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photo 뉴시스

가까스로 내홍을 봉합한 국민의힘이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을 앞두고 다시 술렁이고 있다. 권성동 전 사무총장이 최고위원회 의결 없이 재보선 지역 당협위원장을 임명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는 모습이 펼쳐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오전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에서는 서울 서초갑, 충북 청주 상당,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 임명 사실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최고위 의결 없이 해당 지역 당협위원장을 임명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서초갑 전희경 전 의원, 청주 상당 정우택 전 의원, 김해을 김성우 전 경남도의원을 조직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조직위원장이 당원협의회를 구성해 위원장을 선출하면 당 최고위에서 이를 승인해 당협위원장을 임명한다.

다만 지난해 초 최고위는 당내 반발을 고려해 당협위원장 임명안은 보류했다. 특히 서초갑의 경우 전희경 전 의원뿐 아니라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정미경 최고위원 등 유력 여성 정치인들이 각축을 벌이는 곳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청주 상당 역시 윤갑근 전 충북도당위원장이 예비 후보 등록을 하는 등 경쟁이 심한 곳이다.

당내 역학관계를 아는 이들은 서초갑 공천이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갈등이 다시 폭발할 수 있는 지뢰밭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윤희숙 전 의원의 지역구였으나, 윤 전 의원은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책임을 진다는 이유로 사퇴했다. 지난 11월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서초갑 조직위원장을 뽑았는데 전희경 전 의원, 정미경 최고위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공모했다. 당초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조 구청장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조 구청장은 당과 사전 논의 없이 구청장을 사퇴했다는 이유로 여론조사에서 배제되었다.

전희경 전 의원은 원내대표 비서실장직을 맡고 있어, 당 지도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러닝메이트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후보 결정에 윤 후보 측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여겨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권성동 의원이 최고위 협의 없이 전 의원을 당협위원장에 임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후보가 전희경 전 의원에게 기운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실제 이번 당협위원장 임명 문제를 최고위에서 제기한 이는 지난 공모에 탈락한 정미경 최고위원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미경 최고위원과 이준석 대표가 가까운 사이라는 점이다. 이 대표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정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돕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당내에서 ‘고립’된 이 대표 입장에서도 정 최고위원이 원내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즉 서초갑 공천을 놓고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다시 한번 맞붙을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의외의 다른 방향으로 서초갑 공천이 정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년 넘게 구청장을 지내 인지도가 높은 조은희 전 구청장이 경선에 참여하게 되면 유리할 것으로 보는 지역 여론이 많기 때문이다. 조 전 구청장은 윤 캠프에서 국민공감 미래정책단장직을 맡아 뛰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당내 분란을 막기 위해 제3의 여성 정치인을 공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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