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 등이 개발 중인 하이코어 초고속 비행체 모형. 극초음속 미사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극초음속 미사일에 육박하는 마하 5에 가까운 초고속 비행체라고 군 당국은 밝혔다. ⓒphoto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 등이 개발 중인 하이코어 초고속 비행체 모형. 극초음속 미사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극초음속 미사일에 육박하는 마하 5에 가까운 초고속 비행체라고 군 당국은 밝혔다. ⓒphoto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아무래도 국방부의 섣부른 평가절하가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추가발사를 초래한 것 같다.”

지난 1월 11일 아침 북한이 자강도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추가발사하자 군 내부는 크게 당황하는 표정과 함께 이런 얘기들이 나왔다. 국방부와 합참,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월 5일 미사일을 발사한 뒤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히자 이틀 뒤인 7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주장은 과장됐다”며 원뿔형 탄두 형상을 들어 극초음속 미사일로 보기 어렵다는 언급까지 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만에 북한이 보란 듯이 속도가 마하 6에서 마하 10으로 2배 가까이 빨라진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이다.

북한의 지난 1월 11일 미사일 발사는 불과 6일 만에 똑같은 미사일을 쐈다는 점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다.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경우 보통 수주에서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추가발사가 이뤄진다. 더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참관해 무게감을 더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원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추가발사 일정이 있었지만 남한 국방부의 과도한 폄훼에 자극받아 발사 일정을 앞당기고 김정은까지 참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photo 뉴시스ㆍ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photo 뉴시스ㆍ조선중앙TV 캡처

北 두 차례 시험발사 후 대성공 선언

북한은 지난 1월 12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및 김정은 참관 사실을 발표하면서 최종시험이었고 대성공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한·미·일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탐지 및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배치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이는 중국·러시아 등 극초음속 미사일에서 가장 앞서가는 강대국의 전례에 비해서도 극히 이례적으로 빠른 행보다. 이들 선진국도 수년간 극초음속 미사일을 여러 차례 시험발사를 한 뒤 실전배치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그런데 중·러보다 기술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북한이 단 두 차례 시험발사 끝에 대성공을 선언하며 실전배치를 시사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1000㎞ 떨어진 일본 홋카이도 인근 표적 수역에 탄착했다. 1000㎞는 합참이 지난 1월 11일 발표한 ‘700㎞ 이상’보다 약 300㎞를 더 날아간 것이다. 합참이 발표한 북 미사일 비행거리는 우리 레이더는 물론 미 조기경보위성 등 미 정보도 종합한 것이어서 한·미 정보자산(수단)이 300㎞가량을 탐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탐지하지 못하면 요격도 불가능하다. 결국 지난 1월 11일 발사된 북 극초음속 미사일은 유사시 한·미 탐지 및 요격을 피해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번에 1000㎞ 비행에 성공했지만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최대 사거리 4000~5000㎞) 1단 로켓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거리를 20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럴 경우 오키나와를 포함,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이 출동하는 주일미군 유엔사 후방기지도 극초음속 미사일 사정권에 들 수 있어 위협적이다.

북한은 이날 극초음속 미사일이 600㎞ 지점에서부터 ‘활공 재도약’ 후 240㎞ 강한 선회기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선회기동은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기 위한 활공 비행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비행궤적을 보면 미사일이 직선으로 똑바로 날아가지 않고 600㎞쯤 직선으로 비행한 뒤 러시아 및 홋카이도 방향(오른쪽 위)으로 휘어져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사일이 직선으로 날아오지 않고 이런 형태로 휘어져 비행하면 미사일 미래 위치를 예측하기 어려워 요격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극초음속 활공체가 선회기동 중 지그재그식 회피기동까지 했다면 요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회피기동을 하는 KN-23 계열 신형 미사일 탐지 추적에 실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월 5일 발사된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군 당국은 450~500㎞가량 날아간 것으로 파악했지만 북한은 700㎞를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 발사한 KN-23 개량형 미사일은 450㎞를 날아간 것으로 군 당국이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600㎞를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군 당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기동탄두(MARV)라고 밝혔던 원뿔형 탄두로 최대속도 마하 10, 비행거리 1000㎞를 기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9월 시험발사한 화성-8형은 본격적인 극초음속 활공체(글라이더) 형태이지만 지난 1월 5일 발사한 것은 우리 현무-2C(사거리 800㎞)와 비슷한 기동탄두라고 강조했었다.

우리도 극초음속 활공체 개발 중

예상보다 빠른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따라 우리 군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2020년 당시 정경두 국방장관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밝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국산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해선 고도의 보안이 유지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의 활공체형보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진보한 스크램제트 엔진을 활용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형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난해 12월 방위사업청 주최로 열린 ‘국방과학기술대제전’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하이코어(Hycore)’ 초고속 발사체 시험 모델은 그런 추정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이코어는 미사일처럼 적을 탐지·추적하는 탐색기와 목표물을 파괴하는 폭약이 담긴 탄두가 없어 미사일은 아니다. 하지만 관성항법 장치, 비행제어 장비 등과 핵심인 듀얼모드 스크램제트 엔진이 장착돼 있어 사실상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시험체로 알려졌다. 하이코어에서 시험장비를 제거하고 탐색기와 탄두를 장착하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이코어가 올해 첫 시험발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해 우리가 북한보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결코 뒤진 게 아니며 기술적으로는 오히려 앞선 측면도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우선 하이코어에 장착돼 있는 엔진은 스크램제트가 아닌 이중 램제트 엔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첫 공개된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최대 속도(마하 3)를 조금 높여 마하 5(극초음속)에 가깝게 한 수준이지 마하 5가 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스크램제트는 강대국들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매우 어려운 기술로 우리는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

우리가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이 순항미사일 형태가 아니라 북한과 같은 활공체 방식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럴 경우 우리가 북한보다 확실히 뒤져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는 아직 시험발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실상 성공을 계기로 우리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보다 많은 예산과 인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개발 완료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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