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오승환이 속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강정호의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망의 2016 메이저리그 시즌이 개막했다. 이미 국내 프로 시절의 별명 ‘끝판왕’의 미국판 별명 ‘파이널 보스(Final Boss)’를 얻은 오승환은 이날 세인트루이스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 볼넷 2개를 허용하며 첫 경기의 긴장감을 드러냈지만 곧 삼진 2개를 솎아내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첫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런데 개막하기 전 국내 언론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선수는 바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다. 불행히도 좋은 일로 주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3월 26일 폭스 스포츠의 기사를 통해 볼티모어가 그를 한국으로 다시 돌려보내려는 논의가 있었다는 점이 기사화되면서부터이다. 당시 김현수는 시범 경기 16경기에 출장하여 .182의 부진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23타수 무안타의 극심한 슬럼프를 깨뜨리는 안타를 기록한 이후 3할7푼대로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라 당황스러운 기사였다. 문제는 그 이후 김현수의 모습이 시범 경기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설왕설래 여러 가지 설이 난무했지만 결국 포인트는 부진한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는 압력이 경기 불출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김현수는 작년 12월 계약 당시 계약서에 삽입했던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발동,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들어가며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다면 도대체 25인 로스터가 무엇이고 얼마나 들어가기 힘들기에 김현수와 구단이 줄다리기를 한 것일까? 일단 이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40인 로스터’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는 정규 시즌 6개월 중 9월 1일이 되기 전까지는 25인 로스터를 유지한다. 한마디로 이들 25인은 정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선수이다. 그럼 부상이나 부진한 선수가 생겼을 경우는 어떻게 할까?

이런 경우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를 끌어올리는데 아무나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지정해 놓은 40인 로스터, 즉 메이저리그 로스터 25인을 제외한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나머지 15명 중에서만 승급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메이저리그 계약의 종류를 알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의 계약에는 세 종류가 있다. 먼저 가장 흔한 계약은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라 하더라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는 선수가 대다수이다. 이는 대부분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이 취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는 스프링 트레이닝을 통해 이 계약을 맺은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25인 로스터에 들어갈 수도 혹은 마이너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그 선수가 메이저리그 경력이 6년 이상 될 경우 개막 5일 전까지 25인 로스터 합류 내지는 마이너행을 결정해야 한다. 당사자 선수는 마이너행을 거부하고 다시 FA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개막 5일 이내에 구단이 결정하지 못한 채 로스터에 포함이 안 되면 10만달러를 보상해야 한다.

최대 3~4자리 놓고 10 대 1 경쟁

반면 ‘메이저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에서 6년 이상을 뛴 베테랑 선수가 40인 로스터에 들어갈 경우에 얻게 되는 계약이다. 혹은 메이저리그가 아니더라도 이번의 김현수나 이대호와 같이 해외 리그에서 이에 상응하는 기간을 뛴 선수에게 주어지는 계약이다. 연봉도 보장되어 있고 마이너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마이너리그로 가게 되면 이를 거부하고 FA 선언도 할 수 있다. 마이너 계약과 비교하면 더 많은 권리가 보장된다. 마지막으로 ‘스플릿 계약’이 있다. 이는 선수의 활약에 따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면 주는 액수와 마이너리그에 떨어졌을 때 주는 연봉이 분리되어 있는 계약을 말한다.

김현수는 해외 리그 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다.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없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포함되어 있는 계약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 거부권을 발동하며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한 것이다. 도대체 25인 로스터가 뭐길래 그리고 얼마나 들어가기가 힘들기에 이를 가지고 힘겨루기를 했던 것일까?

일반적인 메이저리그 팀들이 스프링 트레이닝에 돌입할 때 40인 로스터에 들어간 선수들, 마이너 유망주들, 비초청 선수란 명칭으로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지만 40인 로스터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된 60명 이상의 선수가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이들은 개막전 하루 전날 낮 12시까지 25인 로스터를 보고해야 한다. 결국 40명가량의 선수는 마이너행 혹은 방출 또는 다시 FA 자격으로 인연을 이어가지 못한다.

언뜻 보면 2.5 대 1 정도의 경쟁률이지만 실제로 경쟁은 훨씬 심하다. 대대적으로 팀을 재건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대다수의 팀은 거의 모든 자리가 이미 정해져 있다. 지명 타자까지 포함한 9명의 주전 중 보통 7~8명은 지난해부터 혹은 FA 계약이나 트레이드로 영입되어 주전 자리가 보장되어 있다. 그리고 불펜은 보통 7명이 선정되는데 이 역시 한두 자리를 제외하면 이미 선점이 되어 있다. 그리고 보통 4자리 혹은 5자리 정도의 벤치 자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국 팀당 순수 경쟁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적으면 1~2자리, 많아야 3~4자리 정도니 10 대 1을 전후한 극심한 경쟁을 하게 된다. 이 경쟁에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베테랑급 선수부터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의 승급을 노리는 젊은 선수들까지 극한의 경쟁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선수들이 25인 로스터에 목을 매는 것은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고 싶다는 기본적 욕망은 당연한 것이고 모든 대우에서 하늘과 땅의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면 최저 연봉이 50만7500달러로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비교가 안 된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거나 짧은 선수는 그나마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급이 높다는 AAA 선수가 되더라도 월급 3000달러에서 5000달러 정도를 받는다. 문제는 마이너리그 시즌이 5개월이라 5개월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정 때 ‘밀 머니(Meal Money)’라고 하는 식대도 메이저리그는 하루에 100달러, 마이너리그는 25달러에 그친다. 이동 시에도 전세비행기 대 버스, 숙소는 특급호텔 대 모텔 등 모든 대우에서 천양지차인데 누가 마이너리그에서 뛰길 원하겠는가?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는 이상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꿈의 무대이다. 그 길로 들어가는 입구는 문자 그대로 바늘귀를 방불케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낮은 리그인 루키리그의 경우 훗날 하루라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보는 선수는 한 해에 한 팀에서 한 명꼴이라고 했다. 이런 무대에 올라간 우리 선수들을 다시 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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