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photo 뉴시스
박병호 ⓒphoto 뉴시스

넥센 히어로즈의 홈런왕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의 포스팅을 받은 게 프로야구 팬들의 최대 관심사다. 1285만달러라는 거액이다. 지난해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 500만2015달러의 두 배를 넘는 금액이다. 포스팅 금액은 박병호와의 협상 권리금이다. 박병호는 향후 한 달간 이 팀과 연봉 협상을 하게 된다.

그러면 도대체 이들이 말하는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이란 과연 무엇일까?

포스팅 시스템은 한국 혹은 일본 선수들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시키기 위한 메이저리그와 양국 프로 리그 사무국과의 협약이다. KBO리그 선수의 경우 1군에서 7시즌 이상을 뛰면 포스팅 시스템의 자격을 얻게 된다. 일본 프로 리그의 경우 단 한 시즌이라도 소속팀 1군에서 뛰게 되면 팀 허락하에 포스팅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물론 해외 진출을 원하는 선수가 1군에서 9시즌 이상을 뛰면 포스팅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도전을 해보고 싶은 선수들이라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일단 선수와의 협상 권리를 얻기 위해 비공개로 일종의 ‘협상 권리금’ 형태로 포스팅비(費)를 제출하고 가장 높은 액수를 적어낸 팀이 향후 한 달간 선수와의 연봉 협상을 단독으로 할 권리를 얻게 되며 연봉 협상이 마무리 지어지면 포스팅 비용은 전 소속팀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구단 입장에서는 2년 먼저 선수를 내어주지만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선수 입장에서는 젊은 나이에 진출하면서 보다 나은 조건의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다만 한 달간 협상을 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선수는 원 소속팀에 남아야 한다.

지금까지 포스팅 시스템의 최고 수혜자는 일본인 투수 다르비슈 유이다. 다르비슈는 2011년 12월 5170만달러의 포스팅 비용과 6년에 6000만달러의 계약으로 포스팅 비용과 총 계약 규모 기록 보유자가 되었다. 하지만 총 계약 규모는 3년 뒤 다나카 마사히로에 의해 깨지게 된다. 7년에 1억5500만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한편 지나치게 높아지는 포스팅 비용에 부담을 느낀 메이저리그는 일본 프로야구 사무국과 협의를 통해 포스팅 비용 최대치를 2000만달러로 제한했다. 대어급 선수의 경우 메이저리그의 큰손들만 차지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한몫을 했다. 메이저리그 측에서는 과열 경쟁으로 포스팅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경계할 수 있고 선수 입장에서는 과다한 포스팅 비용 지출로 자신의 계약금과 연봉을 받는 데 지장받는 점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아직 KBO리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KBO리그 출신으로는 역시 류현진이 최고 금액을 자랑한다. LA 다저스로부터 2573만달러의 포스팅 비용과 함께 6년에 보장금액 3600만달러에 향후 인센티브에 따라 4200만달러까지 이르는 대형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강정호는 포스팅 비용 500만2015달러와 4년간 보장금액 1100만달러, 인센티브 포함 1600만달러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포스팅 비용 500만2015달러에서 2015달러에는 2015시즌 우승을 염원하는 피츠버그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다르비슈 유 ⓒphoto 연합
다르비슈 유 ⓒphoto 연합

포스팅 시스템이 생겨난 배경에는 1995년 메이저리그에 거센 ‘토네이도’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노모 히데오와 메이저리그에서 40홈런-40도루를 기록했던 알폰소 소리아노의 이적 영향이 크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각광받던 노모는 최고의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는 강한 의사를 밝혔지만 소속팀 긴테쓰 버팔로스는 에이스를 놓아줄 마음이 없었다. 결국 노모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은퇴를 하는 형태를 취했고 팀의 제재를 받지 않는 가운데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소리아노는 히로시마 카프의 육성군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10대 때 일찍 계약한 선수였지만 그 역시 비슷한 형태로 뉴욕 양키스로 떠나보내면서 일본 측은 아무런 보상 없이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뺏기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1998년 양국은 포스팅 시스템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이 형태는 우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도 적용이 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프로 출신 선수들의 포스팅 역사를 살펴보면 박병호의 1285만달러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상 최고 금액은 이미 언급된 다르비슈에게 돌아가 있고 다음은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5111만달러, 이가와 게이의 2600만달러 순이다. 그 다음이 류현진이다. 5위가 다나카로 2000만달러이다. 상위 5명은 모두 투수였다.

그 다음 순위에 마침내 야수가 등장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치로가 주인공이다. 1313만달러의 포스팅 금액이었고 총연봉 규모는 3년에 1400만달러 정도였다. 바로 그 뒤를 잇는 선수가 박병호다.

지금까지 14명의 일본 선수가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KBO리그 출신은 류현진과 강정호 두 선수만이 포스팅 비용을 받아들이고 무난히 진출을 했다. 이번에 박병호가 연봉 협상까지 성공한다면 포스팅을 거쳐 진출한 세 번째 선수가 된다.

아무래도 큰돈을 받고 온 선수들의 성공 확률이 높았던 것만은 확실하지만 크지 않은 금액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강정호 역시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피츠버그는 그에게 4년간 총 16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일단 첫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얻어내며 대만족을 한 상태이며 현재 그의 부상 회복이 예상대로 간다면 일단 주전 3루수로 내년 시즌에 뛸 것으로 예상한다.

그보다 적은 포스팅 비용 250만달러에 2년간 250만달러라는 낮은 금액을 투자했던 외야수 아오키 노리치카도 비용 대비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포스팅 시스템은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싶은 선수들에게 약간의 기간을 당겨주는 역할을 하고, 현재 소속 구단에는 금전적 보상을 돌려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구단에는 즉시 전력감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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