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바르셀로나의 주축 선수들. 왼쪽부터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즈, 헤라르드 피케. ⓒphoto 연합
FC 바르셀로나의 주축 선수들. 왼쪽부터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즈, 헤라르드 피케. ⓒphoto 연합

“Ce sont les meilleures quipes.(저들은 최고의 팀들이다.)”

웅장한 주제가와 함께 축구팬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할 이벤트가 다가온다. 축구의 중심 유럽 최고의 프로축구 클럽을 가리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4월 6일과 7일에 걸쳐 열린다. 조별리그와 16강전을 치르고 올라온 8팀은 홈·원정 방식으로 4강 진출팀을 가린다. 최고의 클럽들이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손잡이가 커다란 귀 모양을 닮아 불리는 애칭)를 두고 펼칠 8강 매치업의 관전 포인트와 주목할 선수를 소개한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4월 6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각)

“매우 설렌다.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하는 것만큼 우리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는 없다.”

바르셀로나와 맞붙는다는 소식을 들은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마드리드) 감독의 말이다.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를 기다렸다는 듯한 그의 발언에 세계 축구팬들은 흥분했다. 현재 스페인 프로축구 1위팀 바르셀로나와 2위팀 AT마드리드가 맞붙는 이번 대결은 8강전에서 놓쳐선 안 될 승부다.

이 경기가 기대되는 이유는 시메오네의 AT마드리드가 ‘대(代)바르셀로나’ 전술의 모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리오넬 메시·사비·이니에스타를 중심으로 한 특유의 패스플레이 ‘티키타카’를 무기로 바르셀로나는 2008~2009 시즌부터 4년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패배를 모르던 바르셀로나의 질주에 찬물을 끼얹은 팀이 시메오네의 AT마드리드다. 2011년 부임한 시메오네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 수비와 역습 공격으로 2013~2014 시즌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3~2014 시즌 대바르셀로나 전적 1승5무. 1승은 해당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거뒀다. 이 승리로 AT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를 누르고 결승까지 올랐다. AT마드리드의 바르셀로나전 무패 행진은 무적의 바르셀로나를 잡을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점유율을 내주는 대신 수비를 탄탄히 하고, 1~2번의 효과적인 역습으로 골을 넣는 것이 AT마드리드의 방식이다. 시메오네가 2년 전 기적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모아진다.

바르셀로나에서 주목할 선수는 단연 리오넬 메시(29·아르헨티나).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메시의 양 옆에 루이스 수아레즈와 네이마르가 있다는 점이다. MSN으로 불리는 트리오는 리그에서만 69골을 합작하며 놀라운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AT마드리드는 팀내 득점 1위인 앙투안 그리즈만(25·프랑스)을 기대한다. 팀내 가장 많은 득점인 17골(리그 기준)을 기록 중인 그리즈만은 빠른 발과 기술이 무기이다. AT마드리드의 역습 공격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리 생제르맹(프랑스)-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4월 7일 오전 3시45분

“클래스(class)는 돈으로 살 수 없다.”

2000년대 후반 중동 오일머니가 유럽 축구로 유입될 때 팬들은 이렇게 비난했다. 중동 오일머니가 구단을 인수하고, 막대한 투자로 스타 선수를 산다고 해도 명문팀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을 무색하게 만든 두 팀이 있다.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과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다.

맨시티는 2008년 UAE의 왕자 셰이크 만수르가, PSG는 2011년 카타르 국부펀드가 인수했다. 이후 맨시티는 두 차례 리그 우승, PSG는 2012년 이후 4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중동 오일머니를 대표하는 두 구단이 8강에서 만났다. 축구팬들은 이 매치업을 ‘오일 더비(라이벌전)’라고 부른다. 두 팀이 이루지 못한 마지막 꿈, 빅이어를 향한 길목에서 맞부딪쳤기 때문이다. 유럽 최강의 팀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비로소 명문의 반열에 들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없는 두 팀에 이번 8강전은 절실하다. 맨시티는 첫 8강 진출인 데다 리그에선 4위를 달리고 있어 리그 우승은 사실상 어렵다. PSG는 4년 연속 8강에 올랐지만 8강 문턱을 한 번도 넘은 적이 없어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PSG의 주목할 선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스웨덴). 27골을 넣어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브라히모비치는 머리와 발이 모두 무기인 만능 공격수다.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팀내 최다 골인 4득점을 기록 중이다. 맨시티의 대표 선수는 다비드 실바(30·스페인)다. 탁월한 패스 감각과 개인기를 가진 실바는 맨시티 공격의 시작점이다. 이번 시즌 리그 22경기에 나와 1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골을 기록 중이다. 팀내 2선 공격진이 줄부상을 당한 맨시티에 8강전 실바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바이에른 뮌헨(독일)-벤피카(포르투갈)

4월 6일 오전 3시45분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마지막 숙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2008년 감독 데뷔 첫해 바르셀로나를 트레블(리그·컵·챔피언스리그 3관왕)로 이끈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3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2013년 뮌헨 부임 이후 2시즌 연속 리그 우승에 성공했지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는 실패했다. 다음 시즌부터는 맨체스터 시티 감독을 맡는다. 그에게 ‘빅이어 사냥’이 간절한 이유다.

하지만 벤피카를 얕볼 수는 없다. 포르투갈 리그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벤피카는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조별리그 원정경기에선 AT마드리드를 2 대 1로 누르기도 했다.

토마스 뮐러(27·독일)가 다시 한 번 뮌헨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그는 16강전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45분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성공시켜 팀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도 7골을 기록 중이다. 벤피카에서는 공격수 니콜라스 가이탄(28·아르헨티나)이 기대주다. 제니트(러시아)와의 16강 원정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켜 팀의 8강 진출을 견인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레알 마드리드(스페인)

4월 7일 오전 3시45분

‘마에스트로’는 다시 한 번 빅이어를 들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한 프랑스 ‘아트 사커’의 상징 지네딘 지단이 현역 시절처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로 2001~2002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환상적인 발리킥 골을 뽑아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엔 감독으로 빅이어에 도전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10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역대 최다 우승팀이다.

볼프스부르크는 리그에서 부진(8위)에 빠져 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홈에서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 대 2로 격파하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가 유력하지만 홈에서 전승을 기록 중인 볼프스부르크를 얕볼 수만은 없다.

레알 마드리드의 대표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포르투갈). 챔피언스리그 통산 최다골인 90골을 기록 중인 호날두는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3골을 기록 중이다. 그가 골을 터뜨릴 때마다 최다골 기록이 경신된다. 볼프스부르크의 대형 유망주 율리안 드락슬러(23·독일)는 팀 최다골인 7골을 기록 중이다. 빠른 발과 화려한 드리블이 강점이다.

임경업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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