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승환. 김현수. 박병호.
(왼쪽부터) 오승환. 김현수. 박병호.

LA다저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국내 최고의 선수는 MLB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해 강정호가 국내 프로 출신 첫 야수로 연착륙을 했다. 두 사람의 성공은 이번 겨울 국내 선수들의 연이은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터줏대감 추신수를 비롯해 류현진, 강정호에 이어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의 진출로 국내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과거 박찬호의 뒤를 잇는 김병현, 김선우, 서재응, 최희섭 등의 동시대 활약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작년 부활한 추신수와 부상에서 돌아올 류현진, 강정호 외에 첫 도전의 발을 뗀 이들 3인방까지 올 시즌 기상도를 살펴보자. 먼저 맏형 추신수의 위치는 확고부동하다. 올 시즌도 주전 우익수에 2번 타순에 배치가 될 것이다. 부상이 있었던 2011년과 2014년을 제외하면 늘 2할 후반대 타율과 20개 전후의 홈런, 그리고 4할에 근접할 출루율이 기대된다. 약간 아쉬운 부분은 재작년 발목 수술 이후 도루는 자제하고 있다는 점 정도이다. 타율, 출루율, 홈런, 타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자신의 몫을 해내는 선수일 뿐 아니라 그동안 쌓인 경험치는 내부의 경쟁자가 존재하기 어려운 독보적 존재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 예상을 뒤엎고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한 소속팀의 분위기가 올해까지 이어질지도 흥미롭다.

어깨 수술을 하고 돌아올 류현진의 재기도 초미의 관심사다. 작년 왼쪽 어깨의 손상된 관절순 제거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일단 정상적으로 스프링 트레이닝에 들어와 개막전에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몸을 만들고 있다. 물론 아직 정확히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팀에서는 개막전 로스터 합류의 가능성도 보고 있지만 늦으면 5월 합류까지 감안하고 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쌍두마차를 이루었던 잭 그레인키가 하필이면 같은 지구 팀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이적했기 때문에 이번 겨울에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 좌완 스콧 카즈미어를 보강하며 작년에 부상을 당한 류현진과 브랜든 매카시의 시즌 초반 공백을 대비했다. 여기에 기존의 브렛 앤더슨과 알렉스 우드가 있기 때문에 현재 다저스의 로테이션은 꽉 차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앤더슨은 2009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2년 연속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다. 또한 우드는 이제 데뷔 4년차 선수로 풀타임 선발은 2015년이 첫 해였다. 결국 부상에서 얼마나 완벽하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느냐가 관건이다. 확실한 것은 류현진이 돌아오면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구위와 경기 감각 회복을 모니터링할 것이다. 자신의 공만 찾는다면 로테이션 진입은 문제가 없고, 여전히 2, 3 선발 역할을 기대받을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다시 두 자리 승수에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시즌 후반 강한 슬라이딩에 다리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아쉽게 시즌을 접었던 강정호도 시즌 초반 복귀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번 겨울 국내 입국조차 하지 않고 꾸준하게 재활 중인 그는 많은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 담당 기자는 개막전까지는 힘들지 모르지만 4월 중 복귀가 유력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부상 당하기 전까지 후반기에 0.310의 타율에 11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오히려 작년 첫 진출 당시보다 상황이 좋아졌다. 작년 3~4월에 12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고 자신의 확실한 포지션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 피츠버그는 기존의 주전 2루수 닐 워커를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시키며 내야 유틸리티맨으로 뛰던 조시 해리슨을 2루로 이동시켰다. 이 얘기는 강정호가 주전 3루수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간간이 유격수로 뛸 전망이다. 자신의 포지션을 뺏겼다는 생각보다는 유격수보다 공격력 쪽에 비중이 있는 3루수 주전으로 팀이 생각할 정도로 방망이 실력을 인정한다는 쪽으로 보는 것이 맞다. 실질적으로 지난 시즌 유격수보다 3루수로 나왔을 때 수비도 더 안정감이 있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지난해 후반기 기세를 올 시즌까지 끌고 올 수 있느냐이다. 현지에서는 20개에 근접한 홈런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 올 시즌 처녀 진출한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를 살펴보자. 포스팅을 통해 미네소타와 4년 계약을 맺은 박병호의 시즌 출발은 일단 지난해의 강정호 상황보다 나아 보인다. 우선 팀은 주전 지명타자로 박병호를 활용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또한 폴 몰리터 감독은 강정호의 예를 들며 스프링 트레이닝 당시의 강정호와 여름에 다시 만난 강정호는 완전히 다른 선수였다며 박병호에 대해서도 적응기가 필요하니 참을성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선 지명타자가 주된 자리겠지만 팀의 간판 조 마우어가 맡고 있는 1루수로도 간간이 기용이 될 전망이다. 일단 지난해 주로 지명타자를 맡았고 원래 3루수 요원인 유망주 미겔 사노를 외야로 전향시켰고 3루수 트레버 플루프는 감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설이 계속 돌고 있다. 현재 박병호와 경쟁 선수는 역시 한방을 갖춘 케니스 바르가스이지만 일단 박병호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질 전망이다. 얼마나 빠르게 현지 야구 스타일과 분위기에 적응하느냐가 문제이다. 국내에서 지난 2년간 105개의 홈런을 기록한 그를 두고 현지에서는 그 절반의 홈런만 기록해도 성공이라는 분위기로 박병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일단은 첫해에 최소한 20개 이상의 홈런은 기록해줘야 한다. 지난해 미네소타의 팀홈런은 156개로 아메리칸 리그 15개팀 중 10위에 그쳤다. 팀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박병호를 영입한 것이니 신예 미겔 사노와 박병호가 바로 그 점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박병호와는 다르게 FA 자격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계약한 김현수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상황이지만 구단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외야수 영입에 대한 소문이 꾸준히 돌고 있어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실력 발휘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자신의 실력만 제대로 발휘하면 팀내 경쟁자로 꼽히는 놀란 라이몰드, 라이언 플레허티, 헨리 우루티아, 지미 파레데스가 그리 힘든 상대들은 아니다. 간판선수 아담 존스가 차지하고 있는 중견수 자리를 제외하면 좌·우익수 모두 김현수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 우타자인 데다 파워는 뛰어나지만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는 1루수 겸 지명타자 마크 트럼보의 자리도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충분히 기용될 가능성이 높아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볼티모어는 김현수의 방망이 정확도도 높게 평가하지만 그의 높은 출루율에도 상당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팀 타선의 성격상 공격적인 유형의 선수가 많아 김현수 특유의 선구안을 발휘할 경우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왼쪽부터) 류현진 photo AP·뉴시스. 추신수 photo 조미예. 강정호 photo 뉴시스.
(왼쪽부터) 류현진 photo AP·뉴시스. 추신수 photo 조미예. 강정호 photo 뉴시스.

