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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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오후,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 인터뷰를 약속하고 질문지를 보낸 건 그보다 일주일 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권 의원이 “질문지를 받고 답변도 준비했는데 이런 거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죠”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일주일 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너무나 많은 일이 정신없이 벌어졌다.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과 봉합,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상승,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 등 묻고 답해야 할 일들이 켜켜이 쌓였다.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그는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았다. 원래 외부에 있는 시민단체 등과 연을 맺고 지지를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자리다. 같은 이름이지만 이번에는 할 일이 좀 달랐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외부에 있는 대선주자들을 당내로 끌어들이는 얼굴마담이 됐다. 그의 말마따나 ‘스카우터’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지난 6월만 해도 보수진영 후보 중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주자들은 당 바깥에 위치해 있었다. 이들을 껴안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그는 지난 7월 3일 당 밖에 있던 윤석열 후보를 만났고, 7월 30일 입당을 마무리했다. 7월 14일에는 최재형 후보를 만났는데, 하루 뒤인 15일 최 후보는 입당을 결정했다. 7월 25일 권 의원과 처음 대면한 장성민 후보 역시 8월 2일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인터뷰 날 오전, 국회에서는 사건이 있었다. 대선에서 갑자기 중요 변수가 돼버린 ‘고발사주 의혹’의 당사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고발장을 내가 작성하지 않았다. 고발장을 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권 의원에게 기자회견에 대한 감상평을 물었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뭔가 클리어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됐다.” 권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그는 이번 사건이 여러 가지 점에서 이상하다고 말했다. “검사들이 고발장을 작성해 다른 사람을 대리고발 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얘기이다. 지엽적인 문제지만 만약 고발장을 작성했더라면 파일로 주지 왜 그걸 사진으로 찍었는지도 궁금하다.”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해도 손준성 검사가 정치에 막 뛰어든, 정당의 생리를 모르는, 자기 선거를 치르느라 정신없을 김웅 당시 후보에게 고발장을 건넸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고 했다. 비록 그의 시각에 꽤나 이상한 점이 많은 사건이지만 그래도 대선에서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권 의원 역시 “깨끗하게 털고 가야 한다”고 본다. “외부의 손이 작동한 가능성을 배제하진 못한다. 우리 당 1등 주자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시도를 묵과할 순 없는 일 아닌가. 이 문제를 깨끗하게 턴다면 분명 윤석열 후보나 우리 당에 오히려 도움이 될 거다. 만약 지금처럼 어정쩡한 상태라면 의혹만 키우게 될 테고, 대선을 앞두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우리 당 입장에서 현재 수사기관을 믿을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우선 당내에서 최대한 진상을 밝힐 수 있는 데까지 밝혀두는 게 필요하다.”

“고발사주 의혹? 당내에서 밝히는 작업 필요”

최근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검증단이 있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8월에 김진태 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검증단을 출범하려 했지만 “사전 검증이 야당 후보의 약점을 드러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당대표가 후보를 쥐고 흔들려고 한다”는 반대 의견이 거센 탓에 접어야 했다. 검증단 논란을 두고 독박을 쓴 건 이 대표였지만 아이디어는 권 의원의 것이었다. 고발사주 의혹이 일고 나서야 검증단 재설치가 시나브로 진행 중이다. “아마 검증단이 이미 활동하고 있었다면 이번 사건을 여기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었다. 우리 후보들을 못살게 굴겠다가 아니라 후보들이 받는 공격을 정확하게 파악해 이전투구식 싸움을 줄이자는 게 더 큰 목적이었다. 비록 늦었지만 여전히 이 아이디어는 유효하다고 본다.”

그가 영입하고 입당원서까지 직접 받아든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답보상태다. 특히 매머드급 캠프를 꾸렸지만 후보나 주변 측근이 설화에 휘말렸고 캠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윤석열 후보가 처음에는 캠프를 비정치인 중심으로 꾸리다가 7월 말부터 정치인들을 포함시켰다. 캠프가 정돈됐다 해도 정돈된 내용을 가지고 아웃풋이 나오기까지는 시차가 필요하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틀이 캠프에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정무적인 부분에서 A방안과 B방안이 있으면 치열하게 토론하고 정리해 후보한테 제공이 되는 그런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선거를 많이 치러본 후보라면 돌발 상황을 애드리브로 대처할 수 있지만 윤 후보는 정치 초보다. 옵션을 줄여서 후보가 최종적으로 고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당대표 역시 정치에 입문한 지는 꽤 됐지만 원내 경험이 전무한 초보다. 가장 유력하다는 대선주자 역시 정치에 올해 입문한 초보다. 대선을 앞둔 제1야당이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다. 당대표와 후보 모두 ‘경험 부족’을 지적받는다. 권 의원은 “신선함과 불안감은 서로 교환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본다. 얻는 게 있다면 리스크도 있는 법이란 얘기다. “안정적인 걸 원하면 참신함을 버려야 하고 참신함을 추구한다면 불안정하더라도 그걸 택해야 한다. 지금 보수 유권자들은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 참신함이 더 필요하다는 쪽으로 상황을 몰아갔던 것 같다. 젊은 당대표를 선택하고 처음 정치에 도전하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아닐까. 대신 그들의 정치적인 경험을 메워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캠프에 소속돼 있진 않지만 윤 후보 쪽에도 간접적인 조언을 통해 메워줄 생각을 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차기 대선 구도를 두고 “이대로라면 5%포인트 차이로 진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그 근거를 알 수 없지만 (이 대표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진 않는다. 다만 지금 상황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는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3%포인트 내의 싸움이라고 본다. “다만 어느 쪽에 3%가 더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역시 주요 후보들을 영입했고 이미 경선 버스는 출발했다. 대외협력위원장이 할 일은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 남았다. 제3지대에 있는 잠재적인 보수표를 하나하나 모으고 수거해야 한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우리 쪽하고 결이 맞지 않겠나. 우리와 힘을 합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전 선거에서 보면 상당한 지지층이 있다고 본다. 만약 국민의당이 후보를 내면 단일화 과정이 필요하고 후보를 안 낸다고 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우리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당 후보와 이분들의 힘을 합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포인트를 놓고 싸우면서 그 세력들을 떼놓고 우리만 간다? 전혀 옳지 않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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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대선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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