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photo 뉴시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photo 뉴시스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재명 후보 직속 디지털대전환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민주당 선대위 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민주당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4선의 박 전 장관은 과거 원내대표를 지냈던 만큼 정치적 중량감을 가지고 있다. 박 전 장관이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그와 친밀한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 등 중도 성향 인물들이 선대위에 합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박 전 장관은 지난 12월 17일 귀국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전문위원 자격으로 지난 9월 출국했다가 당초 예정보다 한 달 정도 빨리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다. 10일간 자가격리를 한 뒤 연말부터는 공식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박 전 장관은 지난 12월 19일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서울시의원단 간 비대면 간담회로 선대위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박 전 장관이 이재명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박 전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이상돈 전 의원이다. 중도보수 성향으로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내기도 했던 이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는 비판적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게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으로 알려진다. 현재 중앙대 명예교수인 이 전 의원은 과거 법대 교수 시절 이재명 후보를 직접 가르친 인연이 있다. 이 후보와 이 전 의원 간에는 실제로 “절 좀 도와달라”는 식의 요청과 덕담, 안부 인사도 오갔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이 전 의원의 영입과 관련해서는 특히 이 후보와 같은 중앙대 출신 민주당 인사들이 중심이 돼 군불을 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후보는 온라인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에서 캠프 인사 영입과 관련해 ‘은사 이상돈 선생 영입 생각은 없냐’는 글에 “노력 중인데 잘 안 된다.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썼다. 민주당 내 중앙대 출신 인사들은 노웅래 의원 외에도 김영진·김남국·문진석 의원 등 여러 의원이 있다. 모두 이재명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며 선대위 내에서 상황실장 등 핵심 보직을 맡고 있다.

중앙대 은사 이상돈도 합류?

한편으로는 박 전 장관이 귀국하면서 민주당 선대위 내 노선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내기는 했지만, 당내의 대표적 비주류 인사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치러진 보궐선거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박 전 장관은 선거 기간 내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시달린 바 있다. 당시 당내 경쟁자였던 우상호 의원을 공개 지지했던 임 전 실장은 연초 페이스북에 수차례 글을 썼는데, 박 전 장관 측에서는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재 이재명 후보 선대위의 최대 고민은 당내 주류인 친문 의원들이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 박영선 전 장관, 노웅래 의원 등은 모두 민주당 내 비주류로 분류돼 친문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친문 주류가 아직 이 후보의 대선 승리를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는다.

이상돈 전 의원의 합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이 같은 관점에서 나온다. 2014년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 전 의원을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하려다가 당내 주류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었다. 당시 정치적 타격을 크게 입은 박 대표 역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었다. 만약 이 전 의원이 다시 이재명 선대위에 합류할 경우 2014년 ‘데자뷔’가 반복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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