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관측소)를 방문해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관측소)를 방문해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 때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는 심 총장까지 야당 대선 캠프로 갔다고?”

지난 12월 24일 심승섭 전 해군 참모총장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합류가 발표되자 군내에서 이처럼 “뜻밖이고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군 수뇌부의 윤석열 캠프행은 심 전 총장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여름 김용우 전 육군 참모총장, 이왕근 전 공군 참모총장,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전진구 전 해병대 사령관 등이 윤 캠프에 합류했었다. 문 정부의 현역 군 수뇌부 중 합참의장과 해군 참모총장만 윤 캠프행에서 빠져 있었는데 해군 참모총장 출신까지 야당 캠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심 전 총장의 선택은 단순히 해군 총장 출신도 야당 캠프행에 동참했다는 것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가 문 정부 장성들 중 일종의 ‘신기록 제조기’였기 때문이다. 2018년 그는 전임자에 비해 무려 4기수를 건너뛰고 해군 최고 수뇌가 됐다. 9개월 만에 소장에서 대장으로 진급, 별이 2개에서 4개로 늘어 유례를 찾기 힘든 ‘최단 시간 내 초고속 진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현 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실세인 송영무 전 장관 라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 그가 야당 캠프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군 수뇌부는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 출신만 빼고 상당수가 야당 캠프를 향하는, 유례를 찾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현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직업군인에 대한 존중, 호국보훈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는 처음으로 이순진 합참의장 전역식에 참석한 것 등이 현 정부가 자랑해온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군 수뇌부 출신들의 잇단 ‘이탈’은 정부에서 내세우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군심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직 군 수뇌부들의 야당행에 맞춰 상당수의 예비역 장성들도 속속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현재 일부 중복 참여하고 있는 숫자를 제외하면 2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윤석열 선거대책위나 국방안보특보단 등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 캠프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있는 예비역 장성들은 몇 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가장 큰 그룹은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김용현 예비역 중장이 이끄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이다. 여기엔 무려 100여명의 예비역 장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윤 후보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지난해 초부터 예비역 장성 영입 및 공약 작성 작업을 주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우 전 총장 등 문 정부 전직 수뇌부 그룹이 이끄는 ‘국방혁신 4.0 특별위원회’에도 수십 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도 별도의 그룹을 각각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동안 각 그룹 사이에 일종의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12월 27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가 추가 인선 발표를 함에 따라 ‘교통정리’가 됐다고 한다. 이날 인선을 통해 중앙선대위 산하에 김 전 육군 총장, 정호섭 전 해군 총장, 이 전 공군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국방혁신위원회가 발족됐다. 국방혁신위 부위원장으로는 전진구 전 해병대 사령관, 김용현 전 본부장,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가, 위원으로는 김인호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김판규 전 해군 참모차장 등이 각각 참여하고 있다. 국방혁신위와 별개로 한기호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방안보특보단도 발족했다. 국방안보특보단에는 신원식 국방위원과 백승주 전 의원이 수석부단장으로, 김용현 전 본부장, 이기식 전 해군작전사령관이 부단장으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심승섭 전 해군 총장과 최차규 전 공군 총장은 북핵대응특보로, 김병관·임호영·최병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한·미동맹특보로, 김근태 전 1군사령관, 성일환 전 공군 총장, 이호연 전 해병대 사령관 등은 국방정책특보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국방혁신위와 국방안보특보단에 각 군 참모총장 출신 등 대장 출신만 10명 넘게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현 전 본부장은 두 곳 모두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도 예비역 대장들을 비롯, 예비역 장성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2021년 12월 말 현재 이 후보 캠프에 참여한 예비역 대장은 총 5명이다. 지난 9월 박종진 전 제1야전군 사령관, 김운용 전 지상작전군 사령관, 황인권 전 제2작전 사령관 등 예비역 육군 대장 3명이 합류했다. 여기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제2작전 사령관 출신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 지역위원장 등까지 포함하면 대장 출신이 5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캠프에 참여한 예비역 장성 규모는 아직까지 윤 캠프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현재까지 100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 캠프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12월 말 현재 5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캠프 예비역 장성들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평화번영위원회 산하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화번영위 산하 국방정책위는 김병주 의원과 모종화 전 병무청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군 출신은 아니지만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도 이 후보 측 국방정책위 부위원장단에 포함됐다. 평화번영위 산하 스마트강군위원회에는 박종진·김운용·황인권 전 사령관 등 3명이 공동 위원장을, 최현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예비역 공군 중장) 등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평화번영위 안보상황실장은 김성일 전 국방대 총장(예비역 육군중장)이 맡았고, 정항래 전 육군 군수사령관 등도 이 캠프에 합류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산하 통일국방안보위원장은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맡고 있는데 민 위원장도 예비역 육군 준장이다.

예비역 장성 숫자는 많지 않지만 이 캠프는 윤 캠프에 비해 일찍 조직정비를 하고 전체 국방 공약을 먼저 발표하는 등 선거 운동에선 다소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2월 24일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후보 국방안보특보단 출범식’ 행사를 열고 구체적인 국방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스마트 강군 건설 △선택적 모병제 도입 △병사 월급 최저임금 수준 200만원 이상 단계적 인상 △장병 복무여건 획기적 개선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기구 설치 등 ‘5대 국방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게 되면 기존 초급 부사관 월급과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해 군인 전체의 보수체계를 전면 재조정, 10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이 후보의 일부 국방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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