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홍준표(오른쪽),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9월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홍준표(오른쪽),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9월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에 자리 잡은 윤석열 대선 캠프는 출범 초기 한 층에 한 구역의 사무실만 사용하다 현재는 세 구역으로 확장했다. 캠프에 상주하는 인력이 늘어남에 따라 사무실 공간을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윤석열 캠프에 상주하는 인력은 70명 안팎이라고 한다.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중 유일하게 광화문에 자리 잡은 윤석열 캠프는 대선후보 캠프 사무실 중 평(3.3㎡)당 임대료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캠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 급속도로 세를 불리는 추세다. 대선주자 1, 2위를 다투는 후보의 캠프에 몸담겠다며 자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도 있지만 “사람은 최대한 많을수록 좋다”는 캠프 내부의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 국민의힘에서는 ‘매머드급’으로 평가받는 윤석열 캠프지만 규모와 구성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윤석열 캠프가 전·현직 국회의원과 법조인, 교수, 언론인 출신 등의 인사를 꾸준히 영입하는 데는 경쟁 상대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의 경우 대선 캠프뿐 아니라 경기도 전반에 걸쳐 있는 조직과 기관들이 사실상 선거 캠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도지사직을 놓지 않고 있는 이 지사에 비하면 선거 캠프의 규모로는 열세에 가깝다는 것이 윤석열 캠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상에서 이뤄지는 지지자들의 ‘조직적’ 행동도 윤석열 캠프에는 열세로 꼽히는 대목 중 하나다.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며 조직적인 지지모임과 온라인 팬덤을 보유한 이 지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에선 오차범위를 다투는 여론조사 지지율과는 별개로, ‘조직’에 있어선 아직도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사람만 많이 모은다고 좋을 게 없다는 지적을 듣기도 하지만, 인구 1300만명의 지자체장인 이재명 지사에 비하면 많은 게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는 최근 전국적인 선거조직을 꾸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월 3일에는 전국 단위의 청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7개 시도별 청년위원회와 대학생위원회 등을 통해 전국에서 2521명의 청년들을 모았다.

지난 10월 4일에는 이영수 뉴한국의힘 회장을 조직지원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이 본부장은 17대 대선 한나라당 유세본부장, 18대 대선 새누리당 직능6총괄 본부장, 19대 대선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 및 유세지원특별본부장을 역임하며 선거조직 구성의 ‘달인’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윤석열 캠프의 실세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으로 통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윤 전 총장과 만나며 ‘친윤계 핵심’으로 불렸던 권 의원은 지난 9월 29일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으며 캠프에 공식 합류했다. 캠프 내부에서 논의되는 각종 사안들을 경중에 따라 권 의원이 직접 결정·승인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6월 29일 이후 한동안 캠프는 소수 인원으로만 운영됐는데, 당시 가장 애를 먹은 곳이 공보팀이었다고 한다. 5명 안팎의 공보팀이 매일 수백 건씩 쏟아지는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정리하느라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다. 하루 수십 통에 이르는 기자들 전화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전언이다. 당시 윤석열 캠프를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서 “공보팀이 전화를 너무 안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캠프 공보실의 한 관계자는 “새벽 5시에 전화로 회의를 한 차례 한 뒤 점심까지 집에서 기자들 전화를 받다가 사무실로 나와야 할 정도였다”며 “못 받는 전화도 꽤 생기다 보니 원성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현재 윤석열 캠프의 공보팀은 대변인단 포함 17명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캠프에 몸담고 있는 전·현직 의원들이 방송, 라디오에 나가 인터뷰를 하며 사실상 공보 역할을 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캠프의 입’은 훨씬 많아진 셈이다.

하지만 입이 많아진 만큼 때로는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가 나가기도 한다. 윤석열 캠프에서 정무특보 겸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용남 전 의원이 윤 전 총장 손바닥의 ‘왕(王)’ 자 논란에 대해 “손가락 위주로 씻는다”고는 발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캠프 관계자가 방송 등에 출연할 때는 통상적으로 캠프 내부에서 논의된 메시지를 내지만, 이 경우는 김 전 의원의 돌출 발언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월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런 식의 이슈메이킹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며 “윤 후보가 우리 후보 중에서 지지율이 가장 잘 나오다 보니까 대중·언론의 관심도 뜨거운데, 윤 후보도 메시지 관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0월 3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청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0월 3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청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교통정리가 안 되네!

