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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76호] 2021.09.27

‘214만표’ 재외국민 우편투표 내년 대선 가능할까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9-29 오전 10:00:52

▲ 제19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투표 첫날인 2017년 4월 25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투표소에서 교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photo 뉴시스
“사실 이 정도 노력이면 한국에 들어가서 투표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그나마 탄핵 뒤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니까 비행기까지 타면서 투표하러 간 거지 다른 선거라면 안 갔을 겁니다.”
   
   19대 한국 대통령 선거일을 앞둔 2017년 4월 말의 어느 날,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에 사는 한인교포 김모씨는 수도인 자카르타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재외국민 선거권을 행사하려면 반드시 자카르타로 가야 했다. 칼리만탄은 보르네오섬 중에서 인도네시아에 속한 남쪽 부분을 부르는 말이다.
   
   김씨는 칼리만탄티무르주의 주도인 사마린다에서 사업을 한다. 자카르타로 가기 위해서는 꽤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사마린다에서는 자카르타로 가는 비행기가 없다. 차를 타고 3시간 정도를 달려 인근 도시인 발릭파판으로 가야 한다. 여기서 비행기를 탈 수 있는데 때가 잘 맞으면 자카르타를 거치는 직항을 탈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를 거쳐 경유해야 할 수도 있다.
   
   지난 대선 때 김씨는 투표일 전날 자카르타로 이동했다.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이동이 부담스러웠고 인도네시아 국내선은 비행기의 연착이 많아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호텔 숙박비에 교통비까지 합치면 1박2일 동안 들인 노력이 적지 않다. 그렇게 자카르타 한국대사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빨간 잉크가 찍힌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분이었다. 가는 길은 길고 험난했지만 투표는 순식간에 끝났다. 그는 “한국에서는 투표일이 공휴일이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 해외에서 투표를 하는 사람이라면 의지가 있고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적극적, 국민의힘은 미온적
   
   재외유권자는 투표하기 위해 재외공관에 등록을 해야 한다. 선거인으로 등록하고 직접 투표를 하기 위해 수고하는 두 번의 과정을 거쳐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볼 때 재외국민 투표가 가능한 유권자는 약 214만명 정도였다. 유권자 수로 따지면 대구광역시와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이들의 투표율은 미미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에 따르면 재외선거 투표율은 대통령 선거 때는 평균 9.15%, 국회의원 선거 때는 평균 3.83%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때는 2017년 대선이었다. 탄핵 이후 열리는 선거라는 특수성 탓이었는데 11.2%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정반대의 경우가 지난해 총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투표소를 폐쇄하거나 재외투표 기간을 단축하면서 투표율이 낮아졌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낮은 1.9%의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공관투표 중심의 투표 방식이 가져온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투표율이 낮으니 재외국민 투표가 선거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투표율을 높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내년 대선은 ‘51 대 49의 싸움’이라고 불릴 정도로 박빙일 가능성이 큰 선거다. 재외유권자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투표율이 높아진다면 이들의 한 표가 지닌 가치는 보다 소중해진다.
   
   그래서 등장한 대안이 우편투표다. 장소 제약 없이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5명의 국회의원이 우편투표를 도입하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명(서영교·설훈·이성만), 국민의힘 의원이 1명(김석기), 정의당 의원이 1명(이은주)이다. 여당 의원이 많은 건 해외의 표심이 여당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도 들어 있다고 보인다. 2012년 재외선거가 도입된 뒤 실시한 두 차례 대선에서 득표율이 높았던 쪽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재외득표 중 56.7%(8만9192표)를 얻어 박근혜 전 대통령(42.8%·6만7319표)을 앞섰다. 2017년 19대 대선도 마찬가지. 문 대통령이 얻은 재외국민 득표율은 59.1%(13만886표)로 절반 이상의 몰표를 받았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7.8%(1만7294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16.3%(3만6073표),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는 4.5%(9929표),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는 11.6%(2만5757표)를 얻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우편투표에 적극적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행정안전위원회에 여야 의원이 우편투표 도입을 위해 발의한 5건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있는 만큼 9월 정기국회 안에 처리돼야 한다”며 처리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의힘 내에는 다양한 시선이 얽혀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는 크게 봤을 때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에 동의하는 쪽이다. 반면 대선을 앞두고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사람도 있고 과거와 상황이 달라 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입장이 정리되지 못한 탓에 아직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서도 법 개정에는 미온적이다.
   
   
   OECD 18개 국가 우편투표 활용 중
   
   선관위는 유보에 가깝다. 중앙선관위 측은 “주재국의 감염병 유행, 천재지변,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재외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없는 경우 주재국의 우편 환경 등을 고려해 중앙위원회의 결정으로 우편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에 재외국민이 우편투표냐 공관투표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투표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위험을 선관위는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들을 검토한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도 지난 8월 19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리투표나 허위신고 문제, 국가별 우편시스템의 불안정성에 따른 분실이나 배달지연 문제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외국민 우편투표를 실시하는 국가는 적지 않은 편이다. 권순현 신라대 법학과 교수는 ‘재외국민에 대한 선거제도 개선의 과제와 방향’이라는 논문에서 △재외선거제도를 실시하는 115개국 중 25개 국가는 우편투표를, 27개국은 공관투표와 우편투표의 혼합투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점 △OECD(경제개발기구)의 경우 18개 국가가 우편투표 혹은 혼합투표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재외선거는 국내 선거와는 다른 조건과 제도를 둘러싸고 실시되는 특별한 선거이므로 일반 선거와 같은 수준의 공정성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재외선거에서는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편의성을 제고하는 게 아니라, 재외선거라는 ‘특수성’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에서 재외국민 우편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데드라인이 있다. 10월 10일부터는 재외선거인 등록이 시작된다. 그전에 법 개정이 이뤄져야 내년 대선에서 재외국민 우편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의 표심이 내년 대선에서 작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또 다른 쟁점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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