오승환, 7~8회 등장하는 셋업맨 가능성

자칫 처음 진출한 선수가 방망이 실력을 과시하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달려들면 오히려 스스로의 덫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 김현수는 자신의 또 다른 강점인 볼을 고르는 능력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단 볼티모어가 원한다고 소문이 난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와 계약에 성공하거나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와 극적인 재계약을 한다면 분위기는 급속히 달라질 것이다. 단 두 선수가 원하는 계약 규모가 1억5000만달러 선이란 소문이 있어 계약까지 연결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아직 그의 실력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를 빠르게 바꿔야 한다. 2할 후반대의 타율과 3할5푼 이상의 출루율, 15개 전후의 홈런을 기록해준다면 우선의 팀 기대치를 만족시켜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1+1 계약을 한 오승환은 한국, 일본을 거쳐 마침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언뜻 보면 작년 카디널스는 2.94의 팀 평균 자책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고 불펜은 2.82의 성적으로 2위를 차지하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 좌완 셋업맨 케빈 시그리스트와 삼각 편대를 이룰 우완 강속구 셋업맨이 실종됐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셋업맨급은 필요할 때 삼진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원한다.

그런 점에서 작년 이 역할을 맡았던 세스 매니스와 같은 선수는 충족을 전혀 시켜주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겨울 오승환과의 계약 이전에 빠른 볼을 장착하고 탈삼진 능력이 있는 조나단 브록스턴과 조던 월든을 영입하며 우완 셋업맨을 찾고 있었다. 이들과 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을 영입한 이유는 최근 기복이 심해진 브록스턴과 지난 2년간 부상에 시달리는 월든으론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피로도를 극복하고 자신의 공만 던질 수 있다면 꽤 비중 있는 승리 계투조가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구단은 95마일의 빠른 볼과 고속 슬라이더를 갖춘 오승환에게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장 부상 등의 예상 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는 7회나 8회에 등판하는 셋업맨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3점대 초반 이하의 평균 자책점과 이닝당 한 개에 가까운 삼진율을 보여준다면 그에 대한 기대치는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맏형 추신수는 이런 말을 했다. “메이저리그는 올라가기도 어렵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 얼마나 꾸준하게 자신의 성적을 지켜내냐가 관건이다.” 부상에서 돌아오는 류현진과 강정호는 빠르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야 하고 새로운 도전자들은 하루라도 일찍 현지 분위기 적응을 하며 실력 발휘를 해야 한다. 모두 가능성이 충분하다.

키워드

#스포츠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야구해설위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