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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속세 전면 폐지’ 들고 나온 최재형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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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75호] 2021.09.13

‘상속세 전면 폐지’ 들고 나온 최재형의 전략

▲ 지난 9월 10일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강원도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당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가 도발적인 주제를 들고 나왔다. '상속세 전면 폐지'다. 상속세는 세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2020년 기준으로 4조 2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전체 세수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세수 규모에 비해 국민들은 상속세를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부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고 형평성을 조정하는 수단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이다. 상속세를 건드릴 경우 지지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깊이 발을 담그지 않으려고 한다.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면 상속세 이슈는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될 문제다. 증세가 화두가 됐던 2017년 19대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상속세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상속세 인상에 찬성했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다만 인상하느냐 마느냐를 논할 뿐 그 누구도 폐지를 언급하진 않았다.
   
   국회에서도 상속세에 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속세 최고 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자는 점진적 완화 방안이지만 국회에서 계류된 채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잠자고 있다. 당시 기재위 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에서 최대주주 할증평가 적용 시 60%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률도 OECD 35개국 중 네 번째(0.39%)라는 수치를 인용했다.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상속세, 이제는 국민들의 문제”
   
   최 후보는 9월 16일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정책 비전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상속제 전면 폐지’를 공언했다. 그는 “최근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국민들이 살고 있는 집, 재산이 상속세 감면 한도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상속세는 돈 많은 일부 부자나 재벌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 한 채 겨우 마련해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중산층이나 일반 국민이 부딪혀야 하는 짐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은 가업 승계하는 경우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면 상속세를 감면하거나 유예하는 제도가 있다. 한국은 공제 여건과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단 "우려하는 바와 같이 일부 부유층만이 덕을 보는 감세가 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시장경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다음 세대에게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데 있어 상속세만큼 합리적인 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애초 상속세가 만들어진 근거는 ‘부의 재분배’다. 생전에 제대로 걷지 못한 세금을 사망 이후에 정산하는 개념이다. 특히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근거를 갖고 정확하게 이뤄지지만 자산가치에 대한 과세는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매기기 어렵다는 게 상속세의 근거가 됐다.
   
   국내에 처음 상속세가 도입된 1950년 90%(5000만 원 초과 상속재산)에 달했던 상속세 최고 세율은 이후 30%(1961년)까지 낮아졌지만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75%까지 높아졌다. 과거 높은 상속세율이 적용됐던 건 과세당국이 국민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았던 탓이 컸다. 현행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상속재산에 50% 세율을 매기는 상속세의 큰 틀이 적용된 건 2000년 1월 1일이다. 2021년 현재까지도 이 틀은 그대로 유지 중이다.
   
   한국의 명목상 상속세 최고세율(5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벨기에·프랑스·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벨기에(80%→30%)나 프랑스(60%→45%)의 경우 가족에게 상속할 경우 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이를 고려할 경우 한국의 명목상 상속세율은 실제 일본(55%)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상속세 논의가 뜨거울 때는 기업이 관련됐을 때다. 최대주주인 기업 오너의 지분을 상속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지분의 가치를 20% 할증한다. 이런 높은 세율과 할증은 '기업의 성장동력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인데, '부의 대물림’ 문제와 맞부딪치면서 상속세 문제는 매번 해결책 없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동안 상속세를 낮추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2007년 가업상속세제가 확대된 뒤, 여러 번 공제대상 기업과 공제 한도를 늘리며 미세 조정을 해왔다. 2008년에는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상속인과 피상속인이 함께 살던 집에 한해서는 일부 공제를 해줬고, 2015년에는 인적 공제를 확대했다. 공제를 통해 조정하는 건 그만큼 20년간 이어져 온 현재의 상속세 구조를 흔드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부의 재부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전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위험 탓에 정부도, 국회도, 그 누구도 쉽게 이 틀을 깨려고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최재형 후보의 기자회견이 있기 직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CBS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재형 후보가 캠프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나서더라도 “큰 반전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재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앞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지금껏 사람들이 비난이 두렵고, 비판이 두렵고, 질문 받기가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는 사람이 되겠다”며 반전을 예고했다. '상속세 폐지'라는 정책적 승부수는 그가 캠프를 해체한 뒤 던진 첫 공약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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