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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4호] 2016.11.28

중국화 논란 한국 축구 가장 큰 문제는?

김성원  스포츠조선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지난 10월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벌어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photo 뉴시스
불과 1년 전이었다. 팬들은 울리 슈틸리케(Uli Stielike)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갓(GOD)틸리케’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팬심이 완전히 돌아섰다. 지난 10월 11일 이란 원정 0 대 1 패배. 그런데 졌다는 것보다 유효슈팅 ‘0’개라는 치욕적 사건이 더 충격이었다. 팬심은 들끓었고 ‘갓틸리케’이던 슈틸리케는 ‘슈팅영개’로 전락했다.
   
   2014년 10월 영입된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먼저 한국 축구를 수술한 포지션이 수비라인이었다. 그는 취임 당시 “집을 지을 때는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지고 나중에 지붕을 올린다”며 “‘공격을 잘하면 경기를 이기지만, 수비를 잘하면 우승을 한다’는 말을 믿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초심은 주효했다. 16승3무1패, 승률 80%, 17경기 무실점,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209개국 가운데 최소 실점(0.20골)이었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는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착시 현상’이었다. 한국보다 FIFA 랭킹이 높은 팀과 경기한 적이 없었다. 올해가 슈틸리케호의 진정한 시험대였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의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슈틸리케호는 위기를 맞고 있다. 수비라인이 흔들렸다. 중국과의 1차전, 3 대 0으로 리드하다 두 골을 내주며 3 대 2로 겨우 이겼다. 카타르와의 3차전도 악몽이었다. 홈이었음에도 한 명이 퇴장당하는 졸전 끝에 3 대 2로 간신히 이겼다.
   
   
   장현수 악몽과 홍정호의 중국화
   
   위기의 출발은 수비였다. 슈틸리케호는 최종예선 5경기에서 8득점·6실점을 기록했다. 이란 무실점, 우즈베키스탄 3실점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4위 시리아조차 2실점에 불과하다.
   
   포백은 좌우 풀백과 2명의 중앙수비수로 구성된다. 균열의 시작은 좌우 풀백이었다. 이영표와 차두리 등이 은퇴한 후 한국은 좌우 풀백 기근에 시달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K리거는 성에 차지 않았다. 해외파 가운데는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윤석영(브뢴비) 등이 있었지만 소속팀에서 설 자리를 잃은 상태라 대표팀에서 활용하기 쉽지 않았다. 훈련 기간이 짧은 대표팀은 즉시 전력감을 뽑을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안을 가동했다. 2차 예선 2차전 라오스전부터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오른쪽 풀백으로 쓴 것이다.
   
   장현수는 중앙수비수이자 수비형 미드필더다. 스피드가 준수하다. 현대 축구가 윙백에서부터 공격을 풀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현수의 풀백 전환은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2차 예선 당시 이미 장현수는 한계를 드러냈다. 전문 풀백에 비해 터치라인을 장악하는 힘이 떨어졌다. 변화가 필요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 풀백 카드를 고수했고, 이란 원정 후에야 장현수 카드를 접으며 ‘백기 투항’했다.
   
   박주호와 김진수가 위력을 잃으면서 왼쪽 풀백도 덩달아 혼란이 가중됐다. 최종예선 1차전과 2·4차전에서 오재석(감바 오사카)이 반짝 기용됐지만 무색무취 플레이로 퇴출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소속팀 출전=대표 발탁’ 원칙을 깨고 박주호를 재발탁해 왼쪽에 기용했다. 오른쪽에는 김창수(전북)를 세웠다. 하지만 두 풀백의 혼란은 여전하다.
   
   카타르전에선 중앙수비수 홍정호(장쑤 쑤닝)가 ‘중국화 논란’을 촉발했다. 그럴 만했다. 페널티킥을 허용한 데 이어 두 번의 경고로 퇴장당하는 등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홍정호는 올여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중국의 장쑤로 이적했다. 중국으로 이적한 후 기량은 물론 전술 이해도가 떨어졌다는 게 ‘홍정호 수비 중국화 논란’의 출발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를 앞세워 천문학적 자금을 자국 리그에 쏟아붓고 있다. 한국 축구판도 기웃거리며 특히 중앙수비수 포지션의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프로팀들은 공격과 미드필더를 유럽과 남미의 세계적 선수들로 채웠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 아시아쿼터 몫으로 영입하고 있다.
   
