적 잘 대응해내고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총선 압승을 견인한 바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가 조정식 의원을 매우 신임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지난해 8월 18일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1988년 총선에서 맞붙어 당시 정치신인이었던 이해찬이 승리했고, 2016년에는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이 이해찬을 컷오프시켰던 악연이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조직 사실상 장악
   
   이해찬 전 대표의 이재명 지사 지원은 겉에서 단순하게 보이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재명 캠프 한 관계자는 “현재 이재명 캠프 조직 1본부의 모태가 민주평화광장이고 그 전신이 이해찬 대표의 조직인 광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에서도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장’은 설립된 지 최소 10년이 넘은, 이해찬 전 대표를 지원하는 유권자들의 전국 조직이다. 이들이 지난 5월 ‘민주평화광장’이라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는 두 명인데, 한 명은 조정식 의원이고 다른 한 명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다. 이 전 장관은 이재명 캠프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반도평화포럼을 이끌고 있다. 기존 광장에는 호남 출신 인사들이 많았고 이 광장이 다시 민주평화광장이 된 뒤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조직이 됐기 때문에 당연히 호남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이 전 대표는 이번 대선을 위해 자신의 조직을 이재명 지사에게 몰아준 만큼, 이번 선거에 단순한 ‘멘토’가 아니라 ‘플레이어’에 가깝게 참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12일 정은혜 전 민주당 의원이 사회를 본 민주평화광장 출범식 때 언급된 내용에 따르면, 민주평화광장에는 출범식 때까지 전국 17개 시도와 해외에서 1만5000명이 넘는 인원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조정식, 김성환, 김윤덕, 문정복, 민형배 등 현역 의원 30여명과 김현권, 정은혜, 홍미영 등 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20여명의 민주당 원외 지역위원장, 400여명의 광역·기초의원이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가 이미 작년부터 큰 판을 짠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박주민·이재정·이탄희 의원도 이재명 지사 쪽에 가담했다. 지금은 캠프에 참여한 현역 민주당 의원만 해도 40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이해찬 전 대표가 자신의 조직이라 할 수 있는 광장을 그대로 이재명에 보낸 것”이라며 “안 그랬으면 현역 의원 40명 정도가 갑자기 이재명에 어떻게 붙었겠냐”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의 조직 1본부는 민주평화광장, 조직 2본부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참여하는 ‘공정포럼’, 조직3본부는 ‘대동세상’이라는 이름의 조직이 모태가 됐다고 한다.
   
   이재명 캠프에는 조정식 의원에 비해 뒤늦게 합류한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우 의원 역시 이해찬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우 의원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합류했고 조정식 의원이 5선으로 선수는 더 많지만 우 의원이 원내대표를 지냈고 나이도 많은 만큼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지난 5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홍영표 의원과 경쟁하면서 ‘이해찬 전 대표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걸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누구를 지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여러 정황상 간접적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밀고 있다는 추측이 나올 뿐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낙마하면 국민의힘이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17일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의 오찬 회동에 참석했던 역술인 노병한씨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 3년 전부터 김(종인) 박사가 ‘윤석열이 (대권주자로) 어때’ 하고 여러 번 물어보더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을 치켜세우던 김 전 위원장이 그동안 서로 소원하거나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의 잇단 회동에 비춰 보면 조만간 윤 전 총장을 본격적으로 돕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으로 갈아탄 이력 때문인지 조직을 갖고 누구를 도울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그는 선거를 관통하는 시대정신과 유권자 코드를 잘 이해하고 여기에 맞는 전략을 짜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어젠다’를 선점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스타일상 이해찬 전 대표가 게임의 ‘플레이어’로 뛴다면, 김 전 위원장은 모니터를 바라보고 전략을 짜는 ‘게이머’ 느낌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도울 때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것이나,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애를 먹었던 호남에 공을 들인 것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흐름’을 정확히 읽고 당 후보를 밀어붙인 끝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야권 단일후보 타이틀을 넘겨주지 않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당선시켰다.
   
   다만 이번 경선과정에서 그의 존재감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조직력이 약한 그가 굳이 당내 경선과정에 필요하냐는 각 후보 진영의 분위기 때문이다. 야당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캠프의 경우 윤희석, 김병민 대변인 등 ‘김종인계’ 인사들이 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 전 위원장이 몇몇 인사들을 통해 캠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례로 캠프 종합상황실은 중진인 장제원 의원이 총괄하고 있는데, 장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당권을 쥐었던 시절 반발하며 수차례 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 윤석열 전 총장을 밀고 있는 다른 중진들도 윤 전 총장을 일찍부터 도와왔다는 점에서 김 전 위원장이 어느 정도까지 ‘입김’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르’로 불려올 만큼 전권을 틀어쥐는 것을 선호하는 김 전 위원장이 전권을 쥐지 못할 경우 승부 자체에 가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고조되는 김종인 등판론
   
   하지만 대선 본선 레이스에 가면 자연스럽게 김 전 위원장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면서 그를 호출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거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에 있어서는 야당 인사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전 총장 등 당내 대권주자들 간 세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김종인’이라는 이름도 점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근 K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이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젊어져서 김종인 전 위원장의 도움을 받지 않고 대선을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는데 최근에 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당에 어른이 없구나, 조정할 분이 없구나 하는 걸 최근 최고회의에서 너무 많이 느꼈다”고 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도 “윤석열 캠프에서는 정진석·권성동 의원이 선대본부장 같은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분들이 큰 선거를 주도적으로 치러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김종인 등판론’은 지난 8월 19일 김 전 위원장이 광주 북구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더욱 불이 붙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하던 시절인 지난해 같은 날 이곳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를 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호남에 대한 지속적인 구애와 당헌·당규 변경 등으로 중도층과 호남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와 보궐선거 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우리 당 경선이 끝난 뒤인 11월쯤 야권 단일화 국면이 펼쳐질 때에 김 전 위원장이 극적으로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어와 게이머의 차이를 드러내듯 두 사람의 사무실 위치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해찬 전 대표의 사무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강이 바라보이는 한 빌딩에 있다. 이재명 지사의 캠프 사무실과 불과 200m 거리에 있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사무실은 서울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에 있다. 여의도와는 거리가 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88년, 정치인생 중 유일하게 지역구 선거에 나섰다 이해찬 전 대표에게 패한 김 전 위원장은 이를 앙갚음이라도 하듯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제일 먼저 중진인 이해찬 후보를 컷오프시켰다. 이에 이해찬 전 대표가 반발해 탈당했고,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생환했다.
   
   여야에 포진한 킹메이커에다 개인적 악연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과연 내년 대선에서는 어떤 식의 승부를 펼치며 자기가 돕는 후보를 당선시킬지는 대선 결과만큼이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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