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에서 만든 양형기준에 따르면 일반 무고의 경우 기본이 징역 6월에서 2년, 특가법상 무고의 경우 2년에서 4년이 선고되도록 되어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에서 만든 양형기준에 따르면 일반 무고의 경우 기본이 징역 6월에서 2년, 특가법상 무고의 경우 2년에서 4년이 선고되도록 되어 있다. ⓒphoto 뉴시스

‘무고죄 처벌 강화’가 대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무고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경찰서나 검찰청)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강간범이 아닌데도 강간범으로 누명을 씌워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자신이 성폭력을 실제 저지르고도 피해자에 대해 무고죄 등으로 고소하는 행위도 무고죄에 해당한다.

성범죄가 점차 엄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만큼, 허위 신고나 고소로 인한 피해 역시 커지고 있다. 성범죄 가해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라 지목되는 경우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무혐의로 풀려난다거나 무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처분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기 때문에 이미 그 결과가 나올 때쯤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인생은 망가져 버린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급격히 증가 중인 무고범죄

실제 무고범죄 발생건수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고 있는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16년 3617건에 불과하던 무고범죄 발생건수가 2020년에는 4685건으로 증가했다. 신고로까지 나아가지 않은 사건, 신고나 고소를 했으나 합의로 종결된 사건 등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무고범죄 발생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예컨대 무고죄로 입건해 경찰이 송치한 사건 건수는 2016년 8567건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발생건수 3617건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그런데 막상 형법을 보면 무고죄의 형량은 꽤 높은 편이다. 무고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형법 제156조) 이를 ‘일반 무고’라 한다. 1억원 이상의 뇌물이나 상습 강도·절도 등 가중처벌되는 범죄에 대해 무고를 했을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제14조) 이를 ‘특가법상 무고’라 한다.

절도죄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기죄(일반 사기)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공갈죄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횡령과 배임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다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고죄 역시 그 법정 형량 자체는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특히 특가법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범죄에 대해 무고를 했을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데, 이와 동일한 법정 형량을 가지고 있는 범죄는 상해치사, 유기치사, 체포감금치사, 강간 등이다.

위와 같이 법정 형량 자체는 상당히 높게 설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고죄 처벌 강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통계에 있다. 작년 발행된 사법연감 통계자료를 보면 2020년 형사공판 제1심에서 무고죄로 접수된 사건은 총 872건인데, 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187건(21.4%)에 불과했다. 이 밖에 집행유예가 280건, 재산형(벌금)이 181건, 재산형의 집행유예가 2건, 선고유예 5건, 무죄 52건 등으로 집계되었다.

전체의 3%만이 실형으로 종결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무고범죄 발생건수는 총 4685건이다. 이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대략 전체 범죄의 3% 정도만이 실형으로 종결되는 셈이다. 범죄건수는 4685건인데 왜 형사공판 제1심에서 다루어지는 사건 수는 872건일까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무고 사건의 경우 약식명령(정식 재판을 하지 않고 벌금 등으로 종결)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만든 양형기준에 의하면 일반 무고의 경우 기본이 징역 6월에서 2년, 특가법상 무고의 경우 2년에서 4년이 선고되도록 되어 있다. 진지한 반성이 있느냐, 피해자와 합의를 했느냐, 전과가 있느냐, 누범에 해당하느냐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가중, 감경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위와 같이 양형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통계에서 드러나는 것은 대부분 무고의 경우 벌금으로 종결되고, 실제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실형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개 1년 미만의 징역만 선고된다. 형법에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3년 이상의 징역’과 같이 매우 엄하게 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있는 것이다.

사법질서를 어지럽히는 거짓말

얼핏 생각하면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감옥에 가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누군가를 때리거나 누군가의 돈을 뺏거나 한 것도 아닌데,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아마도 이러한 인식 때문에 법에 정해진 것보다 실제 형량이 매우 낮게 나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무고죄는 단순히 거짓말을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고는 누군가가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허위의 사실을 말해서 누군가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고 동시에 국가 사법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무고 사범에 대해 현재와 같이 너그럽게 대하는 것이 타당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무고죄 처벌 강화’를 한다면, 법정 형량을 단순히 높이는 것 이외에 실무 관행을 개선하는 등 다른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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