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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호] 2021.10.04

이낙연은 끝까지 간다? 경선 완주의 정치학

▲ 지난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열린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른바 ‘슈퍼주말’로 불린 지난 9월 25일과 26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호남권 지역 순회경선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상대로 전남 1승, 전북 1패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로써 이낙연이 이재명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말이 나왔다. 호남이 이 전 대표에게는 단순한 정치적 ‘홈그라운드’ 이상인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전남에서 122표차의 신승을 거둔 반면 이 지사는 전북에서 상당한 차이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전남 영광이 고향인 이 전 대표는 영광이 포함된 지역구에서 4선을 했고 전남지사를 지냈다. 반면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안방’은 서울·수도권 지역인데, 이 지역은 아직 경선을 치르지도 않았다.
   
   호남 경선이 끝난 주말 직후 이 전 대표는 CBS노컷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조기사퇴 가능성을 묻자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 대표에게 “(완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면 되냐”고 하자 “그런 질문을 마구 하느냐. 미안하지 않냐”고 맞받아친 것이다. 평소 ‘엄중낙연’이라고 불릴 만큼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이 전 대표가 제작진의 질문에 발끈한 것은 그만큼 호남 지역 경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전평이다.
   
   지난 호남 경선은 민주당이 경선 결선투표에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최대 고비로 평가받았다. 호남 지역의 민주당 권리당원이 20만표에 달하는 데다 이 지역이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안방’으로 평가받는 만큼 이 지사를 크게 꺾을 경우 결선투표로 갈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이 전 대표는 무승부에 그쳤고 내용상으로는 패배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 전 대표에게 호남은 단순한 정치적 고향을 넘어 사실상 정치활동을 해온 ‘모든 곳’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사퇴한 서울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 경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치 경험을 호남, 그중에서도 전남에서 했다. 이 전 대표는 16대 전남 함평군·영광군 지역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뒤 이 지역에서만 4선을 했다. 이후 2014년에는 전남도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당내에서는 사실상 이재명 지사가 경선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 지역 순회경선이 끝난 현재 남은 지역은 10월 3일 제주, 부산·울산·경남, 인천 그리고 마지막인 10월 10일 서울·경기다. 부울경의 경우 판세는 이재명 지사 측이 상당한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지사 캠프도 부울경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캠프 한 관계자는 “김두관 후보가 이재명 지사 지지를 선언한 데다 전재수 의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쪽 사람들에 울산 이상헌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부울경은 이 지사가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가 최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후보 사퇴 가능성을 갑자기 들고나온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최근 김두관 의원까지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이 지사의 승리에 한 발짝씩 더 다가가는 모양새다. 경선 초기부터 ‘명-추 연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 지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추 전 장관이 만약 사퇴를 한다면, 남은 표 계산에 따라 앞으로의 일정에 상관없이 결선투표행이 좌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슈퍼위크에 사활 건 이낙연
   
   전체적인 판세로 봤을 때 이번 대선에서 이 전 대표의 역할은 이제 ‘경선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역할’ 정도가 남았다는 말이 민주당 내부에서 나온다. 호남 경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 지역구 의원직까지 던졌고 당내 세력이 탄탄하지도 않은 만큼 대선 레이스에서 밀릴 경우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앞길은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이재명이 서로에게 남긴 상흔이 많다”면서도 “민주당이 원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던지기 위해서도 이낙연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경선이 종반전으로 흐르면서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통령 선거 때를 참고할 만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재명 지사가 경선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어서면서 노무현 후보 돌풍이 거세게 일던 당시 경선에서도 경쟁자들의 완주 여부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여당이었던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경선 전 당내에 이인제, 한화갑 등 유력 주자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울산에서부터 노무현 후보가 1위로 올라서면서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최대 분수령인 광주 경선에서도 노 후보가 1위를 기록하자 홈그라운드인 광주에서 한화갑 후보는 사퇴를 했다. 이후 경남과 전북, 전남에서도 노 후보가 승리하자 최대 경쟁자였던 이인제 후보도 사퇴했다. 당시 젊은 정치인으로 소장파로 분류된 정동영 후보만이 노 후보와 함께 경선을 끝까지 완주했다. 당시 승부를 뒤집을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정 후보는 끝까지 경선을 완주했고, 경선 막판에는 경기도에서 깜짝 1위를 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이후 열린우리당 의장에 이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되는 등 대선후보급으로 체급이 올라갔다. 하지만 당시의 정동영 후보와 현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40대로 소장파로 분류됐던 정동영 후보와 달리 현재의 이 전 대표는 1952년생으로 70세에 가까운 고령이라는 점도 그의 정치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동영도 그 이상은 못 컸지 않느냐”며 “경선에서 패하면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의 남은 변수가 많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제주와 부산·울산·경남, 인천 지역 순회경선이 열리는 10월 3일 2차 슈퍼위크를 앞두고 이 전 대표가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로서는 총 49만표가 걸린 이번 슈퍼위크에서 이 지사의 득표율을 50% 아래로 떨어뜨려야만 결선투표로 갈 수 있는 희망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이 지사의 득표율이 과반인 50%를 넘기면 민주당은 결선투표 없이 10월 10일 대선후보를 확정한다. 경선이 끝나면 보통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주당 최종 후보가 결정될 경우 누가 공동선대위원장이 될지도 앞으로 지켜볼 만한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캠프의 한 관계자는 “보통 경선에 맞상대하는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들리는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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