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 ⓒphoto 뉴시스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 ⓒphoto 뉴시스

이제 메이저리그(MLB)의 실질적인 시즌 출발을 알리는 스프링 트레이닝 개막이 코앞에 다가왔다. 기존의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 외에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이대호가 도전장을 던지면서 ‘빅리그’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출발점에 서게 된다.

과거 박찬호를 시발점으로 시작된 국내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아마추어 선수를 데려가는 수순이었다. 박찬호, 봉중근 등이 여기에 해당했다. 하지만 류현진으로 시작된 국내 프로리그 출신의 직행은 지난해 강정호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박병호·김현수 두 명의 직행과 함께 올겨울에만 4명의 프로 출신 선수가 계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박병호와 김현수는 진출과 동시에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소속팀의 만족도를 높였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갑자기 MLB에서 국내 프로 출신 선수들에게 급관심을 보이며 계약까지 이르게 되었냐는 것이다.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일견 단순하다. 일단 단 두 명에 불과하지만 성공적으로 안착을 했고 아직 국내 프로 출신 선수들의 몸값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사상 최고인 425만달러(약 51억원)에 달했다. 류현진의 경우 연평균 600만달러로 가장 후한 대접을 받았고, 강정호는 4년 계약에 보장 금액이 1075만달러이고 타석당 받는 인센티브를 최대로 받았을 때 한 해 142만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 김현수는 2년에 700만달러, 박병호는 4년에 1200만달러를 받고 오승환도 인센티브 포함 최대액은 500만달러이다. 이대호도 경쟁을 이겨낸다면 역시 인센티브 포함 최대 400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물론 박병호는 포스팅 비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어쨌든 보장된 액수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 모두는 메이저리그 평균에 약간 못 미치든지 그 정도의 액수이다. 한마디로 잘만 풀리면 구단 입장에서 대박 계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국내 프로를 경험한 현지 야구인들의 시각도 한몫을 하고 있다. 과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맡았던 제리 로이스터나 현재 롯데의 국제 스카우트 일을 맡고 있는 라이언 사도스키, 또 국내 프로에 잠시 뛰었고 현재는 CBS 메이저리그 분석가로 일하는 크리스 니코스키 등이 현지에서 지한파(知韓派)를 자청하며 국내 선수들 얘기가 터져나올 때마다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현지 매체에 소개하는 한국 프로야구와 선수에 대한 시각은 어떨까.

니코스키는 일본 프로에서도 2년을 뛰었던 선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동양 야구통(通)으로 간주된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명확히 구별했다. 하드워킹이란 부분에서는 양국의 훈련 모습이 흡사하지만 한국의 야수들이 더 공격적이라 메이저리그에 좀 더 가깝다란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200~300개씩 던지는 불펜 투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의견과 함께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며 상당히 놀라웠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1~2회 WBC와 베이징 올림픽의 선전으로 국내 프로야구 인기가 높고, 이런 영향으로 국내 선수들의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photo 뉴시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photo 뉴시스

로이스터 전 감독과 함께 니코스키는 국내 야구의 독특한 문화, 즉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국내 선수들이 개인보다는 팀 중심의 문화를 가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우선 존댓말 문화나 클럽하우스에 선배들이 나타났을 때 후배들이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 등을 밀어주는 목욕 문화 등을 통한 스킨십 문화도 자세히 전했다. 이런 문화는 자신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윗사람에 대한 존중의 문화로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문화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팀 스포츠에서 자신보다 팀을 앞세우는 모습이나 선수들끼리 존중을 하는 자세를 싫어할 팀은 없다. 이런 식으로 한국 프로야구가 MLB에 알려지는 것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형성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도스키의 경우를 보자. 한국 선수들은 학창 시절부터 서로를 잘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기 전에 서로 만나서 안부도 묻고 의견도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상대 선수에 대해 묻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것이지 결코 정보를 캐내는 의도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추측을 했다. 사도스키는 “미국의 트리플A 팀이 KBO 리그에 참가해서 두산 베어스를 쉽게 꺾을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국내 프로리그 수준을 이 정도가 된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사도스키는 “대다수 팀들의 상위 타선은 충분히 트리플A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이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쉬운 점은 선수층이 두껍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사도스키는 여기에 덧붙여 최근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 출신 선수들의 기량 문제를 언급했다. 과거에 비해 점점 더 젊은 선수들이 KBO 리그로 넘어오고 있고, 이런 현상은 기량이 한창 때의 선수가 넘어오는 확률이 높아져 전반적인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구장을 찾는 많은 팬들의 다수가 젊은층이기 때문에 미래가 더욱 밝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니 류현진과 강정호의 성공에 힘입어 국내 프로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결론은 이렇게 귀결된다. 한국 프로야구 시장은 숨길 수 없는 떠오르는 시장으로 계속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시각은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다.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지만 즉시 전력감으로 판단되는 KBO리그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또 어린 시절 박찬호를 보며 꿈을 키우던 ‘박찬호 키즈’들이 속속들이 진출하고 있다. 지금의 어린 선수들은 바로 이들을 바라보며 또 다른 꿈을 키울 것이다.

올해 첫 진출한 4명의 선수들의 성패를 지금 논하긴 어렵다. 이들 중의 일부는 또 다른 성공의 길로 달려갈 것이고, 어떤 이는 적응의 실패를 맛볼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해 볼 관점이 있다. 이들 모두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보장된 높은 연봉을 버리고 실패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는 메이저리그라는 꿈의 무대에 도전을 했다는 것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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