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가 지난 1월 11일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 발표회에서 메타사회 시연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월 11일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 발표회에서 메타사회 시연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새해 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 것이 체계적 선거전략의 부재였다. 선대위가 지나치게 비대하고 권한과 책임이 모호하게 꾸려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반면 갈등이 봉합된 뒤에는 이준석 당대표가 국민의힘 선거전략을 틀어쥐고 2030 청년들을 전면배치하면서 청년층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책본부 산하 ‘AI윤석열’ ‘쇼츠(Shorts)’ 등의 팀이다. 선대본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 ‘AI윤석열’ 팀은 실무진이 4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백경훈 전 하우스 사무국장이 실무진을 총괄하고 있다. 최종결정권자는 김용태 최고위원이다. 윤 후보의 대선 정책공약을 59초 이내의 짧은 동영상으로 설명하는 ‘쇼츠’ 팀에도 실무진이 5명 있는데 역시 대다수 인력들이 2030이다. 원희룡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박민영 청년보좌역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선대본 관계자는 “AI와 쇼츠 팀은 대부분의 구성원이 2030”이라며 “김용태 최고위원과 이준석 대표도 모두 30대”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의 대선 정책공약을 59초 이내의 짧은 동영상으로 설명하는 ‘쇼츠’ 팀 홍보 영상. ⓒphoto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대선 정책공약을 59초 이내의 짧은 동영상으로 설명하는 ‘쇼츠’ 팀 홍보 영상. ⓒphoto 국민의힘

이준석이 주도하는 대선 전략 3단계

국민의힘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앞서 지난 주말(1월 8~9일) 자체 지지율 조사 결과 윤 후보가 다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역전했다는 내부 보고를 당대표에게 올렸다고 한다.

당내 한 관계자는 “주말에 여연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다시 앞섰다는 내부 보고가 나와 이 대표가 하루 종일 싱글벙글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월 10일부터는 다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이내지만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선대본 체제로 바뀐 뒤 국민의힘 대선 전략과 캠페인은 이준석 대표가 총괄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현재 선거 캠페인은 전체적으로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며 “사실상 이준석 체제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연 등 당대표 직속기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 측에 따르면, 국민의힘 선대본은 현재 대선 민심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설 명절을 앞두고 3단계 작전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대선 전략의 1단계는 2030 지지세 회복이다. ‘여가부 폐지’ ‘병사봉급 월 200만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후 2단계로는 60대 이상을 공략하는 맞춤 전략을 낼 예정이고, 설 연휴 전 마지막 3단계로는 호남 표심을 공략하는 메시지와 일정 위주로 전략을 구성한다는 전언이다. 당대표실 한 관계자는 “전략·홍보·화력지원까지 당대표가 모든 걸 총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강력한 메시지와 일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선거전략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2030으로 구성된 청년보좌역들이다. 남성 30명, 여성 10명으로 구성된 청년보좌역들은 선대위가 선대본으로 개편되면서 총 5군데로 나뉘어 배치됐다.

이전부터 원희룡 본부장이 운영해온 정책본부에 소속된 청년보좌역들은 원 본부장의 지휘를 받고, 선대본부 직속 청년보좌역들은 후보자 정책토론 준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선대본 산하 홍보본부에 소속된 청년보좌역들은 미디어 전략 등의 역할을, 메시지팀 소속은 후보자 메시지 관련 역할을 수행한다.

또 선대본 산하 일정기획 TF가 있는데, 이곳에 소속된 청년보좌역들은 후보자 일정을 짜고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홍보본부 소속 한 청년보좌역은 “정책본부 소속 청년보좌역들이 그때그때 빠르게 공약들과 일정에까지 건의사항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대본으로의 개편 과정에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도 선대위를 떠나면서 현재는 이준석 대표, 원희룡 본부장 쪽 인물들이 핵심 보직에 여러 명 배치돼 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의 디지털 책사들은 누구

이에 맞서는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2020년 총선 때 빅데이터를 이용한 선거 유세로 톡톡히 재미를 본 바 있다. 당시에는 민주당 대표 책사 중 한 명인 양정철 전 원장이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았다.

또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아 총선 전략을 전체적으로 디자인했다. 당시 양 전 원장과 이 전 부원장은 총선 선거전략을 설계하고 인재영입을 주도하는 등 과감한 선거전략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당시 민주연구원은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로부터 이동통신 빅데이터를 내려받아 선거 유세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총선이 끝난 뒤 밝혀지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서울에서도 격전지로 분류됐던 광진을, 동작을 등의 지역구에서 민주당은 모두 승리했는데, 이들 격전지에서의 승부에 빅데이터를 이용한 유세 전략이 특히 유효했다는 평가다.

예컨대 시간대별로 지역구 내 어떤 위치에 유권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지를 통신사 빅데이터를 통해 파악한 뒤 이 장소에 유세차를 동원해 집중 유세를 펼치는 식이다.

양 전 원장은 총선 뒤에는 여의도와 거리를 뒀는데,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해 “당 전체가 ‘해현경장(解弦更張·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조임)’해야 겨우 이길까 말까”라며 당내 인사들에게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양 전 원장은 이번 대선에는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선대위와 거리를 두고 있는 양 전 원장과 달리 이근형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 후보의 당내 경선 때부터 경선 캠프 기획단장을 맡아 선거전략 전반과 캠페인 기획을 맡아왔다. 현재는 민주당 선대위 직속 미래기획단장을 맡아 대선 캠페인 기획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화제가 됐던 이재명 후보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의 대담 역시 이 전 부원장이 맡고 있는 선대위 직속 미래기획단의 작품이다. 샌델 교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다.

이외에 이 전 부원장과 함께 여론조사 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을 운영한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등도 민주당의 대표적인 책사다. 모두 문 대통령의 탄생과 2020 총선 압승을 이끈 주역들이다.

박 대표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여론조사 행정관으로 근무한 여론조사 전문가다. ‘선거도 이제 과학이다’가 캐치프레이즈로, 조사를 바탕으로 한 과학의 힘을 역설한다. 박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가 사활을 걸어야 할 지역은 서울”이라며 “민주당이 서울에서 진다면 대선에서의 승산은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에서도 중산층 표심이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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