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오는 3월 21대 대선을 치르고 약 3개월 뒤에 실시된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각 정당에선 지방선거 기획단 등을 조직해 지역별 선거 준비에 나섰겠지만, 지금으로선 모든 관심이 대선에 쏠리면서 지방선거 관련 실무 작업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초의회 의원 등의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신인 정치인, 특히 청년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활로는 사실상 전무하다. 당장 오는 2월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해도 자당 대선후보 운동에 동원돼야 하는 실정이다.

2021년 2월 설립된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WAYS)’는 오는 선거를 둘러싼 이 같은 문제를 국회 밖에서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뉴웨이즈는 청년 정치인을 발굴·육성해 국회와 유권자에게 소개하는 일종의 ‘에이전시’를 표방한다. 국내에선 지금껏 찾아볼 수 없던 활동으로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뉴웨이즈는 벌써 7개 정당과 업무협약을 맺고 각종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정치권에선 두각을 보이고 있다. 뉴웨이즈 설립 배경과 활동 내용, 그간의 분석 자료 등엔 기존 정치권에서 제시하지 못한 청년 정치 필요성과 어려움 등이 상세히 묻어나 있다.

주간조선은 새해 1월 중순부터 6월 1일 지방선거 전까지 뉴웨이즈가 발굴한 청년 정치인들을 선정·소개하는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최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지방선거 피선거권 연령이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지는 등 청년 정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힘입는 만큼 젊은 신인 정치인들을 적극 발굴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앞서 만난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는 지난 12월 24일 “유권자의 권리가 인쇄가 다 끝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데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투표용지가 마음에 안 들면 투표용지에 올라올 사람부터 바꿀 수도 있다”라며 활동 취지를 밝혔다.

“연예계·재계도 있는 육성 시스템, 정치엔 없어”

뉴웨이즈는 청년 정치인, 구체적으로는 만 39세 이하 정치인을 직접 발굴해 실력을 키우고 이들을 지역 유권자들과 연결하는 일에 주력한다. 정치권 안팎에서 뉴웨이즈가 일종의 ‘플랫폼’ ‘정치 스타트업’ ‘프로젝트 단체’ 등으로 일컬어지는 건 이런 활동 내용에서다. 뉴웨이즈가 청년 정치인과 유권자를 부르는 명칭은 각각 따로 있다. ‘젊치인(젊은 정치인)’과 ‘캐스팅매니저’. 지난 12월 기준 뉴웨이즈가 모집해 지원하는 젊치인은 약 200명, 캐스팅매니저는 약 6500명을 기록했다. 200여명의 젊치인 중 올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인원은 110~120명이다. 여기엔 주부, 아파트 동대표, 계약직 종사자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인사들부터 프로그래머, 연구원, 기업가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적지 않다. 뉴웨이즈가 활동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성과다.

본래 박 대표는 수년간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각종 임팩트 투자(수익 창출 외에 사회·환경적 성과 달성도 목표하는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그가 정치 활동에 뛰어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20년만 해도 디지털성범죄, n번방 등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요구, 청원이 있었다. 하지만 변화는 더뎠고 변화가 있었다 해도 지속가능성엔 항상 의문이 붙었다. 파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는데 이는 한 개인의 유능함만으론 불가능하겠다는 문제의식이 들었다.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모아야 하고 결정적으론 의사결정권자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체감했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활로는 정치 산업에 있었고, 구체적으로는 지방선거에 있다고 봤다.”

박혜민 대표와 함께 뉴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곽민해 매니저도 이런 취지에 공감하며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당시 이들이 주목했던 건 2018년 지방의회 선거 결과다. 당선자 4016명 중 만 39세 이하 청년은 6%(238명)에 불과했으며, 전체 기초의회 중 청년 당선자가 없는 곳은 절반이나 됐다.

“지금의 2030세대가 겪는 경험과 가치는 이들의 삶을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따라가기 어렵다. 기성 정치인들은 ‘A’를 들어도 ‘A’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중요 순위로 두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의사결정권자가 다양할수록 그 결과는 좋아진다는 내용의 연구는 이미 많다. 논의 테이블 구성원들의 동질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고, 여기엔 청년 세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연예계, 재계 등 어디든 있는 육성 시스템이 오랫동안 존재해온 정치에는 없지 않나.”

이에 박 대표는 지난해 2월부터 현역 기초의회 의원들과 국회 보좌진들을 직접 만나 실제 정치 출마 과정, 각종 비용, 정당·지역별 특징, 공천 절차 등을 세세하게 분석·정리했다. 여기엔 정당 결정 방법, 정당별 출마 준비 포인트, 당원 모집 팁, 정당별 공천 과정, 지역정당 활동 시작을 위한 방법 등이 담겨 있다. 현역 의원들의 ‘코칭’ 글과 익명으로 의원들이 남긴 팁들도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국회 어느 중앙 정당이나 지역에서도 일러주지 않는 내용인데,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지금의 정치권에선 실질적인 청년 정치인 양성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다만 현재 뉴웨이즈에선 지원 대상을 기초의회 의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선출직 선거 중 들이는 비용이 가장 적거니와 겸직도 가능해서다. 더 많은 의사결정권자 배출로 실질적인 동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단위이며, 지금 시점에서 청년들도 준비만 잘하면 도전할 수 있는 부문이라 봤다”라고 말했다.

