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9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photo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9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photo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지역 투표가 지난 9월 21일 시작되면서 이재명·이낙연 후보 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을 해명하며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을 써 양측의 갈등이 ‘일베 표현 사용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21일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간개발업체에 뇌물 받아먹고 LH 공영개발 포기시킨 건 국민의힘 정치인들. 성남시 공영개발 막으려고 발버둥친 것도 성남시 국힘 정치인들”이라면서 “저에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보수언론과 국힘 그리고 민주당내 인사들까지 수익환수 덜했다고 비난하니 기가 찰 뿐”이라며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한 의혹 제기가 터무니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중 이 지사가 쓴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이 ‘일베 용어’라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낙연 캠프는 앞서 지난 19일 이병훈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지지자들을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끔찍한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수박’이란 용어는 일베저장소란 극우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호남 혐오, 호남 비하 멸칭”이라며 “홍어와 함께 일베 유저들이 호남과 호남인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에 맞아 피 흘리며 죽어가던 이들을 ‘수박 터진다’고 비하한 것이 ‘수박’이라는 멸칭의 의미라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캠프 측은 수박의 의미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지사는 22일 서울 동작구 동작소방서를 격려차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인데 그렇게까지 해석해가면서 공격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한다”며 “겉과 속이 다른 예로 말한 것을 문맥으로 다 알 수 있는데 그것만 똑 떼어서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일부 ‘친이재명’ 계열의 유튜버들 역시 “수박처럼 겉은 파란데(더불어민주당) 속은 빨간(국민의힘과 보수 세력) 이들을 일컫는 표현”이라며 일베 용어와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수박 논란’은 호남 경선을 앞두고 굳히기에 나선 이재명 측과 역전극을 노리는 이낙연 측의 과열된 분위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광주·전남 지역 경선은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5일간 온라인, ARS(자동응답)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결과는 25일 광주·전남 순회경선과 26일 전북 순회경선에서 대의원과 일반당원·국민 중 유선전화 사전신청자의 현장투표 결과와 함께 공개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