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임창용. ⓒphoto 전근영
지난해까지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임창용. ⓒphoto 전근영

‘뜨거운 감자’ 임창용(40)이 결국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지난해 말, 해외 원정 불법도박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선수 생명이 끝나는 듯했던 임창용. 그 임창용을 고향팀 KIA 타이거즈가 품었다. 사실 임창용이 프로야구판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객관적으로 임창용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투수다. 게다가 역시 도박으로 사법처리를 받은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아무 문제없이 입단하면서, 임창용의 ‘컴백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어느 팀이건 임창용을 영입하면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불법도박을 저지른 임창용을 받아들이면 팬들의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구단은 물론 모기업의 이미지에도 흠집이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임창용은 탐은 나지만, 선뜻 집어들기 쉽지 않은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탕아 임창용 비난과 동정 사이

임창용은 2014년 11월 말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현지 카지노에 보증금을 내고 빌린 VIP룸)에서 각각 4000만원대 바카라 도박을 했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15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다. 사실 지난해 말 임창용과 오승환 선수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KBO도 이를 근거로 1월 8일 ‘복귀 후 총 경기 수 50%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결정했다. 그런데 법원이 형법 246조를 적용해 검찰의 구형보다 더 무거운 벌금 1000만원이라는 사법처리를 단행한 것이다. 법원이 검찰과 KBO보다 더 무거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법원의 이 결정으로 당시 KBO의 징계 수위에 대한 논란이 일기까지 했다. 영구제명까지는 아니라 해도 최소 한 시즌 이상은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현역 A감독은 “결국 KBO가 스스로 임창용의 복귀를 허가한 셈”이라고 했다.

KIA 타이거즈도 처음부터 임창용 영입 방침을 세웠던 건 아니다. 임창용의 불법도박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벌금형을 받고, 전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가 그를 방출했을 때만 해도 영입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KBO 상벌위원회의 결정 이후 KIA 타이거즈가 그의 영입 가능성을 검토했다. KIA 타이거즈는 다른 구단에 비해 그의 영입에 대한 명분이 있긴 하다. 임창용이 프로에 입문한 팀이 해태 타이거즈이고, 현재 기아가 바로 해태 타이거즈를 이어받은 팀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고향 팀 아니냐는 동정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불법을 저지른 임창용을 영입할 경우 쏟아질 비난과 구단 및 모기업 이미지 손상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다.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바로 ‘연봉 전액 기부와 재능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 카드였다. 임창용 측과 영입 협상을 진행해온 KIA 타이거즈 오현표 운영실장은 “이 제안을 임창용이 먼저 해왔다”며 “연봉을 전액 기부하고, 어린 야구 후배들에게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이 제안이 나온 뒤 그의 입단 협상과 합의가 이뤄졌다. 결국 KIA는 임창용에게 3억원의 연봉을 주는 조건으로 그를 복귀시켰고, 임창용은 이를 전액 기부하는 동시에 차후 재능 기부도 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이후 임창용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개인 훈련을 하던 괌에서 3월 28일 밤에 귀국해, 29일 광주로 내려가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다. 그리고 4월 6일 함평에 있는 KIA 2군 전용훈련장 챌린저스필드에서 등번호 ‘037’이 적힌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팀에 합류했다.

당분간 임창용은 ‘육성선수’ 신분이다. 계약은 했지만 아직 정식 등록 선수는 아니다. KBO 징계에 따라 소속팀 KIA 타이거즈가 올 시즌의 50%(72경기)를 소화하기 전까지 정식 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 시즌 후반은 돼야 1군 무대에 나설 수 있다. ‘037’의 등번호는 이런 임창용의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연봉 3억원 전액 기부’의 의미를 볼 필요가 있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임창용이 ‘속죄’의 의미로 자신의 사재가 아닌 KIA 타이거즈로부터 ‘받기로 예정된’ 연봉을 기부하는 것이 꼼수라는 평가도 있다. 임창용이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고 팬들의 용서를 구하려 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임창용이 먼저 ‘연봉 전액 기부와 향후 재능 기부를 하겠다’고 제안한 점에 진정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임창용은 앞으로 야구 실력으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 못지않게 야구장 밖에서 보여질 일거수일투족도 매우 중요해졌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처벌(벌금형)을 받았고, 또 현역 복귀 시 받아야 할 추가 징계(50% 출장 정지)도 감수한다는 점에서 임창용의 복귀를 막을 수는 없다. 또 이미지 회복과 팬에 대한 속죄의 의미에서 연봉 전액을 기부하고 추가적으로 재능 기부까지 약속했다는 점이 일각에서는 동정론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놓쳐서는 안 될 정말 중요한 사안이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배경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야구만 해온 선수들이 ‘사회적 통념’과 ‘도덕성’에 대해 대단히 무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임창용이나 오승환뿐만 아니라 많은 야구선수들이 보이고 있는 도덕적 기준이 때때로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같지 않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도덕성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낮은 기준선을 갖고 있다.

해외 불법도박에 대해 선수들은 “왜 그런 행위가 잘못됐고, 비난받을 일인지 몰랐다”고 한다. 현재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윤성환과 안지만도 이에 해당한다. 불법행위가 사실로 드러나 처벌을 받은 오승환·임창용과 달리 윤성환과 안지만은 여전히 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이들은 명확한 사과나 처벌조차 없이 야구장에 슬그머니 돌아왔다. 삼성 라이온즈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이들을 스프링캠프에 데려가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시켰고, 결국 여론이 잦아드는 듯하자 지난 4월 3일에 “1군에 등록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이날 열린 사과 기자회견은 불과 1분 만에 끝이 났다. 윤성환이 대표로 “그동안 팬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야구에만 전념하며 팬들께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한 뒤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한 게 이들이 사과라고 한 것의 전부다. 취재진의 질문조차 받지 않았다. 안지만은 아예 입을 닫았다.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죄송한 건지, 정말 불법도박을 했는지 안 했는지 등 핵심 내용은 완전히 빠져 있었다. 그야말로 복귀를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다. 여전히 선수들의 모럴헤저드가 심각하고, 구단 역시 성적에 급급해 선수 관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도덕성 재정립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된 사과는 고사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조차 하지 않는 삼성의 윤성환과 안지만의 모습이 현재 한국 프로야구 일부 선수들이 가진 도덕성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원만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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