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레알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우)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photo AP·뉴시스
(좌)레알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우)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photo AP·뉴시스

유럽은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다. 그런 유럽에서도 ‘스페인’과 ‘잉글랜드’는 세계 축구의 핵(核)이다. 전 세계 ‘축구 좀 한다’는 선수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Primera Liga)’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 축구에 관한 한 최고들이 모인 이 두 리그 중 진정한 세계 최고는 어디일까.

각종 유럽 클럽 대항전 성적과 선수 개개인의 능력, 또 팀별 경기력 수준과 선수 발굴 시스템 등에서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가, 반면 축구 세계화와 스포츠 마케팅 등 축구 비즈니스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한 수 위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쉽게 말해 ‘축구 실력은 스페인, 축구를 장사와 연결하는 사업 수완은 잉글랜드가 더 낫다’는 말이다.

현재 스페인 축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로(유럽선수권) 2008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까지 차례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유럽(유로대회)과 세계(월드컵) 메이저 대회를 연이어 세 차례 우승한 국가는 스페인이 유일하다. 2011년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장기간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를 유지했다. 2014년까지 스페인은 ‘무적함대’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축구에 관한 한 적수가 없었다.

하지만 2014년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을 계기로, ‘절대 강자’이던 스페인 축구가 주춤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페인은 유로대회와 월드컵의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힌다. 세계 축구판에서 스페인은 지금도 가장 강한 축구 중 하나다.

‘축구 No 1’ 스페인 vs ‘축구 종가’ 잉글랜드

스페인 축구를 세계 최고로 성장시킨 토양이 바로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 즉 ‘프리메라리가’다. 프리메라리가의 정식 명칭은 ‘프리메라 디비시온(Primera Divisin de Espaa)’이다. ‘라 리가(La Liga)’라는 약칭으로도 불린다. 1928년 시작돼 현재 20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인 면에서 유럽 어느 리그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언어적 동질성, 쉬운 적응 등의 이유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등 기술이 뛰어난 남미 출신 선수들의 유입이 많은 게 큰 이유다. 또 ‘유럽의 남미’로 불릴 만큼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포르투갈 출신 선수들도 뛰어난 개인기로 무장돼 있다. 이들이 프리메라리가를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축구로 만들고 있다. ‘인간계를 넘어 신(神)계의 축구’로 이야기되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여기에 네이마르와 수아레즈, 이니에스타와 페페, 가레스 베일과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프리메라리가에서 뛰고 있다.

‘3-5-2’니 ‘4-2-3-1’ 같은 축구 전술 운영에서도 프리메라리가는 ‘개척자’ 또는 ‘시험무대’로 불린다. 다른 나라 축구 리그보다 한발 앞선 축구를 한다는 의미다.

잉글랜드는 현대 축구의 탄생지란 이유로 흔히 ‘축구 종가(宗家)’라 부른다. 월드컵 이상으로 세계 축구팬을 열광시키는 유럽선수권대회를 ‘유로(EURO)’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 역시 잉글랜드에서다. 1996년 잉글랜드가 자국에서 열린 10회 유럽선수권을 ‘유로’라 부른 것이 시초가 돼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축구에 관해 잉글랜드는 ‘최초’란 말과 친숙하다. 프로축구 리그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초의 프로축구 리그 역시, 1888년 시작된 잉글랜드의 ‘풋볼리그’다. 1992년 초까지 ‘풋볼리그(The Football League)’로 불리다가 1992년 5월부터 ‘프리미어리그’로 명칭이 바뀌었다. 1990년대 초까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경쟁 리그에 비해 열세에 있던 잉글랜드가 축구 부흥을 목표로 1991년부터 리그 개편을 시작했다. 그 결과 1992년 5월 기존 1부 리그의 명칭을 ‘프리미어리그’로 바꾸며 리그 체제를 재편했다. 현재 20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빠르고 거친 리그로 알려져 있다. 공격과 수비의 전개 속도가 빠르고, 체격과 체력을 바탕으로 힘이 넘치는 축구를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투박한 축구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세계화된 리그라 불릴 만큼 남미는 물론 유럽의 경쟁자 스페인·네덜란드·프랑스리그 선수들까지 적극적으로 데려오고 있다. 이들이 가세하며 단조로운 영국식 축구에서 벗어나고 있다. 참고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국적이 100개나 된다.