   한국 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돈을 제시하다 보니 한국 수비수들의 중국 이적을 제지할 방법은 사실 없다. 전북에서 뛰던 김기희는 올 초 상하이 선화로 팀을 옮겼다. 이적료가 무려 73억원이다. 홍정호의 이적료도 50억원이 훌쩍 넘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홍정호를 보내며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이적료 수입을 올렸다.
   
   슈틸리케호의 중앙수비 라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에서 FC서울에 복귀한 곽태휘를 빼곤, 김기희·장현수·홍정호 등 중국에서 뛰는 선수로 구성돼 있다. 김영권(광저우 헝다)도 향후 대표팀 복귀가 예상된다. 상하이 상강 소속 김주영도 중앙수비수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중국화 논란 반박
   
   물론 비판받고 있는 중국화 논란에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다. 홍정호를 영입한 최용수 장쑤 감독은 ‘중국화 논란’에 반박했다. “홍정호를 놓고 경기력이 부진하다고 하는데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독일과 중국의 시즌 사이클이 다르다. 그는 한창 새 시즌을 준비할 때 중국의 장쑤에서 이적 제의를 받고 팀을 옮겼다. 제대로 몸 관리가 안 된 상태에서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개인적으로 힘이 빠진 것이지 중국화 논란은 맞지 않다.”
   
   최용수 감독의 말처럼 ‘중국화 논란’은 과도한 면도 있을 것이다. 분명 그 오류도 존재한다. 중국에서 뛰는 한국 수비수들이 좋은 기량을 갖고 있다는 데 이견을 달기도 쉽지 않다.
   
   ‘중국화 논란’의 접근 방식은 개인이 아닌 조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키를 쥐고 있다. 중국에서 뛰는 중앙수비수들은 스타일이 비슷하다. 최고의 무기는 스피드다. 활동 반경이 비교적 자유롭고 운신의 폭도 넓다. 개성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다르다. 짧은 훈련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선 다른 유형의 수비수도 필요하다. 대인마크, 공중 볼 장악능력, 완급조절, 라인을 이끌 리더십을 갖춘 선수들이 함께 출전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2차 예선에서 중앙수비로 곽태휘를 중용했다. 그는 김영권·홍정호·김기희 등 파트너를 바꿔가며 7경기 중 6경기를 풀타임 출전했다. 최고참으로 리더십을 갖고 궂은 역할을 주로 했다. 그는 무실점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종예선은 달랐다. 곽태휘는 이란과의 원정경기, 단 한 번 선발 출전했다. 그 빈자리를 중국파가 채웠다. 김기희·홍정호(중국전·카타르전), 김영권·장현수(시리아전), 김기희·장현수(우즈베키스탄전)가 호흡을 맞췄다. 비슷한 스타일에 동선까지 겹치면서 결정적 실수가 나왔고 수비라인의 부실로 이어졌다. 빌드업 과정에선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나오지 않으면서 상대에 역습을 허용하는 우도 범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이 ‘조합’에 실패하면서 ‘중국화 논란’을 낳았다. 수비라인은 개인의 역량에 앞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이 우선돼야 한다.
   
   골키퍼 포지션은 경쟁 구도가 절실하다. 한때 김승규(비셀 고베)·김진현(세레소 오사카)·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이 살벌한 주전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정성룡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진현이 슈틸리케 감독의 눈 밖에 나 있다. 김승규의 독주체제다. 최종예선 최근 4경기 연속 풀타임 출격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 선제 실점에서도 드러났지만 김승규의 긴장감과 집중력이 예전만 못하다. 골키퍼의 실수는 곧 실점이다. 골키퍼도 수술이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수비가 불안하면 공든 탑이 무너진다. 대표팀은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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