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2438호] 2016.12.26

11연승 첼시FC 이끈 안토니오 콘테 감독

그 앞에선 야생마도 순한 양이 된다

장지현  SBS스포츠 축구해설위원  

photo AP
지난 12월 11일 밤 EPL 15라운드, 첼시가 웨스트 브로미치를 1 대 0으로 격파했다. 첼시는 이 승리로 리그 9연승에 성공했다. 지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인 무리뉴가 첼시 감독이던 2006~2007시즌 9연승에 성공한 후 팀 최다 연승과 타이 기록이다. 첼시는 12월 15일 선더랜드까지 꺾으며 10연승,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3일 뒤 크리스털 팰리스를 1 대 0으로 격파하며 11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팀 최다 연승 기록과 함께 EPL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달라진 올 시즌, 첼시의 질주를 이끌고 있는 이가 바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다.
   
   지난 시즌 첼시는 큰 위기에 몰려 있었다. 선수들을 다시 뭉치게끔 할 구심점을 찾는 게 절실했다. 결국 그 구심점을 찾아나선 첼시의 선택이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던 안토니오 콘테였다.
   
   콘테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유벤투스 지휘봉을 잡았던 2011~2012시즌과 지금의 첼시를 비교했었다. 두 시즌 연속 7위로 좌절감과 패배의식에 빠져 있던 2011년, 유벤투스를 맡아 제일 먼저 한 일이 선수 개개인에게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었다. 콘테는 유벤투스 선수 시절 승부욕이 매우 강한 미드필더였고, 오랫동안 주장으로서 경기 중 선수들을 독려해온 특유의 리더십이 강한 인물이다. 선수로 뛰던 당시 풍성했던(?) 머리카락을 제외하면 감독이 된 이후에도 강한 승부욕과 리더십에 전혀 변화가 없다. 스타선수에 대한 편견도 없다. 오히려 성실히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을 더 선호한다. 체력과 정신력을 중요시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프로정신을 강조한다.
   
   콘테의 이런 강인한 성향이 그의 전술 능력과 시너지를 내며 나락에 빠졌던 유벤투스를 이탈리아 최강의 팀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유벤투스는 콘테의 감독 부임 후 세 시즌 연속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다. 콘테의 이런 열정과 리더십은 첼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터치라인에서 큰소리로 외치는 콘테의 주문이 경기 중 자신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포메이션 등 전술적 위치가 조금만 잘못돼도 곧바로 이를 바로잡아 주기 위해 선수를 향해 열정적으로 소리치며 선수들을 자극한다.
   
   
   타고난 승부욕
   
   이렇게 감독 스스로가 경기 내내 강한 승부욕을 보여주다 보니 그동안 거칠었던 첼시의 선수들이 그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됐다. 팀을 이끄는 스타이지만 경기 중 종종 돌출행동을 해 속을 썩이던 디에고 코스타, 다비드 루이스 등이 콘테 이후 달라진 대표적 경우다.
   
   콘테 감독은 지난 9월, 0 대 3으로 패했던 아스날과의 후반전부터 3-4-3 전형을 구사했다. 그리고 이후 이 전형으로 연승을 달리고 있다. 사실 콘테 감독은 스리백 전형을 구사하던 감독이 아니다. 유벤투스에 처음 왔을 때에도 4-4-2에 기초한 공격적인 포백을 선호했다. 그런데 이렇게 선호하는 전술이 있다 해도 콘테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포메이션에 선수들이 맞추기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수들의 특징에 맞는 포메이션과 전술을 찾는 감독이다. 유벤투스에서도 볼 배급 능력이 뛰어난 피를로의 장점을 살리면서 미드필더인 비달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3-5-2 전술을 구사하며 리그를 평정하기도 했다.
   
   첼시에서도 중앙 미드필더인 마티치와 캉테의 능력을 살펴본 후 지금의 전술로 변화를 줬다고 볼 수 있다. 본래 캉테는 커팅에 능하고 활동량이 많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그래서 시즌 초 마티치와 캉테에게 실수가 잦았던 포백 수비라인을 받쳐주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마티치에게 부분적인 공격가담을 지시한 4-3-3 포메이션에서는 마티치와 캉테 모두에게 측면 수비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 이런 전술적 고민을 덜 수 있게 한 것이 캉테의 공격 능력이었다. 수비적인 장점을 원해 영입한 캉테가 훈련이나 실전경기에서 보여준 공격가담 능력은 콘테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다. 콘테 감독은 기본적으로 미드필더 2명을 허리에 배치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해왔던 감독이었고, 캉테와 마티치의 능력은 콘테에게 포메이션 변화의 확신을 심어주게 했다.
   
   여기에 훈련 중 왕성한 활동량과 날카로운 돌파 능력을 보여준 빅터 모지스의 재능을 눈여겨본 상태였다. 모지스를 오른쪽 윙백으로 전격 발탁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지난 시즌 모지스는 프리시즌 당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무리뉴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었다. 편견이 없는 콘테 감독의 선수 기용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고, 임대를 가 있는 많은 첼시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콘테는 다비드 루이스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해 그를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만들고 있다. 루이스는 포백 수비에서 간혹 자유분방한 플레이를 해 안정된 수비라인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를 맡기며 전방에 공간이 생길 때면 마음껏 공격에 가담하게 해 자신의 공격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루이스가 공격에 가담하며 생긴 공간을 센터백 능력을 겸비하고 있는 마티치가 순간적으로 커버하게끔 한 것이다. 또 루이스는 유벤투스의 보누치처럼 중거리 패스 능력이 매우 좋은 선수다. 후방에서 긴 공격과 짧은 패스를 넣어주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선수인 것이다. 여기에 스피드를 갖춘 아스필리쿠에타 역시 순발력에 문제를 드러냈던 과거 포백진의 단점을 최소화시켜주고 있다. 수비를 안정시키면서 공격도 살아났다. 수비 부담을 덜게 된 아자르와 코스타는 전방을 압박하며 더 날카로운 움직임을 뽐내고 있다.
   
   콘테가 바꿔놓은 3-4-3 전형은 첼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해준 특효약이 됐다. 또 그가 추구하는 유연한 축구 전술과 철학은 팀의 상승세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 그의 축구는 많은 지도자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현대 축구의 장점을 조심스럽게 흡수하는 능력이다. 그는 너무 앞서 나가지도 않고, 또 뒤처지지도 않는다. 비효율적인 점유율보다는 공수의 빠른 전환을 통해 공격과 압박을 가한다. 상대의 수비 준비 시간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또 수비 숫자를 어느 정도 확보하는 보수적 수비로 나선다. 훈련장은 물론 경기장 안에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선보이면서 선수들에게 강한 신뢰를 주고 있다. 아직 리그의 절반도 끝나지 않았다. 콘테에 대한 평가는 올 시즌이 끝나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EPL 첫 시즌 현재 그가 보여주고 있는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후한 중간평가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

2470호

2470호 표지

지난호보기 정기구독
유료안내 잡지구매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찾기
호르반
삼성전자 갤럭시 s8
밀양시
조선토크 브로슈어 보기

주간조선 영상 more

이어령의 창조이력서 연재를 마치며