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은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WAYS)'와 함께 6·1 지방선거 전까지 '청년 정치인을 찾습니다'는 연재를 싣고 있다. 이번은 1번째 주인공이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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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에 사는 손혜영(38)씨의 본래 꿈은 ‘사회복지사’였다. 하지만 2008년 결혼 후 출산은 그를 ‘두 아이의 엄마’로 남게 했다. 남들처럼 ‘워킹맘’을 계획했으나 육아 여건상 쉽지 않았다. 기존에 일하던 복지관, 어린이집으로 돌아가자니 하루를 온전히 일터에서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새로운 일자리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존감은 낮아졌고 산후우울증도 자연스레 찾아왔다. 사회에서 흔히 부르는 ‘경력단절여성’이 된 셈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손씨는 다짐했다. “내가 거주하는 ‘도봉구’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보자.” 손씨는 첫째 아이가 다니던 서울창경초등학교 학부모회 일을 시작으로 학교 운영위원회 위원, 쌍문4동 주민자치위원회 분과위원, 동 산하 반장 등을 자처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사업에선 학부모 분과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역 자치의 가장 밑바닥 일을 도맡아온 셈인데 지역민들 사이에선 이런 손씨를 자칭, 타칭으로 ‘오지라퍼’라고 한다.

손씨는 이 과정에서 중앙 언론이나 정치권에선 다뤄지지 않는 지역의 다양하고 소중한 목소리가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점을 느꼈다. 손씨는 “이 목소리들이 취합되지 못한 채 그대로 흩어지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손씨가 2022년 6월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도봉구의회 의원(도봉구을) 후보로 나서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수다’ 속에 기발한 지역 정책들이 있다

손씨에게 도봉구는 특별하다. 신혼 생활을 시작한 공간이자 지역 자치에 눈을 뜨게 한 곳이다.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구 정책이나 구의회 활동 등에 자연스레 주의를 기울이게 됐고,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한 지역 활동은 학부형 등 다수 지역민들과의 교류 기회를 만들었다. 손씨는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가보면 귀 기울일 만한 정책 제안이나 생활밀착형 민원 등을 적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육아 관련 기관들이 오후 6시에 모두 문을 닫다 보니 육아 정보나 아이 장난감 대여 서비스를 단 한 번도 이용해보지도, 접하지도 못했다는 한 워킹맘의 이야기, 아이 돌봄사업 참여 방법이 난해하다는 20대 주부, 지역 정책이 형식적이라는 한 퇴직자의 지적 등…. 지역 경제와 문화, 교육에 걸친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서슴없이 오갔다. 이것이 그저 지역민들의 ‘수다’ 정도로만 회자되다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손씨는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볼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 이 고민은 태어나 단 한 번도 쳐다본 적 없는 ‘도봉구 예산’까지 들여다보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럼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가족과 이웃이 더 건강하고 윤택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때 떠오른 게 ‘구 예산’이었다. 주변 학부모들과의 수다 속에서 예산 스터디 모임을 구성하게 됐다. 이 취지에 공감한 구의회 일부 의원님들도 참여하게 되면서 내 지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손씨가 더불어민주당에 발을 들인 건 지난 2016년 촛불집회 당시였다. “촛불 정국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도 ‘뭐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당에 들어갔다.” 현재 손씨는 민주당 전국청년당의 정책부의장직을 역임하며 청년 정책 발의에 더 힘쓰고 있다. 그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구의회에도 주부, 학부모 등의 목소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해 사회복지사에 이은 두 번째 꿈으로 ‘도봉구 기초의회 의원’을 떠올리게 된 배경이다.

손씨는 도봉구의회 의원 당선 후 다음과 같은 정책을 펴겠다고 말한다. “도봉구는 10대와 40대 거주 비중이 상당히 높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가파른 청소년 유입률이다. 도봉구야말로 청소년들이 모여 활동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PC방, 노래방, 놀이터 등이 전부다. 도봉구에 설치된 청소년 문화공간인 ‘청소년문화의집’도 활용도는 그리 높지 못한 실정이다. 좀 더 생산적이며 자기네들이 의사결정 행위를 할 수 있는 일종의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도봉구를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로 만들고 싶다.”

