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아들 도박 의혹 관련 사과 발언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른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photo 뉴시스
(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아들 도박 의혹 관련 사과 발언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른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photo 뉴시스

내년 3월 대선을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보는 민심은 각종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통해 특정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단 여당 입장에서 보면 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의회권력을 거머쥔 여당이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에 끌려가고 있는 것은 어느 정권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현상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정권교체 여론을 온전히 후보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여론이 대부분 50%대 중반에 육박한다. 반면 야당 후보의 지지율은 40%를 간신히 넘어서고 이마저도 우하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뽑을 후보가 없다는 응답층 비율이 30%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몇 가지 현상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권교체 여론이 워낙 높고, 이런 여론을 형성하게 된 국민 정서의 기반이 부동산, 공정 이슈의 영향 등으로 워낙 견고하게 다져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견고한 반문(反文) 정서가 표심 기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좀처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반전을 이뤄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윤 후보 개인적으로도 경선 과정에서 나름의 맷집을 보여줬고, 세몰이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반면 이 후보는 4번의 전과기록과는 연관 없던 새로운 의혹, 대장동 특혜 논란에 발목이 잡히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여야 후보가 모두 정해진 11월 중순만 해도 여당 내에서조차도 “후보 빼고는 유리한 것이 하나도 없는 선거”란 자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선거를 80여일 남긴 현 시점, 흐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지지율을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일어난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코로나19는 계속 악화되며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이 없는 상황인데도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가족 리스크 대응의 차이

답은 후보 개인과 선대위의 소통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두 후보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던 가족 리스크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양측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먼저 가족 리스크가 터진 것은 윤 후보 측이다. 12월 초 부인 김건희씨가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즈음 윤 후보 쪽의 대응은 이랬다.

“김씨가 연예인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후보 부인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 12월 8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김건희씨 허위경력 논란은) 제목을 조금 근사하게 쓴 것이고 이런 사안은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아니다. 조금 과장했다 그 말 아니겠나.”(김재원 국민의힘 클린선거전략본부장, 12월 17일 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이런 식의 여론전에도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후보가 나서서 사과했다. 문제는 후보 본인의 사과 과정 자체도 지난했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15일 김건희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과할 뜻을 밝히자 이에 대해 “적절해 보인다”고 에둘러 자신의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이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획 공세’란 표현엔 많은 것이 담겨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윤 후보는 12월 17일이 되어서야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개사과 사건’으로 진정성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는 윤 후보 입장에서는 너무 사과가 늦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 면에서 조수진 전 공보단장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 국면에서 조롱섞인 사과를 했다고 비판받은 것은 진영 전체의 태도 논란으로 비화됐다고 할 수 있다.

김씨의 허위이력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이번엔 이재명 후보 아들의 불법도박과 성매매 의혹이 불거졌다. 12월 16일 조선일보가 조간신문을 통해서 불법도박 의혹을 처음 보도했는데 보도 몇 시간 만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후보는 이날 사과문을 통해 “언론 보도에 나온 카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는다”며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다.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도 자신이 한 행동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해 무척 괴로워한다”며 “온당히 책임지는 자세가 그 괴로움을 더는 길이라고 잘 일러줬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아들 문제와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의 사과가 진실인지, 진정성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재판 때문에 아들을 관리하기 어려웠다는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사과의 기술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12월 2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다. 그는 이날도 아들 문제에 대해서 사과하다가 이 후보가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 같다고 사회자가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제가 딱 한 번 (언급)했다. 결혼 전 사생활 갖고 그러면 되겠냐, 그게 무슨 국정이나 후보 책임과 연결되냐는 말씀을 드렸다. 다만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불법, 범죄 부분이니 언론과 국민은 (언급)하겠지만, 저도 사실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내가 누굴 비난하겠나. 전 가능한 언급하지 않겠다.” 일부 유튜버들이 아들 사건이 야당의 공작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오히려 이재명 캠프에서는 공작 의혹에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사과는 정확성과 신속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두 후보가 가족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보여준 기술의 차이는 컸다. 법적 문제는 검찰이나 법원을 통해 판단할 수 있지만, 국민 정서를 어떻게 달랠지는 결국 후보의 자세가 중요하다.

