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프랑스 생테티엔의 조프루아 귀샤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 F조 포르투갈 대 아이슬란드 경기.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오른쪽)가 헤딩하는 모습. ⓒphoto AP
지난 6월 14일 프랑스 생테티엔의 조프루아 귀샤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 F조 포르투갈 대 아이슬란드 경기.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오른쪽)가 헤딩하는 모습. ⓒphoto AP

잠 못 드는 여름밤, 축구팬들의 한 달 밤잠은 싹 달아났다. ‘미니 월드컵’이라 불리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이하 유로 2016)이 지난 6월 11일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조별리그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축구의 중심, 유럽 축구 강국들이 총출동하는 유로는 미리 보는 2018 러시아월드컵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올해 유로 본선은 처음으로 ‘16개국 참가’에서 ‘24개국 참가’로 출전국이 늘어나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유로로 밤을 지새울 축구팬들에게 유로 2016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우승후보 1순위, 프랑스의 ‘16년 주기’설

‘아트사커’ 프랑스는 16년을 주기로 유로 우승을 차지했다. 유로 1984와 유로 2000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1984년에는 미셸 플라티니, 2000년에는 지네딘 지단 두 전설이 우승을 이끌었다. 마지막 우승인 유로 2000으로부터 정확히 16년이 지난 2016년 프랑스는 안방에서 다시 한 번 유로 우승을 노린다.

특히 프랑스는 홈에서 강하다. 자국에서 개최한 1984 유로와 1998 FIFA월드컵에서 모두 우승컵을 들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프랑스를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골드만삭스가 개막을 앞둔 6월 10일 발표한 성적 예측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우승 확률 23.1%로 2위 독일(19.9%)을 제쳤다. 3위는 2008·2012 유로를 모두 우승했던 스페인(13.6%), 4위는 잉글랜드(10.5%)였다. 이 보고서는 1958년 이후 참가국들의 국제 경기 4719번을 분석해 제작됐다.

‘개최국 변수’를 제외하면 독일의 우승 확률이 26%로 프랑스(13%)보다 높은 1위였지만, 개최국 변수를 고려하면 프랑스의 우승 확률이 23.1%로 상승했다. 단순 경기력은 독일이 우세하나 홈 관중의 열띤 응원과 홈 이점 등을 고려하면 프랑스가 우세하다는 이야기다. 도박사들의 예측도 비슷하다. 세계 유명 베팅업체 스카이베트, 베트365가 공개한 유로 2016 우승팀 배당률을 보면 프랑스에 가장 낮은 3/1배의 배당률을 걸었다. 1달러를 걸어 프랑스가 우승하면 원금 1달러에 3달러를 추가로 받는다는 의미로, 배당률이 낮을수록 우승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프랑스는 폴 포그바(유벤투스), 앙투안 그리즈만(AT 마드리드) 등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우승을 노린다.

유로의 별은 누구?

지난 6월 9일 파리 마르스광장에서 개최된 2016 유럽축구선수권 기념 콘서트. ⓒphoto AP
지난 6월 9일 파리 마르스광장에서 개최된 2016 유럽축구선수권 기념 콘서트. ⓒphoto AP

세계 축구를 수놓는 ‘별들의 전쟁’도 유로에서 빼놓을 수 없다. 단연 최고로 주목받는 수퍼스타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며 17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지만,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고는 아직 월드컵과 유로 정상을 밟지 못했다. 19세 때 유로 2004 결승전에 출전한 호날두는 그리스에 0 대 1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것이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다. “나의 남은 목표는 유로 2016 우승”이라고 출사표를 던진 호날두는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

자서전 제목이 ‘나는 즐라탄이다(I am Zlatan)’일 만큼 언제나 자신만만한 ‘상남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스웨덴)도 도전장을 내민다. 이번 유로는 그가 스웨덴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대회다. “존재만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선수는 메시와 호날두, 나밖에 없다. 난 나의 완벽함에 웃지 않을 수 없다.” 자신감을 넘어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브라히모비치지만 실력만큼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 올 시즌 이브라히모비치는 파리 생제르맹에서 50골을 터뜨리며 실력을 입증했다.

공장 노동자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우승 주역이 된 ‘흙수저 스타’ 제이미 바디(29)도 화제를 몰고 다닌다. 7년 전까지만 해도 공장에서 일하며 8부 리그에서 축구를 했던 바디는 2015년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해 올 시즌 24골을 넣었다. 만년 하위팀 레스터시티의 동화 같은 우승의 주인공이다. 놀라운 활약으로 대표팀에도 발탁된 그는 유로 우승에 간절한 잉글랜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죽음의 조는 D조와 E조

이번 유로의 ‘죽음의 조’로는 D조와 E조가 꼽힌다. D조엔 스페인·체코·터키·크로아티아, E조엔 벨기에·이탈리아·아일랜드·스웨덴이 속했다. D조의 스페인은 2008·2012 유로 우승에 이어 사상 첫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최강팀이다. 전통의 동유럽 강호 체코와 크로아티아도 강팀이다. 2002 한·일월드컵 3위를 차지한 터키도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E조는 이번 유로 출전국 중 FIFA 랭킹이 제일 높은 벨기에(2위)와 지난 대회 준우승팀 이탈리아가 조 1위를 다툴 전망이다. 6월 14일 열렸던 두 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이탈리아가 2 대 0 승리를 거뒀다. 스웨덴, 아일랜드도 16강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에 E조의 16강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6월 10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A조 프랑스 대 루마니아 경기에서 프랑스 선수들이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photo AP
지난 6월 10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A조 프랑스 대 루마니아 경기에서 프랑스 선수들이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photo AP

어서 와, 유로는 처음이지?

1960년 첫 유로 이후 단 한 번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던 알바니아·웨일스·슬로바키아·북아일랜드·아이슬란드가 기회를 얻었다. 첫 유로 출전인 만큼, 이 5개 팀을 향한 팬들의 기대와 관심도 많다. 이 중 ‘다크호스’로 꼽히는 나라를 꼽아보자.

이번 대회 이변을 일으킬 주인공으로 꼽히는 팀은 ‘웨일스’다. 국제 메이저대회 중 유로는 한 번도 나가지 못했고, 1958년 월드컵이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웨일스는 유로 예선에서 6승3무1패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데 이어 6월 12일 슬로바키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2 대 0으로 승리, 58년 설움을 날렸다. 웨일스는 가레스 베일(27)이 이끈다. 청소년 시절부터 잉글랜드 귀화 제의를 받았던 베일은 “나는 웨일스인”이라며 조국에 남았다. 2013년 역대 최고 이적료인 1330억원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유럽 무대 최고의 측면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같은 웨일스 출신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설 라이언 긱스(43)는 해내지 못했던 웨일스의 유로 본선 진출을 이끈 데 이어 16강행까지 노린다.

아이슬란드는 역대 유로 본선 참가국 중 가장 적은 인구(33만명)를 가진 나라다. 인구는 33만명이지만 전통의 강호 네덜란드를 예선 탈락시키고 본선에 올랐다. 홈에서 2 대 0, 원정에서 1 대 0으로 ‘오렌지군단’을 격파시킨 아이슬란드는 이번 대회의 숨은 다크호스다.

임경업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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