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야구장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모습이 부쩍 많이 보인다. 사진은 2012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대전구장을 찾아 한화 류현진 선수의 투구를 지켜보는 모습. ⓒphoto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최근 국내 야구장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모습이 부쩍 많이 보인다. 사진은 2012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대전구장을 찾아 한화 류현진 선수의 투구를 지켜보는 모습. ⓒphoto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2016 시즌은 사상 최대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진출로 시즌에 들어가기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아직 어깨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류현진과 시즌 초반 잦은 부상이 이어진 추신수를 제외하고도 나머지 오승환, 이대호, 강정호, 김현수, 박병호 등은 빠르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해가며 KBO리그 출신 선수들에 대한 현지 관심도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국내 고교 야구대회는 물론이고 프로야구 구장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선수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어떤 것일까? 팀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보편적인 평가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자. 스카우터들은 일단 선수들의 신체조건을 면밀히 살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속속들이 살펴본다는 말이 정확하다. 심지어 발목 굵기도 이들에게 관찰 대상이 되곤 한다. 일단 신체조건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선수들의 기량을 세분화해 수치화하기 시작한다. 이런 포인트 시스템을 OFP(Overall Future Potential), 즉 ‘전반적 미래 잠재력’이라 표현한다. 세분화된 기량 측정은 ‘20-80 시스템’으로 나타나는데 20포인트는 가장 낮은 수치이고 80은 최고점이다.

먼저 투수를 알아보자. 구속의 경우 97마일(약 156㎞) 이상을 던지면 최고점인 80점을 받을 수 있다. 96마일(154㎞)이면 70점, 95마일(153㎞)이면 65점을 받을 수 있다. 일단 최고 구속이 기준이다. 평균인 50점은 91.2마일, 즉 148㎞ 전후의 구속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이 92.7마일(149㎞) 정도이다. 최하점인 20점은 85마일(137㎞) 이하인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이 빨라지면서 평가 기준도 올라갔다. 이 기준은 선발투수 기준이다. 불펜투수의 경우 짧은 이닝 동안 전력 투구를 하기 때문에 선발에 비해 1~2마일 정도 높게 보는 경우가 흔하다.

컨트롤도 눈으로 관찰하며 위의 포인트 시스템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공은 느리지만 컨트롤이 뛰어난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과 같은 선수는 65점 정도로 플러스 컨트롤을 갖춘 선수로 보는 것이다. 변화구 역시 스카우터들의 육안에 의존한다. 변화구의 변화 정도, 컨트롤, 타자에 대한 압도감을 살펴본다. 예를 들어 2년 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평가한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플러스’ 구종으로 봤다. 이는 60점 이상을 의미한다. 70점이 넘으면 ‘플러스 플러스’로 표현한다. 투수가 던지는 모든 구종에 대해서 각각 이런 시스템으로 평가를 내린다.

박병호나 강정호를 데려갈 때 판단했던 기준은?

야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먼저 살펴보는 점은 스피드이다. 우선 60야드 대시, 즉 50m 달리기를 한다. 6.44초 이하면 80점을 받는다. 중간인 50점을 받으려면 6.85초에서 6.99초 사이에는 들어와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타석에서 1루까지 가는 스피드를 측정한다. 아무래도 1루에 가까운 좌타자의 경우 0.1초가 더 빨라야 우타자와 같은 급으로 판단한다. 최고점 80점은 우타자의 경우 4초 이내, 좌타자는 3.9초에 끊어줘야 한다. 50점을 받으려면 우타자의 경우 4.3초, 좌타자는 4.2초이다.

그렇다면 박병호나 강정호를 데려갈 때 판단했던 파워의 기준은 어떻게 잡을까? 이는 선수의 스윙, 타구의 비거리, 타구 스피드 등을 보고 미래의 가치를 내린다. 역시 최고점인 80점을 받으려면 향후 이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이 쌓이고 기량이 올라갔을 때에 35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로 판단되는 경우이다. 70점이면 29개에서 34개 정도를 칠 수 있는 선수에 들어간다. 50점, 즉 평균적인 파워를 가진 선수는 14개에서 18개 정도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로 판단한다. 5개 이하의 홈런 잠재력이면 최하점인 20점을 받는다. 박병호의 경우 처음 데려갈 때 기대했던 수치는 25개 이상이다. 이 정도 홈런이면 60점에서 65점 정도로 판단한다.

또한 야수의 어깨도 당연히 측정 대상이다. 이는 선수들이 던지는 공의 속도와 정확도 등을 보고 판단한다. 포수는 강한 어깨도 중요하지만 강한 어깨 못지않게 얼마나 빠르게 2루로 송구할 수 있느냐를 판단한다. 흔히 말하는 ‘팝 타임(Pop Time)’으로 투수가 던진 공을 포구한 이후부터 2루를 커버하려고 들어오는 2루수나 유격수에게 송구해 도달하는 시간을 말한다. 이는 어깨도 강해 강력한 송구를 해야 하지만 송구 동작이 빨라야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이 1.74초 이내에 이뤄지면 80점을 받을 수 있다. 최소한 1.95초에서 2.04초 내에 송구를 성공시키면 평균치인 50점을 받게 된다.

이런 모든 세부 조항에서 점수를 매기게 되고 이를 합산해 평균을 뽑아내게 된다. 여기서 75~80점을 받으면 구단을 대표하게 되는 프랜차이즈 플레이어급으로 인정된다. 메이저리그에서의 클레이튼 커쇼나 마이크 트라웃 같은 선수들이다. 한마디로 놓치면 안 되는 초대어급인 것이다. 65~75점은 꾸준한 올스타급 선수로 본다. 아드리안 곤잘레스 같은 선수가 이 범주에 든다. 60점이면 가끔씩 올스타에 선정될 수 있는 선수를 말한다. 2, 3선발 투수급이나 마무리 투수가 이 범위에 든다. 55점은 팀 내 확실한 주전으로 투수는 3, 4선발급 투수이다. 50점은 두드러지진 않지만 꾸준히 주전으로 뛰는 선수를 말한다. 40점이면 벤치 플레이어 정도이다. 이 이하라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기 어려운 선수로 판단한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기량만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훈련 태도, 리더십, 인성, 팀원들과의 관계성 등 역시 빼놓지 않고 체크하는 요소들이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Safe-Low-Medium-High-Extreme’으로 위험도를 나타낸다. 당연히 안전한 등급부터 위험도가 극히 높음까지 선수들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한다.

이들은 한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수년간 그를 바라보고 평가에 평가를 지속적으로 계속한다. 스카우터들은 자신이 어떤 선수를 낙점하고 계약까지 이르게 하는 데에 자신의 명예를 건다. 훗날 선수들의 성패는 곧 자신의 혜안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또 이런 검증을 거쳐 진출한 우리 선수들의 성공적 행보가 단순히 우연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인 것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