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의 평균 연령은 28세로 포스트시즌 진출팀 중 가장 젊다. 사진은 10월 21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에서 시카고 컵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자축하는 뉴욕 메츠 선수들. ⓒphoto 뉴시스
뉴욕 메츠의 평균 연령은 28세로 포스트시즌 진출팀 중 가장 젊다. 사진은 10월 21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에서 시카고 컵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자축하는 뉴욕 메츠 선수들. ⓒphoto 뉴시스

현재 한·미·일 3국은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열기가 뜨겁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5전3선승제 내지 7전4선승제에서는 마라톤이 아닌 단거리 승부에 걸맞은 팀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 과연 단기전에서 강한 야구팀의 요소가 무엇인지 야구계의 정설을 바탕으로 짚어본다. 아무리 강한 타선이라도 막강한 투수에 막히는 경우는 가을야구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단기전에는 무조건 강한 투수들 위주로 마운드에 오르기 때문에 정규 시즌 많은 경기를 치를 때와는 마운드 운영 자체가 다르다.

10월 21일 현재, 메이저리그(MLB)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을 눈앞에 둔 뉴욕 메츠를 보자. 최강으로 꼽히던 LA 다저스를 3승2패로 꺾은 후 무서운 상승세의 시카고 컵스에 3연승을 거둔 메츠는 가장 강력한 젊은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은 다저스에만 2승을 거두면서 무려 20개의 삼진을 잡았다. 4명의 선발이 모두 155~160㎞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메츠 투수진이 다저스와의 5경기에서 잡은 삼진이 무려 54개로 9이닝당 11.5개를 기록했다. 매 경기 11개가 넘는 삼진을 당했으니 커쇼와 그레인키라는 최강 원-투 펀치를 보유한 다저스도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은 진리다. 내셔널리그(NL)에서는 팀 평균자책점(ERA) 5위까지 팀이 포스트시즌 다섯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AL)에서는 팀 ERA 1·3·5·8위 팀과 함께 13위로 하위권인 텍사스가 가을 잔치에 나선 것이 이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텍사스는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콜 해멀스라는 좌완 에이스를 보강하고 나서 추신수 등의 타선까지 살아나며 AL 서부조 우승을 차지했다. 이적 후 12경기에서 해멀스는 7승1패를, 그가 나선 경기에서 텍사스는 10승2패에 막판 10연승을 거뒀다. 에이스 존재와 선발진의 두꺼운 층은 필수다.

정규 시즌은 5명의 선발과 6~7명의 구원투수로 보통 구성되지만 포스트시즌은 4명의 선발과 7~8명의 불펜으로 구성된다. 선발도 정규시즌보다는 한 박자 빠른 템포로 교체되기가 일쑤다. 그래서 불펜이 강한 팀이 유리하다.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AL 중부조 우승을 차지한 로열스는 포스트시즌 예상에서도 큰 점수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10월 21일 현재 토론토에 3승1패로 앞서며 작년에 이어 월드시리즈 2년 연속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로열스는 정규 시즌에 MLB 30개 팀 중에 유일하게 2점대 ERA(2.72)를 기록한 불펜을 보유하고 있다. 30승14패에 56세이브를 기록한 구원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선전을 이어갔다. MLB에서 팀 홈런 1·2위로 200개 이상을 친 팀 휴스턴과 토론토를 만나 일면 고전하기도 했지만 21일까지 팀이 거둔 6승 중에 4승을 구원진이 거뒀다. 특히 발군의 삼진 능력은 불펜에도 필수다. 상대적으로 선발진이 열세인 로열스 불펜은 8경기에서 팀의 70이닝 중 거의 절반인 34⅓이닝을 책임졌는데 잡아낸 삼진이 45개였다. 9이닝당 11.8개라는 무서운 삼진 비율이다. 야구에서 위기를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삼진이다.

경험도 좋지만 젊은 팀의 기세가 무섭다

흔히 포스트시즌은 경험이 많은 팀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처럼 돼 있다. 그러나 이 속성은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가 꽤 많다. 오히려 기세가 오른 젊은 팀은 당해내기 대단히 힘들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기세를 올린 시카고 컵스와 뉴욕 메츠는 가장 젊은 팀들이다. 25명 엔트리의 평균 연령이 각각 28.6세와 28세로 이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 중 가장 어린 두 팀이었지만 마지막 4강까지 살아남았다.