당장 두 후보 가족 리스크가 반영된 시점에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빠졌지만 윤 후보의 하락폭이 훨씬 컸다. 골든크로스가 일어난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조수진 윤석열 캠프 전 공보단장과의 갈등 국면이 반영되지 않고 윤 후보의 말실수가 불거지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는 것을 보면 결국 가족 리스크 대응방식의 차이가 지지율의 차이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가족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 지지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의 尹 캠프, 반전 이뤄낸 李 캠프

문제는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이런 일들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생긴 데에는 더 깊은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먼저 캠프 내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다. 윤석열 캠프가 비대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문제는 비대해진 캠프에 정작 후보에게 직언을 할 사람이 없고, 직언을 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 김건희씨와 가깝게 지내는 인사들이란 점이다. 이들은 후보의 집이나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종종 술자리를 갖는 사이다. 이들이 후보 주변에서 ‘인의 장막’을 치고 정확하게 상황 전달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느라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한 중진의원은 기자와 만나 “김건희씨 관련 얘기를 후보에게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아무래도 껄끄러운 문제니까…”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런 한탄은 현재 캠프 내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의원은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울산 회동 때 결정적 연결고리를 한 인사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결국 이 문제를 정확하게 후보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대응하다가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전 단장 간 문제로 번졌다”면서 “처나 장모 리스크는 여전히 살아 있는데 지금껏 한 것처럼 대응하면 선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조수진 전 단장의 경우 또다시 사과 진정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뼈아픈 부분”이라며 “결국 지금 캠프 인사들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이나 입각, 대선 후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을 필두로 한 정계개편, 심지어는 다음 총선 공천까지 저마다의 속내를 감추고 자기 정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리스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라 있다는 평가다. 이 후보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발 빠른 사과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이 후보가 중심이 되어 캠프 인사들 간 의사소통을 빠르고 유기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란 전언이다. 다음은 한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후보는 캠프 핵심 인사들이 텔레그램이나 카톡을 보내면 바로 답장을 한다. 피드백이 빠르다. 그래서 주변에서 가족 문제에 대해 빠르게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면 본인이 바로바로 사과한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계속 들으니 사과도 여러 차례 정확하게 하는 거다. 이제는 캠프 실무자들 사이에서 ‘후보가 사과를 그만해야 한다’고 할 정도란 말이 나오고 있다.”

정확성과 신속성은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한 인사는 “정책을 만들어 보고하면 후보가 이미 보고하는 과정에서 사안을 파악하고 이를 단순화해서 바로 메시지팀이나 전문가 그룹에 넘기는데 그 과정이 엄청나게 빠르다”며 “어느 정도 정책 선거를 치르는 궤도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사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이 후보가 꺼내든 양도세 중과세 유예 방안을 놓고 캠프와 정부가 대립하는 모양새인데 캠프에서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오히려 그동안 네거티브 이슈에 묶여 있다가 최근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캠프 인사는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정치’ 가지고 싸울 때, 우리는 ‘정책’으로 싸우는 거니까 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행정가 vs 검사

이력의 차이가 선거판의 개인기로 연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두 사람은 국회 경험이 전무하다.

이 후보는 변호사를 잠깐 하다가 곧바로 행정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2010년 성남시장을 시작으로 두 번의 기초단체장과 한 번의 광역단체장 경력을 갖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줄곧 검사생활을 하다가 곧바로 정치에 입문했다. 행정가와 검사라는, 어떤 면에서 다소 대조되는 이력을 갖고 있다.

이재명 후보를 오랜 기간 곁에서 지켜봤던 한 인사는 이번에 이재명 후보가 가족 리스크를 돌파하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행정가가 하는 일이 뭔가. 갈등을 조정하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나? 현장에 가서 듣고,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거다. 이재명 후보는 그런 게 익숙한 사람이다.”

반면 윤 후보의 경우 개인이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를 떠나, 검사는 형사 소추 과정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피의자의 진술을 받아내 공소를 제기하는 일을 한다. 경청할 수 있지만 사과를 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직업군이다. 특히 윤 후보처럼 권력형 비리 사건을 오래 수사한 사람은 정의감, 사명감에 가득 차 수사를 하기 때문에 도덕적 우월감도 밑바탕에 깔고 있기 쉽다.

윤 후보가 “자신이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는 일을 했으면 이 자리까지 왔겠냐”고 여러 차례 항변한 바 있는데, 이런 자신감의 바탕에는 도덕적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그게 주관적일지라도 본인은 이를 객관화하려고 한다. 또한 윤 후보는 자기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때 굽히기보다는 정면돌파를 했던 스타일이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팀장을 할 때 현직 검사가 국회까지 나와 수사 과정에서의 부당함을 국회와 언론에 호소했다. 검찰총장을 할 때도 현직 의원들과 설전을 불사했다. 쉽게 굽히지 않았던 그의 캐릭터가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지만, 정치인으로 전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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