윤석열 캠프에 정치인 출신 인사들이 늘어나며 생긴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캠프 간의 불협화음도 두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갈등 때문이 아니었다. 윤석열 캠프 소속 인사 중 이 대표를 불신하는 이들 간의 물밑 다툼이 원인이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석열 캠프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와의 갈등 상황을 거론하며 ‘탄핵’을 언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빨리 본선 후보로 결정됐으면 좋겠다”면서 “당 차원에서 선거를 돕기 이전이다 보니 캠프 내부에서 교통정리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에 경험이 많은 당내 ‘프로’들의 힘을 받으려면 본선 후보로 결정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러한 윤석열 캠프에 대해 “파리떼”라는 표현을 쓰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9월 13일 “지난 3월 이미 파리떼가 (주변에) 잔뜩 모였을 것”이라며 “파리떼에 지난 5개월을 헤매온 것이 윤 전 총장의 오늘날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권경애 변호사와 금태섭 전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만든 ‘선후포럼(선거이후를생각하는모임·SF포럼)’ 유튜브 생중계에 참석해 “그 파리를 제대로 정리 못 하면 목적 달성이 힘들 거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주변 상황에 대한 비슷한 우려가 많아지자 아예 캠프를 해체했다. 대선 공약, 정치적 메시지 등을 두고 캠프 내에서도 엇갈리는 상황이 이어지자 독자행보를 택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지난 9월 14일 대선 캠프 해체를 선언하며 “정치권에 들어오고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출마선언을 하면서 정치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 들어와 혹독한 신고식을 거쳤다”며 “주변에 있던 기성 정치인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최 전 원장은 그러면서 “그런 과정에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는 점점 식어갔고,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 모든 원인은 후보인 저 자신에게 있고, 다른 사람을 탓해서 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때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지만 대선 출마선언 이후 오히려 주목도가 줄어든 이유를 기성 정치인들에 둘러싸인 탓이라고 자평한 셈이다.

홍준표 후보의 캠프 전략은 ‘몸집’을 중시하는 윤석열 캠프와는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청년들 사이에서 얻고 있는 인기를 바탕으로 온라인 선거 전략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향이다. 범보수권 대선후보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경선 캠프 조직을 과도하게 확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캠프 내 상주 인력은 30여명 안팎, 공보조직도 대변인 포함 5명 안팎으로 윤석열 캠프에 비해선 적은 편이다.

최근 홍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하며 여러 인사들이 캠프를 찾아오고 있지만 본선 전까지는 ‘소수정예’로 간다는 것이 홍준표 캠프 측 입장이다. ‘개인기’로 승부해온 홍 의원의 그간 정치적 행보가 그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홍 의원은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 경우가 잦고, 페이스북 게시글로 현안에 대한 의견도 자주 드러내고 있다. 캠프도 그간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와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쌓은 후보 개인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운동에 임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홍준표 캠프에서 활동하는 전·현직 의원은 조경태 의원과 정태옥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홍준표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의원은 홍 의원과 막역한 사이로, 최근 직접 발로 뛰며 돕는 일이 잦다고 한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0월 4일 경남 진주을 당협을 방문해 청년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홍준표 캠프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10월 4일 경남 진주을 당협을 방문해 청년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홍준표 캠프

온라인 2030 공략

홍준표 캠프는 2030 청년들의 인기를 발판 삼아 온라인상의 선거운동에도 힘을 기울이겠다는 분위기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홍 후보의 인기가 좋다 보니 캠프도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매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며 선거 전략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14일 홍준표 캠프에 합류한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은 2030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유튜버’이기도 하다. 구독자 39만여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개수작TV’를 운영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의 문화산업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여 전 위원장은 평소 유튜브를 통해 페미니즘 이슈 등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히며 2030 남성들로부터 호응을 얻어왔다.

홍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며 캠프에 여러 인사들이 모여드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윤석열 캠프에 비해 무게감 있는 인사 영입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홍 의원은 지난 9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론조사 지지율이) 선두로 나서니 인재풀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졌다”며 “그러나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된다. 26년 동안 정치하면서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각 분야의 인재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위원장의 비유처럼 파리떼같이 선거 때만 되면 몰려드는 그런 사람들은 제 주변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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