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으로 불리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홈구장인 PNC파크 전경. 홈에서 좌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목동구장보다 12m가량 멀어 우타자인 강정호에게 불리하다. ⓒphoto 연합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으로 불리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홈구장인 PNC파크 전경. 홈에서 좌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목동구장보다 12m가량 멀어 우타자인 강정호에게 불리하다. ⓒphoto 연합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를 후끈 달군 최고의 소식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 영입과 김광현, 양현종, 강정호로 이어지는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포스팅 뉴스일 것이다. 김광현의 경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200만달러의 포스팅 비용을 제안하며 한 달에 걸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소속팀 SK 와이번스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연봉 등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양현종은 현지 일부 언론에서 1000만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등 기대치를 부풀렸지만 김광현보다 높지 않은 금액으로 그 역시 포스팅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형태로 훗날을 바라보게 되었다.

남은 선수는 강정호이다. 애초에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미네소타 트윈스 같은 팀이 포스팅에 참여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의외로 권리를 획득한 팀은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으로 꼽히는 피츠버그 파이리츠다. 500만2015달러를 제시하며 협상권을 획득했다. 2010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뛴 팀이다. 국내 선수들과 피츠버그와의 인연은 이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 상대적으로 알려질 기회가 적었다.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2013년 그 순간을 다시 맛보는 데 무려 21년이나 걸리며 만년 하위팀이라는 성적도 국내 팬들의 관심 레이더에서 멀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지에서도 놀란 피츠버그의 ‘과감한’ 베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피츠버그의 팀연봉은 100년이 훨씬 넘는 팀 역사상 최고 기록인 7200만달러에 육박하는 선이었지만 30개팀 중 27위에 그치는 수준이다. 메이저리그 팀의 절반이 넘는 16개 팀의 연봉이 1억달러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소시장·저예산팀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팀내 최고 연봉 선수는 이번에 재계약을 한 선발투수 프랜시스코 리리아노로 연평균 1300만달러 수준이고, 팀의 간판이자 2013년 내셔널리그 MVP였던 앤드루 맥커친조차 연평균 800만달러가 약간 넘는 수준의 계약을 한 상황이다.

반면 LA 다저스는 2억3000만달러가 넘는 역대 최고 연봉 팀이었고, 그동안 연봉 킹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뉴욕 양키스 역시 2억달러가 넘는 팀연봉으로 2위에 올랐다. 이제는 팀연봉이 1억3000만달러 이상이 되어야 상위 10위권에 들어갈 수 있는 고액 연봉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선수들의 평균 연봉도 380만달러가 넘어 조만간 400만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수들의 연봉은 곧 실력을 대변하고 고액 연봉 선수가 많은 팀들은 스타 파워를 앞세우며 팀 성적을 끌어올리고 많은 팬들을 구장으로 불러 모은다. 결국 두 배 이상의 팀연봉을 가진 팀과의 경쟁은 애초부터 출발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은 지금부터이다. 2014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0개 팀 중 팀연봉 상위 10위 내에 들어 있는 팀은 정확히 5개 팀으로 50%의 성공률에 그치고 만 것이다. 이 중에서 20위권 이하의 저연봉 팀은 단 두 개 팀, 25위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바로 향후 강정호의 팀이 될 수도 있는 27위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단순히 스포츠의 예측불허성이나 의외성으로 치부하기에 매년 이런 ‘신데렐라 팀’이 탄생을 하고 또 팀연봉이 우승을 보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자리를 잡고 있는 시장의 규모는 팀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쉽게 해석을 해보자면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같은 팀들은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FA 시장에 나온 대어급 선수 영입에 주저함이 없다. 심지어 라이벌 팀과의 경쟁을 하며 선수 몸값이 상승하는 요인도 기꺼이 감수한다. 보스턴의 경우 지난 2년간 FA 시장에서의 과도한 경쟁을 하지 않고 자체 팜에서 키워낸 선수로 경쟁을 하겠다고 전략을 바꾸었다. 하지만 보스턴은 2014년의 부진한 성적에 충격을 받으며 이번 겨울 다시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다저스의 유격수였던 헨리 라미레즈와 우승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3루수 파블로 산도발을 영입한 것이다. 이 같은 선택은 큰 시장만큼 극성스러운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성적이 원인이 된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빅마켓, 미드사이즈 마켓, 스몰마켓 팀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런 사이즈별로 분류를 해보면 9개의 빅마켓, 11개의 미드사이즈마켓, 10개의 스몰마켓 팀으로 정리가 된다. 이런 사이즈의 결정은 미디어 마켓 사이즈, 시내 중심가, 즉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크기가 고려된다. 이런 사이즈는 팀에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인 지역 TV 중계권 계약 등에 직결되기 때문에 도시의 급성장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쉽게 변할 수 없는 영원한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먼저 빅마켓 팀을 살펴보자면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메츠, LA 에인절스, 시카고 컵스, LA 다저스, 텍사스 레인저스, 워싱턴 내셔널스를 전형적인 빅마켓 팀으로 꼽을 수 있다. 지역은 같지만 팬층이 약한 팀으로 알려져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전형적인 미드사이즈마켓 팀으로 분류된다. 스몰마켓 팀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애틀 매리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신시내티 레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밀워키 브루어스, 탬파베이 레이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이 이런 팀으로 인정받는다.