뉴웨이즈가 지원한 청년 정치인 프로필 자료는 업무협약에 따라 국민의힘, 정의당 등 7개 정당에 각각 발송된다. 협약을 거부한 민주당은 여기서 배제된 상황이다. 또 청년 정치인들은 뉴웨이즈를 통해 캐스팅매니저, 즉 지역 유권자들과 온·오프라인상에서 소통할 기회를 다수 갖는다. “정당의 지역 사무실에선 일단 주민센터부터 가서 의용소방대 등에 가입하라고 권한다. 근데 막상 가면 나이대가 다르고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활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뉴웨이즈 측에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253개 지역구의 양당 지역위원장 및 당협위원장들로부터 청년 정치인 공천 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아내는 등의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당 경선이 시작되면 각 당원들과 정치인을 연결하고 후보들이 효과적으로 후원받을 방법도 강구할 예정이다.”

지난 7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국민의힘 측과 ‘2030 청년인재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국민의힘 측과 ‘2030 청년인재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방선거 출마 청년들, 대선에만 동원”

최근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의 이준석 당대표의 행보 등을 두고 결국 청년 정치인들도 ‘본인 정치’나 ‘세력화’ 등 기성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는 길을 걷는 것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이런 주장을 폈다. “청년 정치인이 적다 보니 ‘청년 정치’라는 것이 대표성 있는 소수에게만 투영된 데 따른 결과라 본다. ‘좋은 정치’에 대한 답은 다양하다. 여기서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젊은 정치가 옳은가’라는 질문은 서로 달리 봐야 한다. ‘청년을 왜 필요로 해야 하냐’가 아닌 ‘우리 정치가 어떻게 해야 더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청년 정치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젊은 정치인 중엔 당연히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전제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청년 정치인들이 지금 가장 우려하는 점은 지방선거 직전에 대선이 실시되면서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청년 정치인들이 조명받을 여유나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정당들은 지방선거를 대선 견본품 정도로 여긴다. 정권교체 혹은 정권유지라는 어젠다를 유지하기 위해 지방선거엔 당장 에너지를 쓸 게 아니라고 본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 관련 메시지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청년 정치인들은 유권자 접촉을 늘리며 얼굴,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잃고 있다. 일단 대선 캠프로 향하라는 분위기인데, 정치에 대한 고민도 하기 전에 수단으로 전락할 여지가 크다. 신인 청년 정치인들에겐 불리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박 대표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청년 정치 입문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청년 정치인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은 개인마다 다르다. 이는 인지·탐색·결심·출마·당선 5단계로 세분화해 뜯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지 단계에서 정치를 본인이 해야겠다는 인식을 갖기가 어렵고, 갖는다 해도 정보를 어디서 수집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렵게 결심을 하고 나면 선거 비용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기초의회 의원의 경우 총비용이 4000만~4500만원이다. 여기서 예비경선 비용은 별도라 봐야 한다. 당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본업을 버리고 선거에 뛰어들긴 어려운 구조다.”

또 출마 과정에서 젊은 나이는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분석이다. “공천권을 쥔 지역위원장이 의지가 없으면 ‘어리니 앞으로 기회가 많다’ ‘서두를 게 뭐가 있나’ 등의 말로 공천권을 기성 정치인에게 넘긴다. 만약 여기서 말을 어기고 경선에 나오면 ‘얘가 말을 안 듣네?’라는 식으로 찍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선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리적으로 기성세대는 젊은 층에 비해 그 지역에서 10~30년은 더 오래 살았다. 지역 기반의 네트워킹 시간과 자원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만약 여기서 이사라도 했으면 상황은 더 불리해진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사실상 지금의 정치는 입문에서부터 성장까지 개인의 역량만으로 돌파해야 하며 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은 부재하다.”

박 대표가 이렇게 청년 정치 문제를 체계적으로 짚고 이를 밖으로 제시할 수 있는 건, 그가 정치권 밖에 있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2018년 주요 정당, 청년 공천 약속 어겨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정치권이 강조하는 ‘청년 정치’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기도 하다. “청년 관련 당내당 조직이나 위원회 결성, 인재 영입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여기서 청년들에겐 ‘역할’만 부여할 뿐 책임과 권한은 주지 않는다. 역할만으론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청년 정치를 위한 변화, 혁신의 필요성을 정말 느낀다면 청년할당제 등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견지해야 한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을 위한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은 청년 공천 비율로 각각 ‘광역 20%, 기초 30%’ ‘광역·기초 50%’ ‘전체 후보의 10%’를 제시했다. 여기서 이를 지킨 곳은 정의당뿐이다. 박 대표는 "하지만 그 비중은 여전히 적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뉴웨이즈는 올해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에서 전체 당선자의 20%를 청년 정치인으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 당선자들은 또 다른 청년 정치인을 위한 코치단, 동네 문제를 해결할 유권자들의 파트너가 될 거다. 지역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잘 담길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자료는 향후 온라인으로 누구나 볼 수 있게끔 하여 서로 정보, 정책을 교환하는 솔루션을 구축해보려 한다. 광역의회 선거나 총선 지원은 그 이후에 논의될 듯하다. 선례 없는 길에 대한 불안함, 막연함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보려 한다.”

이성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