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대선판의 양강 구도를 형성해온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이 지사는 연휴 직전 터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추석 기간 내내 발목을 잡았고, 윤 전 총장도 정치권에서 제기된 ‘고발사주 의혹’이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그동안 김부선 스캔들, 형수 욕설 파문에도 굳건하게 지지율을 지키던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란 대형 암초에 직면했다. 지난 9월 3일 주간조선이 최초 보도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보도 뒤 이 지사가 몇 차례나 나서 불길을 진화하려고 애쓰고,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나 대주주 김만배씨도 언론 인터뷰에 직접 나섰지만 불길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번 경선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호남권 경선을 앞두고 호남 비하 용어 사용 논란이나 고문치사 가해자의 기관장 임명 의혹까지 겹치면서 여러 악재를 동시다발적으로 맞고 있다. 이 지사의 돌파구는 결국 호남에서 압승을 거둬 대세론을 이어간다는 것인데 지금 상황으로는 이런 전략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호남 표심이 다른 지역처럼 이 지사에게 절대적으로 우호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양강 주자 타격한 악재들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는데 호남 지역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지사의 과반 득표가 유지되느냐 무너지느냐가 결선투표까지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한다. 이미 충청·경북·강원 등 지역 순회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 지사는 현재까지 치러진 권리당원과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앞서 있다. 이재명 캠프 한 관계자는 호남 대전을 앞두고 “특별한 변수 없이 완전히 굳히기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호남은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20%가 모여 있는 지역인 만큼 이낙연 전 대표가 이 지역에서 예상보다 높은 득표를 얻을 경우 승부는 미궁으로 빠질 수도 있다. 충청권에서 이 지사에게 크게 패한 이 전 대표는 서울 종로 지역구 의원직을 사퇴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친 상황이다. 호남 경선 결과는 추석 직후인 9월 25일과 26일 이른바 ‘슈퍼주말’에 나온다.

한때 대세론까지 나왔던 야당의 1위 주자 윤석열 전 총장도 ‘고발사주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고발사주’ 논란이 터지기 전에도 ‘주120시간 노동’ ‘건강한 페미니즘’ 등 후보 본인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상황이었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다른 주자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발언마다 논란이 잇따르자 아예 수면 아래로 숨는 전략을 택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던 와중에 검찰총장 재직 시절 야당을 시켜 여당 정치인과 기자 등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터지자 윤 전 총장은 후보 본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소통관에서 사안을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흔들리면서 유력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이 강조하던 ‘추석 전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는 이미 현실화됐다.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에 한정되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석열 캠프의 동요가 겉에서 보기보다 상당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 밖에 있을 때 압도적 지지율을 자랑해온 윤 전 총장의 캠프에 가세한 국회의원이 수십 명인데, 막상 당에 들어온 뒤에는 지지율이 빠지기만 하자 이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홍 의원 캠프는 상승세를 타면서 연휴 직전까지는 환호하는 분위기였다. ‘독고다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신이 대소사를 직접 결정하는 경향이 강한 홍 의원은 이번 대선 레이스를 치르면서 대변인도 여명 전 서울시의원 한 명만 둘 만큼 조직을 소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 한 관계자는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사무실에 오가는 손님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면서도 “캠프 조직은 소수정예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BNB타워 11층에 자리 잡은 홍준표 캠프는 최근 사무를 맡은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공보 조직을 지하 1층으로 보내는 등 조직이 커지고 있다. 홍 의원을 돕고 있는 외부인사들에 대한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외곽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의 이영수 회장이 대표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 숫자에서는 윤 전 총장에게 밀릴지 몰라도 조직력 등에서는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분석이다.

다만 홍 의원의 지지율 추이가 상승세라고 해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 비해 확실한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여야 주자를 모두 포함하든, 상대를 이재명 지사로 한정하든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홍 의원의 지지율에 비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선은 민주당보다는 한 달여 늦은 11월 5일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민주당보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많은 편이다.

호남 경선 결과가 승부 좌우

윤 전 총장에게 남은 돌파구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스킨십 강화나 당내 주자들끼리 치르는 방송토론회가 꼽힌다. 윤 전 총장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 출연 등을 통해 일반 유권자들에 대한 지지도에서 상대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SBS 집사부일체는 윤 전 총장 방송에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방송을 앞두고 있다. 당내 방송토론회의 경우 총 6차례 중 1회 차가 이미 방송됐다. 지난 1회 차에서는 윤 전 총장이 예상보다 선방했고, 홍 의원이 ‘조국수홍’ 논란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관전평이 지배적이다. 9월 23일, 26일 열리는 2·3회 차 방송토론회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그간 윤 전 총장이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본선 후보로 결정될 경우 TV토론회가 큰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봐왔다. TV를 통해 중계되는 방송토론회는 캠프도 참모도 도와줄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후보 본인의 역량에 모든 것이 좌우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첫 방송토론회 때 윤 후보가 나름 선방을 했지만 정책 각론 등 디테일에 들어가면 제대로 대답을 못 하는 모습이 여러 번 있었다”며 “앞으로의 토론회에서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도 깊은 토론이 나오면 각 후보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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