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서울 양천구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이병철씨 빈소. ⓒphoto 조윤정
지난 1월 12일 서울 양천구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이병철씨 빈소. ⓒphoto 조윤정

‘이재명 후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고 이병철씨의 빈소는 단출했다. 1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메디힐병원 장례식장. 부의금을 받는 책상과 식탁 서너개가 차려진 썰렁한 빈소 앞을 유족들이 지키고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기자가 세 번째 조문객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다. 11시가 지나고 조문객과 근조 화환이 하나둘 들어오고 취재진이 입구에 몰려들었지만, 빈소 안 만큼은 큰 소리 없이 고요했다.

유족들은 침묵했다. 빈소 옆에 선 고인의 친누나 이옥선씨는 “심장마비가 아닐까 생각은 하지만,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안다. 더는 할 말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고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다. 지난 2018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담당했던 이태형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주식 20억여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지난해 10월 깨어있는시민연대(깨시연)를 통해 제보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허위 주장’이라며 고인과 시민단체 대표를 무고죄로 고발 조치했다. 그런 그는 지난 1월 11일 오후 8시 40분쯤 서울시 양천구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사실이 없으며 현재 병원에서 부검 중이다. 타살 정황도 없고, 고인이 남긴 유서도 없다. 유족은 “당뇨와 심장병이 가족력으로 있긴 하지만 정확한 사인은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는 모텔에서 석 달쯤 전부터 장기 투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경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딸 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 자살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적은 바 있다. 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고인이) 자식들과 같이 살진 않았지만, 부모자식 간 사이가 좋았다”며 “연락도 주기적으로 했는데 딸이 3일쯤 전에 아빠가 연락이 안 된다 해서 실종 신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함께 제기했던 관계자들도 빈소에 속속 도착했다. 민주당이 취한 고발조치와 관련해 법률 자문을 해주던 이민석 변호사는 고인과 대화한 채팅창을 보여주며 “이번 달 초까지만 해도 이 후보를 추가 고발하자는 내용을 함께 적극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민주당 선대위에서 고인을 ‘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고 칭한 입장문을 낸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생전 고인이 이태형 변호사에게 “이재명 지사(변호할 때) 얼마 받는지 잘 들었다” “3억에 주식 23억 해갖고 25억 받았다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던 녹취록을 취재진에 공개하며, “고인과 이 변호사가 동석해서 나눈 대화인데 어떻게 조작했겠느냐”고 말했다. 깨어있는시민연대당 당원으로 고인과 알고 지냈다는 국석연씨는 “지난달에 (고인을) 만나 이재명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했다”며 “심리적으로 우울하거나 그래 보이진 않았다”고 전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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