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강원도 춘천시 닭갈비골목의 한 식당에서 윤석열 후보(오른쪽)와 김진태 전 의원이 함께 식사하며 웃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9월 9일 강원도 춘천시 닭갈비골목의 한 식당에서 윤석열 후보(오른쪽)와 김진태 전 의원이 함께 식사하며 웃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이 룸살롱에서 양주 마시며 아버지뻘 되는 기업 회장 또는 임원들을 불러내 자기 구두 속에 양말을 벗어넣은 술잔을 만들어 폭탄주를 마시게 했다.”

이재명 캠프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과거 룸살롱에서 기업 임원들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구두 속에 양말까지 넣어 양주잔 만들어 상대방에게 강권, 밤새도록 폭탄주를 돌리는 등 조폭 같은 의리로 뭉쳐 국민 위에 영감(令監)으로 군림해 왔다”라고 쓴 홍준표 의원의 지난 3월 5일 자 페이스북 게시물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의 김기흥 부대변인은 “야권의 1등 주자를 팩트도 없이 마타도어(흑색선전)하는 것은 실력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이 시작한 의혹제기를 황운하 의원이 받은 모양새지만 사실 이 술자리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였다. 이 의혹을 처음 언급한 사람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김진태 전 의원이었다. 2013년 10월 31일 열린 국정감사 회의록에는 김 전 의원의 이런 발언 내용이 나와 있다.

김진태 “술자리 사건이 있습니다, 술자리. 윤석열 검사가 기업인하고 룸살롱에 가서 술을 마셨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룸살롱에 가서 구두를 벗어서 양말을 벗어 구겨 넣고 거기다 양주를 따라서 강권을 했다는 주장이 뉴데일리 논설위원 이동욱씨가 방송에 나와서 한 얘기입니다. 얘기 들은 바 있습니까?”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 “저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김진태“방송에 나가서 하고, 그 말을 한 사람은 당시에 있었던 당시 상황의 녹음테이프까지 가지고 있다.… 그것은 확인을 해 보세요.”

대표적 친박인 김 전 의원이 당시 길태기 직무대행을 몰아붙인 이유는 윤석열 국가정보원 댓글수사 팀장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여당은 검찰이 국정원 직원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상관에게 결재받지 않고 영장을 청구, 집행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윤 팀장은 보직 해임을 당하고 길태기 직무대행은 윤 팀장의 전 수사 과정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여기에 더해 국회 법사위 소속이었던 김진태 의원이 검사로서 윤 팀장의 부적절한 언행 등이 있었다며 추가 감찰을 요구하는 도중 위 사례를 언급했던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윤석열 후보의 처가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관련 의혹 등을 집요하게 공격하며 ‘윤석열 저격수’로 불리기까지 했다.

그런 김 전 의원이 지난 9월 9일 강원지역을 찾은 윤석열 후보와 춘천시 명동 닭갈비 골목에서 ‘닭갈비 오찬’을 벌인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날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윤 후보의 기자회견이 열린 바로 다음날이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윤 후보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화기애애하게 덕담을 나눴다. 김 전 의원이 “지난번 이준석 당대표 선거 때 이곳에서 (닭갈비를) 먹고 바로 당대표가 됐다”고 하자 윤 후보는 “여기가 아주 ‘럭키’한 자리인 모양”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 그렇게 죽자 살자 공격했던 김 전 의원이 윤 후보를 돕는 모습은 정치판의 생리를 잘 보여주는 단면 같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김 전 의원에게 도움을 구하는 윤 전 총장도 간단한 내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최순실 수사에 앞장섰던 윤 후보가 친박계 표심을 끌어안기 위해 김 전 의원과 친근함을 과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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