프리미어리그는 전체 20개 팀의 전력 차가 크지 않은 게 특징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나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의 다른 리그는 최상위 2~3팀과 나머지 팀 간 실력 격차가 큰 게 현실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라는 2강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마드리드) 정도가 우승 경쟁을 할 뿐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절대강자 바이에른 뮌헨이 독주한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그렇지 않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아스널·첼시·리버풀’, 기존 4강 체제가 오래전에 깨졌다. 맨체스터시티와 토트넘 등이 성장했고, 레스터시티처럼 약체로 평가받던 팀이 올 시즌 1위를 달리 정도다. 전력 차가 적은 팀 간 우승 경쟁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순위 변동성은 매우 크다. 또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 등 유럽 클럽 대항전 진출권을 두고 어느 리그보다도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요인들이 프리미어리그를 최고의 인기 리그로 끌어올리고 있다.

(좌)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 photo AP·뉴시스 / (우)레스터시티의 제이미 바디 photo 연합
(좌)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 photo AP·뉴시스 / (우)레스터시티의 제이미 바디 photo 연합

UEFA·IFFHS “프리메라리가가 더 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직접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두 리그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가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발표하는 ‘유럽 각 국가별 프로리그 계수’가 그것이다. 이것은 흔히 ‘유럽 각 리그 순위’로 불린다. 2015년 12월 1일 기준, 스페인이 9만1856점으로 1위다. 프리미어리그는 6만9659점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이은 3위다. 지난 몇 년간 ‘유럽 프로리그 계수 순위’를 보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프리미어리그 등 다른 리그들을 압도한다. 2010-2011년 유럽 1위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였고, 2위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였다. 하지만 2011-2012년 시즌에는 1위 프리메라리가, 2위 프리미어리그였다. 2012-2013년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가

1위로 이변을 연출했고, 2위 프리메라리가, 3위 프리미어리그였다. 2013-2014년 다시 프리메라리가가 1위에 올랐고, 프리미어리그는 2위였다. 2014-2015년 시즌도 프리메라리가가 1위였고, 올 시즌 역시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6년간 UEFA 유럽 리그 순위에서 프리메라리가는 3차례 1위를 한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단 1차례 1위를 했을 뿐이다.

UEFA가 집계하는 ‘유럽 클럽(팀) 계수 순위’도 눈여겨볼 만하다. 흔히 ‘유럽 클럽 순위’로 불린다. 여기서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팀들이 초강세다. UEFA가 최근 발표(11월 25일 기준)한 올 시즌 현재 순위는, 레알마드리드가 1위다. FC바르셀로나(3위)와 AT마드리드(5위)까지 프리메라리가 3팀이 10위 안에 들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 팀은 4위 첼시와 10위 아스널이 전부다. 지난 시즌인 2014-2015년 격차는 더 크다. FC바르셀로나(1위)와 레알마드리드(2위), 세비아(4위), AT마드리드(7위) 등 10위 안에 4팀이 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첼시(10위)만 10위 안에 들었다. 2013-2014년 시즌도 마찬가지다. 프리메라리가 소속 5개 팀이 10위 안에 든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2팀만 10위 안에 포함됐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의 ‘리그 순위’와 ‘클럽(팀) 순위’ 역시 중요한 지표다. IFFHS는 매년 1월 전 세계 축구 리그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 1월 발표한 IFFHS의 2014년 세계 축구리그 순위를 보자. 1위 스페인, 2위 이탈리아, 3위 잉글랜드다. 지난해 나온 2013년 축구 리그 순위도 1위가 스페인, 2위 잉글랜드였다.

IFFHS의 클럽 순위도 두 리그 비교에 참고할 만하다. 전 세계 500개 팀을 비교해 IFFHS가 올 1월 발표한 2014년 세계 1위 축구팀은 프리메라리가의 레알마드리드다. AT마드리드가 3위, FC바르셀로나가 4위다. 10위 안에 프리메라리가 소속팀이 3개다. 이 팀들 모두 5위 안에 들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 소속은 아스널(7위), 한 팀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승패가 분명히 나뉘는 양대 유럽 클럽 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성적 역시 프리메라리가와 프리미어리그 비교에 중요한 지표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10년간 프리메라리가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5차례 가져갔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2차례에 그쳤다. 유로파리그 성적은 더 큰 차이가 난다. 같은 기간 프리메라리가 팀들은 유로파리그를 6번 우승한 반면, 프리미어리그 팀의 우승은 단 1차례뿐이다.

각종 지표와 유럽 클럽 대항전 실적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프리메라리가가 프리미어리그를 앞서고 있다. KBS 축구해설가 한준희 위원은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는 프리메라리가가 한 수 위’다”라며 “두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간 실력, 팀 전술에서 스페인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 위원은 “특히 유로파리그를 비교하면 두 리그의 객관적 실력 비교가 가능하다”고 했다.

