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구자욱 선수가 3루타를 친 뒤 3루에 안착해 있다. ⓒphoto 연합
지난 6월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구자욱 선수가 3루타를 친 뒤 3루에 안착해 있다. ⓒphoto 연합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은 2015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다. 영화배우 뺨칠 만큼 뛰어난 외모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이젠 실력, 외모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8월 31일 현재 타율 3할4푼8리(394타수 137안타) 11홈런 55타점 92득점 17도루로 맹활약 중이다. 1루와 3루는 물론 외야 수비까지 소화할 수 있다. 구자욱은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을 제치고 신인왕을 예약한 상태. ‘팔방미인’ 구자욱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구자욱은 상무 소속이었던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남부리그 타격 1위(타율 .357)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다. 구자욱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서 타율 4할7푼4리(38타수 18안타) 2홈런 6타점 11득점 4도루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오키나와 2차 캠프 결산 인터뷰 때 이렇게 말했다.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수비에서 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구자욱에게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 스스로 자만심을 갖지 말고 또한 반대로 불안해 하지도 말아야 한다. 스타플레이어가 될 소질을 갖추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승엽이란 대선배가 어린 시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구자욱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던가. 구자욱은 올 3월 시범경기 때 지난해 12월 왼쪽 무릎 추벽제거수술을 받았던 채태인 대신 출장 기회를 얻었다. 시범경기에서도 그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타율 2할9푼3리(41타수 12안타) 2홈런 7타점 8득점 2도루. 구자욱은 채태인을 비롯해 박한이, 박석민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너끈히 메우며 존재감을 키워 나갔다. 삼성은 올 시즌 마땅한 1번 타자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리드오프 역할을 맡으며 만점 활약을 펼쳤던 야마이코 나바로가 부진하자 박해민, 김상수 등이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박한이가 1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주며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덜어내는가 했더니만 7월 4일 대구 LG전서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왼쪽 갈비뼈가 부러져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후 구자욱이 리드오프 중책을 맡으며 류중일 감독에게 미소를 선사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구자욱이 1번 타자로서 잘해주고 있다. 타율도 3할5푼에 이른다. 이런 선수를 어떻게 빼는가. 이제 주전 선수라고 봐야 한다. 올 시즌 끝날 때까지 1번 타자로 나설 것이다.”

구자욱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승부 근성만큼은 단연 돋보인다. ‘지고는 못 산다’는 표현이 딱 맞다. 스카우트팀장 시절 구자욱을 영입한 최무영 관리팀 부장의 설명이다. “당시 박태호 대구고 감독도 인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항상 튀지 않고 예의 바른 게 이승엽을 보는 것 같았다. 일찌감치 군대에 다녀온 게 다행이다. 앞으로 더 잘하리라 본다. 이승엽과 함께 뛴다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황성관 전 대구고 타격 코치는 “구자욱은 악바리 그 자체다. 고등학교 때 ‘저는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코치님 야구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린 나이에도 눈빛에 절실함이 느껴졌다. 지금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체격이 좋아진 편인데 고등학교 때 타격 기술은 뛰어나지만 체력이 많이 약했다. 힘들어도 훈련을 빼먹지 않았다. 사탕 등 단것을 많이 먹으면 힘이 난다고 그걸 먹으면서 악착같이 버텼다. 깡이 없으면 절대 못 뛴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고 엄지를 세웠다.

경복중 시절부터 구자욱과 인연을 맺었던 김상수 선수는 “구자욱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 욕심도 아주 크고 생각도 깊다. 운동할 때 보면 독기가 넘친다. 선배지만 배워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투지 넘치는 모습은 좋지만 의욕이 앞서다 보니 가끔은 다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이른바 ‘멘탈 갑’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 7월 탤런트 채수빈과 열애설이 불거졌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열애설이 알려진 뒤 부진의 늪에 허덕였던 일부 선수들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만큼 정신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전력 질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양준혁 위원은 “현역 시절 1루까지 전력 질주한 덕분에 3할 타자에 오를 수 있었다”고 전력 질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젠 구자욱이 전력 질주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평범한 땅볼 타구에도 사력을 다해 1루로 질주하는 그의 모습 속에 남다른 승부 근성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구자욱은 앞으로 이승엽의 계보를 잇는 홈런 타자가 될까 아니면 양준혁과 같은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까. KBO 프로필상 구자욱의 신체 조건은 키 189㎝ 몸무게 75㎏. 이승엽처럼 대포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격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 근육 키우기에 관심이 많은 구자욱은 올스타전 때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과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를 보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황재균의 홈런 레이스

1위 등극을 직접 지켜봤던 구자욱은 “홈런 더비를 보면서 꼭 한번 나가고 싶었다. 내년에는 황재균 선배처럼 근육을 키워서 꼭 참가하겠다”면서 “테임즈의 몸이 진짜 좋았다. 보니까 타고난 것 같았다. 팔뚝을 만져 보니 내 종아리와 비슷한 굵기였다”고 부러워했다.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은 이승엽보다 양준혁 스타일에 가깝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구자욱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아직 멀었다”고.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구자욱. 그는 향후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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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찬익 OSEN 야구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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