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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4호]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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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윤희숙이 불러낸 ‘경자유전’… 원조국 대만의 선택

▲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회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힌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부친의 세종시 농지매입과 관련해 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경자유전(耕者有田)’이 또다시 소환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매입 때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태 때도 ‘농지법 위반’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경자유전’은 ‘경작자만 농지(전답)를 소유할 수 있다’는 농지법의 대원칙이다. 헌법에도 이 같은 원칙이 반영돼 있는데, 헌법 121조 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자유전이 백화점과 마트마다 수입농산품이 넘쳐나는 시대상황과 맞지 않고, 기업농 육성 등 영농 규모화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야권 후보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지난 8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청년정책토론회 ‘상상23 오픈세미나’에서 “농지법과 관련된 여러 법률들을 보면 경자유전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다”며 “농지나 토지소유 범위제한이 있으면 농업을 기업 형태로 끌고 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 원칙을 손볼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발상지 대만은 ‘경자유전’ 폐지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당장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가톨릭농민회 등 농민단체를 비롯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은 “윤석열 후보의 반(反)농업적, 반농민적 사고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윤석열 전 총장과 앙숙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도 지난 8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어떤 토지관과 토지정의가 있는지 언론은 철저히 묻고 검증하여야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정작 ‘경자유전’의 발상국인 대만은 1993년 일찌감치 ‘경자유전’을 폐지한 바 있다. 우리 헌법에 금과옥조처럼 들어간 ‘경자유전’은 사실 중국과 대만에서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쑨원(孫文)이 처음 언급한 말이다. 신해혁명을 일으킨 쑨원의 핵심 이념인 ‘삼민(三民)주의(민족·민권·민생)’ 가운데 민생(民生)주의의 핵심 내용이 ‘평균지권(平均地權)’이었고, 이를 떠받치는 핵심 슬로건이 ‘경작자(자작농)가 그 밭을 소유한다’는 뜻의 ‘경자유기전(耕者有其田)’이었다.
   
   쑨원이 언급한 ‘경자유기전’은 대륙에서는 국민당과 이해관계가 일치된 대지주들의 반발로 당장 이뤄질 수 없었다. 반면 1949년 대만으로 쫓겨난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는 ‘경자유기전’을 법령에 삽입해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에 패퇴한 주요 원인을 농민들의 토지소유에 대한 불만으로 보고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해법을 쑨원의 유지에서 찾은 것이다. 대륙과 달리 대만섬의 기존 지주세력과 국민당의 경제적 연결고리가 별반 없다는 점도 ‘경자유기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1993년 경자유전 원칙을 폐지하고 이를 ‘농지농용(農地農用)’ 원칙으로 바꾸기에 이르렀다. 경작자만 농지를 매매할 수 있도록 해 위헌(違憲) 논란에 시달린 경자유전 대신 ‘농업용 토지는 농업용으로만 사용한다’는 대원칙으로 바꾼 것이다. 과거에는 농지매매 시 영농경력 등 ‘자경(自耕)능력’을 증명해야 했으나, 농업용 목적으로만 농지를 사용하면 누가 농지를 매입하든, 즉 자경이든 임대든 불문에 부치겠다는 조치였다. ‘농유(農有)’에서 ‘농용(農用)’으로 바꾼 해당 조치는 식량 생산 기반인 농지를 최대한 보전하면서도 농촌고령화 등 시대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경자유전, 농촌인구 유입 걸림돌
   
   경자유기전에 기반한 ‘농지농유’를 ‘농지농용’으로 전환한 효과는 상당했다. 우선 농지매매 시 자경 증명이 필요 없어지면서 농지매매가 활발해졌다. 자연히 귀농인과 청년농업인들의 농촌 유입도 이전에 비해 활성화됐다. 자작농 제한이 해제되면서 농사를 짓고 싶으면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도 무방해졌다. 실제 대만 행정원 주계총처(통계청)에 따르면, 대만 농가인구(목축업 포함)는 2005년 340만명에서 2018년 276만명으로 줄었지만, 농가가구수는 같은 기간 76만가구에서 77만여가구로 오히려 늘었다. 경지 없는 농가가 4706가구에서 8360가구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대만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의 농촌 현실도 대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가인구는 231만명으로 2005년(343만명)에 비해 100만명 넘게 급감했다. 같은 기간, 농가가구수는 127만가구에서 103만가구로 줄었고, 농업경영주 평균연령은 61세에서 66.1세로 5세 이상 높아졌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2.5%로 2005년(29.1%)에 비해 급증했다. 귀농인과 청년농업인 등 신규 농업인구의 농촌 유입이 절실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처럼 ‘영농경력 11년’을 쉽사리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은 농지매매를 통한 농촌 전입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농지 상속 시에는 경자유전 원칙이 예외로 인정되지만, 이로 인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역시 급격히 늘어난 상태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70~80세 되는 농민들이 땅만 가지고 있고, 실제 농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봉고를 타고 와서 짓고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이 경우에는 누가 경자(耕者)냐”고 반문했다. 경자유전이 헌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농촌고령화 등으로 농지를 지탱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경지면적(전답) 역시 지난 2005년 182만㏊에 달했던 것이 2020년 156만㏊로 급감한 상태다.
   
   이로 인해 ‘경자유전’이 들어있는 ‘헌법 121조 1항’ 바로 아래 2항에는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헌법조차 ‘경자유전’의 허점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실거주하면서 세종시 농지를 취득한 관계로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공기업인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조항 덕이다.
   
   서울에 사는 김정숙 여사가 주말에 양산 사저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까닭 역시 ‘경자유전’ 원칙 때문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농지법 위반 논란에 대해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란 말로 일축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경자유전’이 사실상 사문화됐음을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팜 시대가 열리면서 ‘경자’는 농민만이 아닌 회사 직원도 되고 밭은 공장으로 변하는 등 농민과 농업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경자유전’만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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