“챔피언스리그는 두 리그 챔피언과 최상위 2~3개 팀이 맞붙기에 리그 전체의 평균 실력 비교가 쉽지 않다. 반면 유로파리그는 유럽 각 리그 중상위권 3~4팀, 즉 각 리그의 평균 실력에 해당하는 팀들이 경쟁하는 클럽 대항전이다. 평균 실력을 가진 팀들이 맞붙는 유로파리그에서 프리메라리가 팀들이 지난 10년 동안 월등한 실력(우승 6회)을 보였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리그의 평균 실력에서 프리메라리가가 한 수 위라는 의미다.”

(좌)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수아레즈. photo AP·뉴시스 / (우)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 photo 연합
(좌)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수아레즈. photo AP·뉴시스 / (우)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 photo 연합

상품성 프리미어리그가 더 좋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프리메라리가가 프리미어리그를 앞서는 건 아니다. 축구 비즈니스 면에서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 모든 축구 리그를 압도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스포츠시장에서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미국과 스위스, 러시아와 중동, 중국, 말레이시아 등 세계 거대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러시아(첼시·레딩)와 미국(맨유·아스널·리버풀), 중동(맨시티) 등 세계의 거부들이 프리미어리그 팀을 사들이거나, 투자한 건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투자자본인 사모펀드·헤지펀드들까지 프리미어리그 팀의 경영권과 지분 인수에 나서고 있다. 올 11월 미국계 사모펀드 ‘피크6(PEAK6)’가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본머스’의 지분을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한때 지동원이 뛰었던 선더랜드의 주인 역시 한국인에게 익숙한 사모펀드 ‘론스타’다. 사모펀드 ‘아폴로’의 창업자 조시 해리스도 올해 이청용의 소속팀 ‘크리스털 팰리스’의 지분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메라리가도 중국(AT마드리드·에스파뇰)과 싱가포르(발렌시아) 등의 자본이 팀을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프리미어리그와 차이가 크다. 사모펀드·헤지펀드가 프리메라리가로 향하는 경우도 드물다.

시장성과 수익성의 차이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는 1990년대 말부터 세계 스포츠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와 미국 지역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두 지역은 세계 최대 스포츠 비즈니스 시장이다. 선수들이 힘들어함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리그는 아시아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매주 토요일 비중이 큰 한 경기를 현지 시각 12시45분(한국 시각 8시45분)에 열고 있다. 맨유·아스널 등 최고 인기 팀들 역시 매년 시즌 종료 후 아시아와 미국에서 현지 팀과 친선 게임을 벌인다. 또 실력을 불문하고 오로지 마케팅과 사업 차원에서 한국·중국·미국의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이 있다. ‘영어’다. 프리미어리그의 성장에는 ‘영어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다. 스페인어를 쓰는 프리메라리가보다 더 많은 팬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이같은 요인 덕분에 프리미어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진 리그가 됐다. 참고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세계 팬이 약 3억300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맨유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 팬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 팬임을 밝히고 있다. 리버풀·아스널·첼시 등도 전 세계 팬 규모를 키우고 있다. 반면 프리메라리가는 절대강자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팬이 맨유에 버금갈 만큼 전 세계에 분포돼 있다. 하지만 이 두 팀을 뺀 나머지 팀들의 팬 기반은 미약하다.

프리미어리그의 적극적 마케팅과 수억 명에 달하는 세계적 팬 기반은 수익성으로 직결된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는 지난해 프리미어리그의 영업이익이 6억1400만파운드(약 1조766억원)쯤 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유럽 다른 리그의 수익성에 비해 1.5~3배쯤 되는 수치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축구팀 1위가 프리메라리가의 레알마드리드다. 맨유에 근소하게 앞서 1위다. 하지만 리그 전체 상황은 다르다. 딜로이트가 올 1월 각 리그 팀들을 분석해 ‘유럽 축구팀 실적 상위 20곳’을 추렸다. 여기에 프리미어리그는 8개 팀, 반면 프리메라리가는 3개 팀만이 20위 안에 들었다. 특히 10위 안에 든 프리미어리그 팀은 5개나 되는 반면, 프리메라리가 팀은 2개뿐이다.

당분간 축구 비즈니스에서 프리미어리그가 프리메라리가를 압도하며 독주할 가능성이 크다. 축구팀 수익에서 비중이 가장 큰 중계권료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적 인기를 등에 업고 천문학적 중계권료 수익을 올린다. 프리미어리그의 영국 내 중계권료는 2013-2014년 시즌부터, 3년간 30억파운드(5조2603억원)다. 내년부터 2019년 시즌까지 영국 내 중계권료로 51억3600만 파운드(9조57억원)에 계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수익성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반면 프리메라리가의 중계권료는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이 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바뀌기란 쉽지 않다. 결국 ‘돈과 실력이 정비례하는 건 아니다’라는 게 현재 세계 축구판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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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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