손씨는 또 “동별로는 동 교육 협의체를 조직해 아이들 교육 등을 고민하는 지역민들 의견을 의사결정 기구체로 올릴 수 있는 활로도 조성하고자 한다”며 “편의시설 확충으로 도봉구에서 빠져나가는 인구를 잡아두는 것도 과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에 앞서 남편 허락받았냐” 편견에 맞선다

손혜영씨는 아직 정치 새내기이지만 지역에선 벌써부터 그를 돕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동네 언니들이나 학부모회 등을 같이했던 분들이 ‘손혜영이랑 하면 뭐든 재미있을 것 같다’며 ‘찐팬’을 자처하고 있다. 그 수는 많지 않지만 나에겐 정말 큰 힘이다.” 최근엔 지지 모임 ‘손혜영과 손잡고’도 조직됐는데 이곳 구성원은 벌써 7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손씨는 “선거가 다가오면 선거 비용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을 터인데 큰돈 들여 유세차 빌리지 말고 우리끼리 자전거 10대 빌려 선거운동하자는 논의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손씨는 자신의 가장 큰 우군으로 가족들을 꼽는다. “저의 성향을 잘 알다 보니 신랑, 부모님 모두 오히려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다’라며 정치 출마를 격려해줬다. 감사할 뿐이다. 이런 저를 닮은 첫째 아이는 벌써 도봉구 청소년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정치 경험을 쌓고 있다.”

그렇다고 손씨를 향한 비판이 없던 것은 아니다. “주변 지인 중 한 분은 저의 정치 출마 의사를 접하곤 ‘남편 허락을 받았냐’라고 묻기도 했다. ‘주부가 정치를 어떻게 하냐’ ‘주부가 능력이 있겠냐’ 등의 고지식한 시선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

최근 그는 당내 2045 민주당 정치인 연대인 ‘그린벨트’ 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린벨트는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민주당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모임’이다. 민주당의 지난 여러 모습 중 2030세대의 마음을 돌리게 한 실책에 대해선 반성하고 이를 좋은 정치로 바꿔 나가보자는 취지로 조직했다. 모임 이름을 그린벨트라 지은 건 실제 그린벨트처럼 외곽에서 함께 연대해 중앙에 산소를 불어넣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구성원은 총 11명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100여명까지 모집해 함께 연대할 계획이다.” 그린벨트는 지난 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출범식을 열었는데, 여기엔 7명의 민주당 현역 의원이 참석하기도 했다.

손혜영씨가 말하는 민주당의 아쉬움은 다음과 같다. “당내에서 청년 이야기를 들으려는 시도, 노력은 정말 많다. ‘리스너 프로젝트’ ‘청년 정치 스쿨’ 등의 사업이 그 일례다. 다만 이것이 지역에서의 정책이나 제도로 옮겨지냐에 대해선 회의감이 들곤 한다. ‘벽돌을 나르는 사람은 굉장히 많은데 그걸 토대로 집을 짓는 사람이 없다’는 느낌이다. 최근 대선과 관련해선 자당 정책이 당 내부 인사나 관계자들에게만 공유되는 것도 짚어볼 점이라 생각한다. 정책은 실제 유권자들에게까지 널리 공유되어 다양한 계층 간 교류로 더 탄탄하게 다듬어져야 하는데, 당에선 정책 발표 후 우리끼리 박수치고 끝내는 분위기다. 구의회에서부터 그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손혜영씨는 자신의 올해 목표가 “당연히 구의원 당선”이라면서도 “동시에 선거에 출마한 나의 모습을 보고 제2, 제3의 손혜영이 나올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청년과 여성들의 아고라가 좀 더 커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더 진실된 마음으로 지역 구석구석을 조명하고 들여다보겠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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