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photo 스포츠조선
이대호 ⓒphoto 스포츠조선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는 예기치 않은 다리 부상으로 시즌을 조금 일찍 마감했지만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 최종 3인에 들어갔다. 강정호의 뛰어난 활약은 다른 선수들에게 MLB 진출의 길을 활짝 열었다.

이대호, 손아섭, 황재균 등이 공식적으로 미국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김현수, 오승환 등도 조용히 메이저리그행을 알아본다는 소식이다. 이들 중에 현지에서 당장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는 선수는 이대호와 김현수이다. 그 배경에는 아무래도 이 두 선수가 FA 자격을 가지고 메이저리그 모든 팀과 열어놓고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면 먼저 이대호를 살펴보자. KBO리그를 대표하던 강타자 이대호는 MVP 1회를 비롯해 타율·타점·홈런 3개 부문을 석권하는 트리플크라운을 2번이나 달성하며 국내에서 통산타율 3할9리,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하고 2012년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계약하며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오릭스에서 2년을 보낸 뒤 지난해와 올해 소프트뱅크에서 중심 타자로 활약했다. 일본에서도 4년간 98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2할9푼대의 통산타율로 녹슬지 않는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일본 시리즈에서의 맹활약으로 시리즈 MVP에 오르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아직 오릭스와 5억엔의 2016년 옵션이 남아있지만 과감하게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하는 데 이르렀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MLB 도전을 선언한 이대호의 객관적인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한·일 양국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인 것은 커다란 플러스 요인이 된다. 2006년부터 궤도에 오른 이대호는 부상 없이 꾸준함을 유지했다. 또한 큰 덩치에 걸맞지 않게 파워에만 의존하는 선수가 아닌 정교함을 갖추고 있다. 삼진과 볼넷 비율도 준수하다. 이런 모습은 그를 평가하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이번 메이저리그 FA시장에서 눈길이 가는 1루수는 홈런왕 출신 크리스 데이비스가 거의 유일한 선수란 것도 시장 상황 면에서 유리한 점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내년에 34세가 되어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은 쉽지 않을 수 있다. 3+1년 정도 계약이 현실적으로 최대치일 수 있다. 그리고 1루수로서 수비 범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도움이 되는 요소도 아니다. 15년간 프로 생활을 하며 20+홈런을 10번 기록했지만 30홈런 이상은 단 두 번으로 2010년 44개 그리고 올해 31개가 전부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볼 때 전형적인 홈런 타자가 아닐 수 있다.

MLB, 50% 세금도 변수

김현수 ⓒphoto 스포츠조선
김현수 ⓒphoto 스포츠조선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야수 출신 메이저리거의 한 시즌 최다홈런은 과거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마쓰이 히데키의 31개가 최다기록이다. 그는 미국 진출 당시 일본 최고의 타자로 한 시즌 50홈런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또 일본 프로에서 30개 이상의 홈런을 두 번 기록했던 후쿠도메 고스케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한 시즌 최다홈런이 13개에 그쳤다. 44개의 홈런을 포함해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했던 이와무라 아키노리는 메이저리그 4년 동안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다. 이대호는 이런 일본 출신 선수들의 아쉬운 성적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이대호는 1루수와 지명 타자가 가능한 아메리칸리그 팀들에 맞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 최소 2할 후반대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다는 확신이 그들에게 필요하다.

한편 김현수의 경우는 외야수와 1루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이런 포지션의 다양함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늘어나는 다(多)포지션 소화 선수들을 감안하면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진행 중인 프리미어12를 포함해 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선수로 이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 야구에서 김현수는 공인된 타격기계로 올시즌 본인 최다홈런인 28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장타력은 국내 야구 기준으론 수준급이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기준으로 볼 때 메이저리그에서 펑펑 홈런을 터뜨릴 선수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3할 타율에 도전할 수 있는 그를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번 국내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현 소속팀 두산 베어스를 포함해 여러 팀들이 그를 원한다는 소문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국내 FA 선수들의 치솟는 몸값을 감안하면 김현수는 최초로 4년 계약에 100억원을 넘어서는 선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두산의 장원준은 4년에 84억원으로 계약했고, SK 와이번스의 최정 역시 4년에 86억원, 삼성의 윤성환은 80억원에 사인을 했다. 그의 실력과 인기도를 감안하면 100억원 이상 계약이 신기루만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이대호와 김현수가 감안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세금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일반인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연봉을 받는다. 올시즌 개막전을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400만달러를 최초로 돌파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45억원이 넘는 돈이다. 이렇게 고소득자이다 보니 연방세가 어마어마하다. 거의 42%에 육박한다. 여기에 에이전트 비용을 일반적으로 5%, 그것도 세전 수익 기준으로 지불한다. 그리고 본인이 속한 팀이 거주하는 주에 따라 주세(州稅)가 붙는다. 물론 본인의 가족이나 재산 보유 상황에 따라 환급을 받기도 하지만 거의 받는 연봉의 절반 정도가 이렇게 지출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 초반대의 세금을 선수들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내는 1억5000만원이 넘으면 경비처리 후 차액에 대해 38%까지 세금을 내게 된다. 결국 메이저리그 진출 시 일본에서 내는 세금보다 두 배 가까이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활동하던 이대호가 보장받은 5억엔은 원화로 환산하면 47억원이 넘는 돈이다. 이 정도면 400만달러가 약간 넘는 금액이 될 것이다. 단순계산으론 경비처리를 한다고 해도 세금을 떼면 실수령액이 250만달러가 넘기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부분도 감안을 안 할 수 없다. 두 선수 모두 충분히 메이저리그에 뛸 수 있는 실력의 소유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해 줄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두 선수의 MLB 진출 미래는 이런 시각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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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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