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에릭 테임즈 ⓒphoto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NC의 에릭 테임즈 ⓒphoto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두산 베어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5 KBO 프로야구는 사상 3번째로 외국인 선수가 MVP에 낙점을 받았다. 그 주인공은 NC 다이노스의 1루수 에릭 테임즈였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기록한 점이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의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의 도입 초창기에는 외국인 선수 첫 MVP였던 타이런 우즈를 비롯해서 제이 데이비스, 펠릭스 호세와 같은 타자들이 주로 득세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원한 홈런포를 생산할 수 있는 거포형 타자들이 주된 영입 대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게 된다. 두껍지 못한 국내 출신 투수층이 두드러졌다. 이에 각 팀들은 앞다투어 선발을 맡을 투수들을 영입하면서 한동안 외국인 야수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2014년 외국인 선수 보유를 3명까지 늘리고 이 중 2명만 출장시키는 제도가 생기며 다시 변했다. 규약상 3명 모두 투수나 타자 일색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 골자가 되며 한때 투수 일색이었던 외국인 선수 시장이 다시 변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프로야구 시장에 미친 좋은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펠릭스 호세, 살로몬 토레스, 훌리오 프랑코와 같이 메이저리그에서도 꽤 좋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며 팬들의 사랑은 물론 여타 선수들에게도 자극이 되었다. 또한 레다메스 리즈와 같은 선수는 국내 투수들에겐 볼 수 없는 160㎞의 강속구를 선보이며 국내 타자들의 눈을 업그레이드시켰다. 반면 몇몇 외국인 선수는 국내 선수들에게는 찾아보기 어려운 언행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들이 국내에 유입되던 초반에는 마치 미국의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서 퇴물 취급을 받거나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가능성이 희박한 선수들이 많이 왔지만 시간이 흐르며 추세는 변했다. 국내 프로에서 오히려 기량을 회복하거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메이저리그로의 복귀 혹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일본 프로야구 진출 등의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외국인 선수들의 연령층도 한층 어려지고 아직 메이저리그에 도전가능한 선수들도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경력이 있던 선수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두산의 에이스이자 어느덧 국내 프로리그에서 5년을 뛴 더스틴 니퍼트를 비롯해 조시 린드브럼, 미치 탈보트, 루카스 하렐, 자크 스튜어트, 브렛 필, 앤디 마르테 등 한때 유망주 혹은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꽤 괜찮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화 로저스 190만달러

한화의 에스밀 로저스 ⓒphoto 한화이글스
한화의 에스밀 로저스 ⓒphoto 한화이글스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 ⓒphoto 뉴시스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 ⓒphoto 뉴시스

수준 있는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전반적인 수준, 특히 타자들의 기량이 발전한 국내 프로야구에서 경기를 한층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선수를 데려오는 데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과거 KBO는 용병 선수들의 몸값 상한선을 30만달러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 상한선은 실력 있는 용병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었고 웃돈을 주고 선수 영입을 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실제로 일부 선수의 경우 100만달러 이상을 지불했다는 소문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렸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계약 발표를 지양하고 국내 선수들의 FA 몸값이 치솟아 오르면서 연봉 상한선을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최근 발표된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은 일반적인 경우 70만달러에서 한화 로저스의 190만달러까지 대폭 오른 선으로 발표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막판에 영입된 로저스의 경우 당시 공식 발표는 70만달러로 났지만 실제 연봉은 100만달러라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두산의 니퍼트는 정규 시즌에서 부상으로 실력 발휘를 못했지만 포스트시즌에 구위를 찾으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그의 올해 연봉 발표액은 150만달러였다. 또 올해 새로 영입된 투수 중에 가장 구위가 좋았다는 평가를 들었던 롯데의 조시 린드브롬은 발표된 내년 연봉이 120만달러이다.

이렇게 좋은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가는 현상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당연히 프로에서 실력 있고 팀 성적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국내 FA 특급 선수들의 몸값도 계약금을 포함하면 연평균 20억원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와의 경쟁은 늘 국내 프로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외국인 선수들에게 거의 매 시즌 빠지지 않는 요소가 되며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 상승에 일조를 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선수들은 국내에서 받는 연봉보다 낮은 연봉과 보장된 자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꿈을 좇는다는 명분을 가진 경우가 대다수이다. 올 시즌 초중반 강정호와 함께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었던 리즈가 바로 그런 경우의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일본 프로의 경우는 다르다. 일단 연봉 싸움으로 흐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일본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중 최고 연봉 수혜자는 이대호였다. 전체 연봉 순위도 공동 2위인 5억엔 수준이었고, 달러로 환산하면 418만달러였다. 외국인 2위는 매트 머튼으로 384만달러,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250만달러로 3위, 쿠바 출신 율리에스키 구리엘도 250만달러, 그리고 5위가 오승환으로 그 역시 250만달러 선이었다. 그 다음 순위의 토니 블랑코가 209만달러로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은 한화 에스밀 로저스의 190만달러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안팎으로 오르는 연봉을 과연 구단들이 어떻게 감내할지가 문제이다. 프로 세계에서 선수 영입도 경쟁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부에서 선수를 육성하고 긴 안목으로 가는 모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언제까지 당장의 성적에 급급하며 선수 영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인가. 우리보다 훨씬 시장 규모가 큰 메이저리그에서 ‘스몰 마켓팀’인 캔자스시티가 어떻게 우승을 했는지 진지하게 바라볼 때가 되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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