특히 올해 MLB 포스트시즌은 영건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뉴욕 메츠의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27)은 지난해에 신인왕을 받은 2년차다. 토론토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는 스무 살 루키지만 포스트시즌 5경기에 나서 1실점으로 호투하고 있다. 루키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메츠의 우완 파이어볼러 노아 신더가드(23), 좌완 스티븐 마츠(24) 등 두 선발투수와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22)는 모두 루키다. 컵스에는 더 많다.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23), 외야수 호르헤 솔러(23)와 카일 쉬와버(22), 2루수 에디슨 러셀(22) 등도 모두 20세 초반의 루키들이다. 토론토 구원투수 애런 산체스(23)도 신인이다. 올해 유난히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유일하게 25인 로스터에 루키가 없는 캔자스시티는 작년에 가장 어리고 포스트시즌 경험이 거의 없는 팀이었다. 그러나 AL을 점령하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포스트시즌은 경험도 중요하지만 젊고 힘 있는 패기가 살아나면 경험을 제압하는 일이 종종 나온다. 베테랑들이 버티는 뉴욕 양키스는 와일드카드 경기를 홈에서 치르고도 젊은 휴스턴에 나가떨어졌다.

한 경기의 비중이 워낙 큰 단기전에서는 삼진을 적게 당하고 빠른 발을 이용한 공격 옵션을 가진 팀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홈런은 정규 시즌의 성공을 보장할지 모르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늘 작동할 수 없는 무기이다. AL을 보면 정규시즌에서는 무서운 화력을 발휘한 팀이 가을 잔치에 대거 진출했다. 232홈런으로 1위인 토론토, 230개로 2위인 휴스턴, 212개로 4위인 양키스, 그리고 텍사스도 173개로 7위였다. 그런데 캔자스시티는 작년보다 조금 늘었지만 단 129홈런으로 AL 15팀 중에 14위에 그치고도 조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캔자스시티는 빠른 발과 지독하게 물고 늘어지는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104개의 팀 도루는 AL에서 두 번째로 많았고 973삼진으로 MLB에서 유일하게 팀 삼진 1000개를 당하지 않은 타선이다. 이 끈질김과 스피드를 이용해 장타가 터지지 않을 때도 득점 루트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다. 홈런 등 장타가 터지는 경기는 용이하게 승리하고, 그렇지 않은 경기는 점수를 짜내는 스몰 베이스볼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승리를 끌어내고 있다.

휴스턴 같은 경우 홈런도 많고(2위) 삼진도 많고(AL 1위) 도루도 많은(AL 1위) 아주 독특한 팀 컬러를 지녔는데 캔자스시티를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나 치명적인 실책과 불펜의 약점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뉴욕 메츠는 정규시즌 도루가 가장 적은 팀(51개)이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인 달리는 게임으로 승리를 끌어내고 있다. 10월 21일까지 메츠는 7개의 도루로 가장 베이스를 많이 훔쳤고, 특히 컵스와의 3차전에서는 4번 타자 세스페데스가 3루를 훔친 후 폭투로 결승점을 올리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단판 승부에서 패한 피츠버그, 양키스와 함께 첫 라운드 탈락의 세인트루이스도 도루가 하나도 없었다. 특히 양키스와 피츠버그는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에서 각각 10개와 11개의 삼진을 당하며 허망하게 패했다. 투수진의 삼진 능력만큼이나 타선의 삼진 당하지 않는 끈질김이 포스트시즌에는 대단히 중요하다.

단기전의 가장 큰 변수는 이변이다. 전력 열세로 언더독으로 지목된 팀이 승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작년에 캔자스시티는 와일드카드 팀으로 바닥에서 시작해 연승 가도를 달리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또 다른 와일드카드 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막강 에이스 범가너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기도 했다. 올 정규시즌에서 컵스는 메츠를 7번 만나 전승을 거뒀지만 메츠에 연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올해 정규시즌 유일하게 100승을 넘긴 세인트루이스는 컵스에 밀려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결국 투수력, 특히 강한 에이스가 있고 삼진 능력이 탁월한 투수진을 보유한 팀, 빠르고 작전이 다양한 팀, 끈질긴 야구를 구사하는 팀, 그리고 무엇보다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고 유지하는 집념의 팀이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는 힘을 내 우승컵을 품에 안게 된다.

민훈기

스포티비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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