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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4호] 2021.09.06

‘역선택 룰 전쟁’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가 지난 8월 30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경선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대선 주자들이 ‘역선택 방지’와 관련한 경선 룰을 놓고 둘로 쪼개졌다. 경선 여론조사 대상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에 윤석열 후보와 최재형 후보는 찬성,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반대 입장이다.
   
   역선택은 특정 정당 지지자들이 다른 당의 경선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상대하기 쉬워 보이는 후보를 택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거 때마다 역선택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당내 경선 또는 후보 단일화에 여론조사 의존도가 높은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다. 논란의 시작은 2002년 대선이었다.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에 여론조사를 처음으로 활용하면서 역선택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전체 유권자 중에선 이회창 후보 지지자가 노무현 후보나 정몽준 후보 지지자보다 많아서, 전체 유권자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면 이 후보 지지자가 여권 단일 후보를 정해주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측은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이 후보 지지층을 배제하는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했다.
   
   가장 치열했던 경선으로 꼽히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박근혜 후보 측은 역선택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당원, 대의원, 국민참여 등 ‘당심(黨心)’을 파악하는 세 그룹의 선거인단 투표에 ‘민심(民心)’을 보태기 위해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포함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결국 박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432표 앞섰지만, 여론조사 환산 득표수에선 이명박 후보에게 2884표 뒤져 패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에서 역선택 논란이 있었다. 막판에 안 후보의 사퇴로 단일화 여론조사가 실시되진 않았지만, 당시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고를 수 있다며 역선택 방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도 컷오프 과정에서는 여론조사가 100% 반영되고, 최종 후보 선출에는 여론조사가 50% 반영된다. 최근 역선택 논란이 커진 것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바짝 뒤쫓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8월 27~28일 KSOI·TBS 조사에선 홍 후보(21.7%)가 윤 후보(25.9%)를 오차범위(±3.1%포인트) 안으로 따라잡았다. 같은 날 PNR·뉴데일리·시사경남 조사에서도 윤 후보(32.6%)와 홍 후보(26.1%) 차이가 6.5%포인트로 열흘 전 조사의 15.9%포인트에서 크게 좁혀졌다.
   
   PNR 조사에선 정당 지지층별로 윤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7.8%, 민주당 지지층에서 7.7%의 선택을 받았다. 홍 후보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20.2%, 민주당 지지층에서 32.9%였던 것과 정반대였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역선택의 결과’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홍 후보 지지율은 같은 조사회사의 열흘 전 조사와 비교해 민주당 지지층(25.8→32.9%)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12.5→20.2%)에서도 상승 폭이 컸다. 홍 후보 측은 “역선택 때문에 뜬다는 건 궤변”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업계에선 “이번처럼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여부에 따라 후보 간 유불리가 크게 갈린 적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서병수 의원이 이끌던 경선준비위원회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과 달리 최근 취임한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원점에서 이를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라 ‘룰의 전쟁’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역선택 조항 반반으로 타협해야”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응답자를 차별하지 않고 조사해야 후보의 확장성을 평가할 수 있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보수 정당은 2007년 대선을 비롯해 2012년과 201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었다”고 했다. 유 후보는 “어느 수험생이 자기 입맛대로 시험 문제를 바꾼다는 말인가”라며 “역선택 방지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우리 지지자가 될 수 있는 유권자들을 배제하고 정권교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홍 후보도 “당은 싫어도 후보는 마음에 든다는 것은 확장성의 논리”라며 “이미 정해진 경선 룰을 다시 논의한다는 자체가 경선을 깨자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재형 후보 캠프는 “역선택은 축구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인에게 국가대표 선수를 뽑아 달라는 것”이라며 “그러면 손흥민이 뽑힐 수 있겠냐”고 했다. 또 “역선택 방지는 민주당 열성 지지자가 좌표를 찍고 경선 결과를 조작하는 걸 막자는 것”이라고 했다. 홍 후보의 말 바꾸기도 도마에 올랐다. 최 후보 측은 “홍 후보가 2018년 지방선거에선 역선택 방지를 넣자고 하고선 이제 와선 반대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역선택 방지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캠프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반대하는 측은 “무작위로 뽑힌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역선택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이 최종 후보 선정 때 당심 파악을 위해 선거인단 투표도 50%를 반영하기 때문에 민심을 파악한다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도 역선택을 정교하게 방지하긴 어려운 제도”라며 “당헌·당규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하기로 한 이상 어느 정도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여당 지지자도 대선 때 야당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며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유권자 의견을 폭넓게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선거 결과를 훼손하려는 여권 지지자들의 의도가 명백하다”는 견해도 있다. 현 정권의 재집권을 원하는 유권자가 많이 선호하는 야당 후보는 정권 재창출에 이용당하는 후보란 것이다. 최근 PNR 조사에선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응답자가 택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홍 후보 36.0%, 윤 후보 5.2%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당 후보 적합도가 여당 지지층에서 높아져도 본선에서 표로 이어지는 확장성으로 보기 어렵다”며 “표본 1000명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자가 300명 이상 포함되는데 이는 선거 결과를 바꿀 수도 있는 규모”라고 했다. 김 교수는 “다만 양쪽이 합의하기 위해선 여론조사 표본의 절반은 역선택 조항을 넣고 나머지는 넣지 않는 식으로 타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선 룰을 두고 지루하게 다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각 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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