물론 스몰마켓 팀이라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상승하며 중계권료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시애틀, 볼티모어는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팀들의 FA 시장에서의 투자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몇 년간 투자하고 다시 빠지는 ‘치고 빠지는’ 전략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빅마켓 팀들의 전력 강화를 바라만 볼 수는 없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화 ‘머니볼’이 스몰마켓 팀의 전형적인 노력이라 볼 수 있다. 빌리 빈 단장은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가장 적극적으로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통계 시스템을 도입하여 기존의 선수는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을 평가했다. 이로써 전통적 스타일의 스카우팅 기법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수들을 데려와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올리는 시도를 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분명히 거두고 있다. 또 이들 팀의 특징 중 하나는 FA 시장에서 능력 밖의 경쟁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자원 활용, 즉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하며 나름대로의 전력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강정호 ⓒphoto 연합
강정호 ⓒphoto 연합

이들 팀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일단 성적이 떨어졌을 때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상위 드래프트 순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대어급 아마추어 선수를 영입한다.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치솟는 신인 선수들의 계약금을 잡기 위해 라운드와 지명 순위에 따른 계약금 규모를 공시한다. 사무국은 이를 오버하거나 전체 신인 선수 계약금 규모가 넘어가면 다음 드래프트에서 순위를 넘겨줘야 하는 방식 등으로 스몰마켓 팀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내 선수를 제외한 국제 시장의 선수를 계약할 때 역시 마찬가지로 지나친 지출을 하면 벌금 등을 내고 역시 다음 드래프트 순위를 낮추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렇게 계약한 선수들은 일단 뛰어난 재능으로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오르고 자리를 잡을 확률이 아무래도 하위 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의 성공 확률보다는 높기 마련이다. 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스몰마켓 팀에 정말 중요하다. 당장은 몸값이 비싸지 않은 단계이지만 실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풀타임 기준으로 6년을 뛰면 FA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그전까지 몸값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몰마켓 팀은 3~4년 정도 경력에 이 선수를 잡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비슷한 연차의 선수보다는 높은 몸값이지만 향후 받게 될 FA 몸값에 비하면 낮은 연봉대에 선수를 계약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에서 언급된 피츠버그의 앤드루 맥커친도 그 대표적인 선수이다. 데뷔한 지 3년이 됐을 때 팀은 그의 가치를 알아봤다. 바로 이때 팀은 그에게 6년짜리 계약과 1년짜리 옵션 계약을 제시했다. 그 가치는 6년에 515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 계약은 2017년까지 지속된다. 그리고 2018년 옵션까지 감안하면 향후 4년간 FA 시장에서 연평균 2000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선수를 보유하는 기쁨을 가질 수 있다.

훗날 FA 시장에서의 가치 향상을 바라본다면 이 선수가 팀에서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FA 조건을 채우기 전에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으면 된다. 당장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는 팀에는 니즈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에 이 선수를 내어주고 스몰마켓 팀은 다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상대 팀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몇 명 받아오면 되는 것이다. 우리 선수의 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당연히 데려올 수 있는 유망주의 레벨도 오르기 마련이다. 이 선수들은 기존의 우리 선수와 마찬가지로 팀의 각별한 보살핌 속에 성장해서 팀의 중심 선수가 되며 이런 사이클은 다시 반복이 되는 것이다.

물론 빅마켓 팀도 이런 모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역시 스몰마켓 팀의 FA 시장을 넋 놓고 바라만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이들이 움직이는 방향은 같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이들에게 돈의 가치는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900만달러에 달하는 팀과 2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팀의 돈 가치가 같을 수 있겠는가?

바로 이런 면 때문에 피츠버그라는 팀이 강정호라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국 선수에게 500만달러의 포스팅 비용을 써낼 수 있었는지 현지에서도 의아해 한 것이다. 지금 당장 비어 있는 포지션이 있는 것도 아닌 팀의 과감성이 눈길을 끈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다. 피츠버그와 같이 제한적인 재정 능력을 가진 팀이 무한정 돈을 쓸 일은 없다는 것이다. 1월 20일까지 이어지는 연봉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피츠버그는 포스팅 비용 포함해서 1500만달러 전후, 아무리 높게 봐도 2000만달러 이상의 투자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정도 금액을 넘어간다면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아직 FA 시장에 남아있는 검증되어 있는 선수에게 일찍이 눈을 돌렸을 것이다. 3년 정도 계약을 한다고 감안하면 2000만달러 선은 시장에 나와 있는 선수에게 연평균 700만달러 전후의 돈을 안겨줄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상황상 이 정도 금액이면 특급은 아니지만 중견급 선수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규모가 나온다. 게다가 이 선수들은 수년에 걸쳐 검증 단계를 거친 선수들이다. 물론 피츠버그가 강정호라는 선수를 스카우트를 통해 면밀히 관찰했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팀의 사정상 적지 않은 금액을 적어 넣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분명한 선은 이미 그어져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비용대비 효율에 있어서 빅마켓 팀보다 더 민감하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팀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규모의 계약을 한 선수가 어떤 이유건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그 타격은 아무래도 스몰마켓 팀이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돌다리도 두드려 본다.

움직이는 스타일은 달라도 팀들의 목표는 같다. 아무래도 스타 파워가 떨어지는 팀들은 그나마 성적을 잘 올리는 것이 팀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과 직결된다. 예를 들어 다저스 같은 팀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해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해의 수익 차이를 비교해 보면 대다수의 경우 5% 미만의 편차를 보였다고 한다. 오랜 기간 쌓인 명문 팀으로서의 프리미엄도 있겠지만 스타 선수를 보기 위해 모여든 관중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스몰마켓 팀은 이런 이점을 가져가기 어렵다. 그래서 더 허리띠는 졸라매면서 진흙 속의 진주 찾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팀들의 경쟁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쭉 이어질 것이다. 또 이런 팀들의 경쟁은 메이저리그에의 또 다른 볼거리로 팬들의 관심을 자극할 것이다. 이런 모습을 팬들은 즐기면서 관심 있게 바라볼 것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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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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