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홍준표·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제주시 도남동 KBS제주방송국에서 열린 제주합동토론회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13일 국민의힘 원희룡·유승민·홍준표·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제주시 도남동 KBS제주방송국에서 열린 제주합동토론회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경선이 종반전으로 치달으면서 예비후보들 간 합종연횡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윤석열 예비후보와 홍준표 예비후보 간 ‘세몰이’ 경쟁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지난 1·2차 경선 컷오프에서 탈락한 후보들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러브콜’을 하고 있다.

현재 윤 후보와 홍 후보 양측으로부터 모두 합류 제의를 받은 대표적 인물이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 8일 국민의힘 2차 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뒤 최 전 원장에게 전화해 “함께 가자”는 제의를 했다고 한다. 반면 홍 후보 측은 “어떤 쪽에서는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데 우린 그렇게 안 한다”며 “최재형 후보님이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캠프 한 관계자는 “최재형 전 원장이 이미지가 나쁜 분이 아니지 않나. 아무래도 같이 가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홍 대표가 말한 건 아니지만 분위기는 현재 그런 느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 캠프는 지난 10월 12일 해단식을 했다. 최재형 캠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 참석한 최 전 원장은 “지금 (경선) 단계에서 누구 손을 들어주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그러니까 여러분도 (나에게) 너무 구애받을 것 없이 홍준표 예비후보든 윤석열 예비후보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경선 2차 컷오프가 끝난 현 국면에서는 최 전 원장이 당장은 윤 후보든 홍 후보든 특정 후보를 돕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최 전 원장 주변에선 과거 캠프 실세로 통하던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도 자리를 떠났고 현재는 최 전 원장의 딸이 지근거리에서 의사결정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 전 원장과 함께 지난 10월 8일 국민의힘 2차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또 다른 후보 중 한 명은 하태경 의원이다. 최근 윤 후보 측은 하 의원에게도 합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하 의원은 그간 윤 후보와 여러 차례 각을 세웠던 만큼 4강 다른 후보인 유승민 예비후보를 도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 의원과 유 후보는 과거 바른정당 때부터 함께하며 동고동락한 사이이기도 하다. 두 사람 사이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하태경 의원이 아마 윤석열 후보 쪽에 합류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경선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최근 홍준표 후보 측에 가세했다. 홍 후보는 안 전 시장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안상수 선배와 저는 신한국당에 같이 들어와 26년간 당을 지켰다”며 “실물경제에 밝으신 분이 저희 당에 들어와서 26년간 경제정책을 이끌어주고, 이번에 정권 탈환에 같이 나서게 된 데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앞서 1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DJ 적자’ 장성민 전 의원은 윤 후보 측에 합류했고 박진 의원도 윤 후보 측에 가세했다.

몸값 높아진 원희룡에도 구애

윤 후보와 홍 후보를 중심으로 한 4명의 후보 간 팀플레이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윤 후보가 지난 10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원희룡 후보를 “대장동 1타 강사”라며 한껏 추켜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의 이 같은 노골적인 ‘원희룡 띄우기’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윤석열이 우군을 찾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원 후보는 국민의힘 2차 TV토론회가 끝난 현 시점에서 지지율 상승폭이 가장 두드러지는 후보다. 지난 8월 제주지사직 사퇴 뒤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을 빚기 전까지만 해도 원 후보의 지지율은 미미했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원 후보의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얽힌 ‘대장동 의혹’을 원 후보가 직접 나서 명쾌하게 설명한 유튜브 채널이 유권자들의 폭발적 관심을 받으면서 4강 고지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원희룡 캠프 관계자는 “마침 거의 한 달 동안 계속 때려댈 수 있는 주제(대장동)가 나온 것이 주효했다”며 “어쩌면 지금 대장동 의혹에 대해 이재명 후보보다 원 후보가 더 잘 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4강까지 오른 현 시점에서 원 후보가 단시일 내 후보 단일화 등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4강까지 올라왔고 제주지사로 멀리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중앙 정치에 복귀해야 하는 원 후보가 이 같은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희룡 캠프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네거티브 없이 현재와 같은 기조로 계속 가면 막판에는 지지율이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11월 5일 최종후보 선출을 한 달여 앞둔 현 시점에서 후보자들 간 합종연횡의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것은 최종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외부 인사들에게는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선 후보가 확정될 경우 후보를 돕던 기존의 인사들에 당 차원의 지원까지 합쳐지면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앞서의 최재형 캠프 관계자는 “최 전 원장도 경선이 끝나면 당연히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후보가 확정되면 그때 가서는 또 역할이 얼마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후보를 도와온 사람들이 있는데 이제 합류한다 해서 어떤 자리를 줄 수 있겠냐”라며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든지 아니면 아예 합류를 안 하든지 둘 중 하나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합종연횡에 따른 ‘세 불리기’가 과거만큼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제 유권자들이 유튜브를 보든 뉴스를 보든 자기 전문 분야 탐구를 하든 각자의 방식으로 똑똑해지고 있다”며 “예전처럼 당협위원장이 ‘다 끌어오라’고 해서 오는 시대도 아니고, 도의원도 당협위원장도 경선을 붙여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조직 동원의 위력이 과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승리한 민주당 경선에서도 당초 지역구 조직력이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중진의원들은 이낙연 후보를 지지한 반면 초선이나 지역 조직이 강하지 않은 중진들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는데, 경선 결과는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귀결된 것이 비슷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경우 비교적 윤석열 후보가 전통적인 방식의 세 불리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며 “민주당 경선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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