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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호] 2021.10.04

“대통령감이 없네!” 역대급 ‘비호감’ 선거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 민주당 이재명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photo 뉴시스
지난 9월 초 한국갤럽 조사에서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응답자 3명 중 1명인 32%가 ‘없다’ 또는 ‘모르겠다’라고 했다. 지난 대선 6개월 전인 2016년 11월 갤럽 조사에선 지지 후보가 ‘없다·모르겠다’는 응답이 22%였다. 대선에서 ‘찍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유권자가 늘어난 것은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힐러리보다도 낮은 호감도
   
   20대 대선이 ‘비호감 대결’로 치닫고 있는 것은 9월 셋째 주 갤럽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주요 후보 각각에 대해 ‘호감이 간다’·‘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이재명 후보 34%·58%, 윤석열 후보30%·60%, 홍준표 후보 28%·64%, 이낙연 후보 24%·66% 등이었다. 후보 호감도가 모두 40%에도 못 미치고 비호감도가 60% 안팎에 달하는 것은 과거 대선에선 보기 힘든 현상이다.
   
   후보 호감도 조사는 2007년 대선부터 여론조사 회사들이 실시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에서 경쟁이 치열했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호감도는 대선 1년 전 갤럽 조사에서 53%와 55%로 비슷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실시된 갤럽 조사에선 본선에 오른 이명박 후보의 호감도가 44%로 하락했지만, 경쟁자였던 정동영 후보(34%)와 이회창 후보(39%)보다 높았다. 막판까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초접전 승부를 펼쳤던 2012년 대선도 호감도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대선 한 달 전 미디어리서치 호감도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53%)가 문재인 후보(49%)를 4%포인트 차이로 앞섰고 최종 득표 차이도 3.6%포인트로 비슷했다.
   
   2017년 대선은 선거 막판에 후보들의 호감도와 함께 지지율이 요동쳤다. 대선 한 달 전인 4월 첫째 주 갤럽의 호감도 조사에선 안철수 후보(58%)가 문재인 후보(48%)보다 높았다. 당시엔 지지율도 문 후보(38%)를 안 후보(35%)가 바짝 뒤쫓았다. 하지만 4월 셋째 주 호감도 조사에선 문 후보(53%)가 안 후보(52%)를 역전했고, 지지율도 41% 대 30%로 벌어졌다. 홍준표 후보의 호감도는 그때까지 18%에 그쳤고 지지율도 9%로 3위였지만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최종 순위에선 2위에 올랐다.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비호감 대결로 꼽히는 2016년 대선의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대결과 비교해도 내년 3·9 대선은 최악의 비호감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미국 대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실시한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 중 클린턴 호감도는 38%, 트럼프 호감도는 37%에 그쳤다. 비호감도 역시 클린턴 59%, 트럼프 60%로 막상막하였다. 당시 트럼프는 막말과 성추문,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 등 각종 잡음에 휩싸이며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2016년 미국 대선 이전에 비호감도가 50%를 넘었던 후보는 1992년 재선에 실패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53%)이었다. 2012년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가 52%였다.
   
   

   10명 중 3명 차악 선택해야
   
   내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등 선두권 후보의 호감도는 각각 34%와 30%로 2016년 미국 대선의 트럼프(37%)와 클린턴(38%)보다도 낮다. 더구나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들의 호감도는 갈수록 하락하고 비호감도는 높아지고 있다. 3월 둘째 주와 8월 셋째 주, 9월 셋째 주 조사를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의 호감도는 46→40→34%로 하락한 반면 비호감도는 43→50→58%로 높아졌다. 윤석열 후보도 호감도가 40→29→30%로 3월에 비해 부진했고 비호감도는 47→58→60%로 상승했다. 한국갤럽의 9월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는 유권자는 4%에 불과했다. 이 후보에게만 호감을 지닌 경우는 28%, 윤 후보에게만 호감을 지닌 경우는 25%였고 두 후보 모두 비호감인 유권자는 29%였다. 즉 유권자 10명 중 3명은 여야의 유력 후보가 모두 비호감이지만 ‘덜 싫은 쪽’, 즉 차악(次惡)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대선 주요 후보들의 호감도가 하락하는 이유는 여야의 대선 경선이 시작되고 후보 검증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에게 당 안팎의 공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의 영향이 크다. 이재명 후보는 일 잘하는 후보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가족과의 불화, 여배우와의 스캔들 의혹 등 도덕성과 관련한 잡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정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포퓰리즘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성남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선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골 검사 이미지의 윤석열 후보 역시 출마 선언과 국민의힘 입당 이후 가족 스캔들과 준비되지 않은 후보란 프레임으로 고전 중이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에 당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에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도 진행형이다.
   
   지난 9월 15일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추진력’에 대해선 주요 후보 중 가장 점수가 높았지만 ‘도덕성’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윤 후보는 ‘도덕성’만 이 후보를 다소 앞섰을 뿐 ‘국민 소통 능력’과 ‘미래 비전 제시’ 등에선 평가가 부진했다.
   
   이번 대선이 비호감의 늪에 빠진 배경으로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치 양극화’가 심해졌고, 이로 인해 유권자들도 상대 진영 후보를 무조건 혐오하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인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보수진영의 박근혜 후보에 대해 진보층은 비호감이 65%였지만, 이번엔 보수진영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진보층의 비호감이 89%에 달했다. 또한 201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문재인 후보에 대해 보수층은 비호감이 62%였지만, 이번엔 진보진영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보수층의 비호감이 81%였다. 보수층과 진보층의 상대 진영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이번 대선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정치 환경뿐만 아니라 여야 후보들의 ‘태도’ 문제에 대한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후보들이 표 계산에 몰두하며 각자 지지층 결집에만 관심을 쏟고, 국민의 삶과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는 소홀히 하고 있다”며 “정치인의 비호감은 유권자의 기대를 외면할 때 커진다”고 했다. 조일상 메트릭스 대표는 “역대 대선과 비교해 이번엔 ‘대통령감을 못 찾겠다’는 불만이 커진 게 특징”이라며 “누가 이기더라도 국민에게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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